중국 서부에 내린 '황사눈', 혹시 우리나라에도 내릴까?
찬공기와 비구름, 황사가 겹쳐 만들어진 ‘황사눈’
가을, 겨울 황사 잦아진 올해는 한반도 황사눈도 가능성 있어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에서도 사하라 사막 모래 섞여 발생
(사진=연합뉴스) |
중국 북서부에 위치한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주도인 우루무치(鳥魯木齊)시에 황사가 뒤섞인 누런 눈이 쏟아져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황사눈’은 보통 봄철에 황사가 잦은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례적인 것이지만, 올겨울에는 자칫 우리나라에서도 내릴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사막지역과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러시아 남부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지역에서도 지난 3월, 아프리카 북부 사하라 사막의 모래가 날아와 눈에 뒤섞이면서 ‘오렌지눈’이 내리기도 했다.
2일 중국 기상당국이 운영 중인 중국천기망(中國天氣網)과 현지 언론 등에 의하면, 1일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일대에 ‘황사눈’이 내렸다. 이날 대기 중 찬공기의 영향으로 눈구름이 만들어졌는데, 타클라마칸 사막 일대에서 몰아친 황사와 뒤섞이면서 노란색의 황사눈이 만들어진 것. 이날 우루무치 등 신장위구르자치구 주요 도시에는 12cm 이상의 많은 양의 황사눈이 내렸다. 우루무치 국제공항이 임시폐쇄되고 승객 5000여명의 발이 묶이기도 했다.
1일 '황사눈'이 12cm 이상 내려 흙색 눈에 뒤덮인 우루무치 일대 모습(사진=연합뉴스) |
올 겨울에는 이 황사눈이 중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여름 중국 서부지역에 장기간 지속된 폭염과 강수량 부족으로 모래입자들의 응집력이 약해진 상태라 북서계절풍 및 지역에서 발생하는 저기압 등을 타고 중국 서부지역 사막의 황사가 동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황사는 우리나라 역사기록에서는 흔히 ‘우토(雨土)’나 ‘흙비’라고 표현되는 등 주로 봄철에 많이 발생했기에 눈에 섞여 내렸다는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황사가 점차 계절을 타지 않고 자주 발생하면서 황사눈이 발생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기 중 먼지가 많아지면 해당 먼지들은 비의 씨앗이라 불리는 응결핵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기 중 수분이 먼지에 들러붙어 물방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사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우연히 눈구름 층이 형성된다면 한반도에서도 황사눈이 내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근 대규모로 발생한 중국발 황사의 경우에는 미세먼지와 각종 중금속 오염물질까지 함께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황사눈이 내릴 경우, 오염도가 높아 검은색에 가까운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동유럽 일대에 내린 오렌지색 눈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이 황사눈은 보통 봄철에 황사가 발생하던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례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유럽지역에서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지난 3월에는 러시아 남부와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몰도바 등 동유럽 발칸반도 일대에서 ‘오렌지눈’이 내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의 모래가 섞여 오렌지색을 띠게 된 이 눈은 이 지역에 약 5년에 한번 꼴로 발생하며, 면적이 넓어 우주공간에 떠 있는 인공위성에서도 파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사눈이 잦아지는 주 요인으로는 ‘지구온난화’가 손꼽힌다.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적 온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빙하 감소로 다른 지역보다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북극지역의 급격한 기온변화가 중위도지역의 기상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