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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日 WTO 제소준비' 속도…국제여론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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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이사회에 수석대표로 참석했던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들에게 이사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영종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부가 일본이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강행할 경우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범위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WTO 제소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 첫 제소 절차는 '양자협의 요청서(request for consultation)'를 상대국인 일본에 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정부는 제소장 역할을 하는 양자협의 요청서가 제소범위와 성격을 한번 규정하면 수정하기가 쉽지 않는 만큼 총력을 다해 양자협의 요청서 작성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6일 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한국이 편한 날짜에 WTO 제소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여론전 등 외교적 해법도 모색 중이다. 다음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에 한미일 장관급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한일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교적 해법도 강구할 예정이다.


오는 30일까지 중국 정저우(鄭州)에서 열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27차 협상에서도 일본 수출규제 문제가 논의됐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RCEP 협상을 계기로 27일(현지시간) 일본 측 경제산업성 아키히코 타무라(Akihiko Tamura), 외무성 야수히코 요시다(Yasuhiko Yoshida) 등 4명의 일본 측 수석대표들과 한일 양자회의을 개최했다. 다만 이번 회의는 RCEP 협상 차원에서 이뤄진 한일 양자회의로,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단독으로 만들어진 회의는 아니다.


이 자리에서 여 실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국제무역규범을 훼손하고, 역내의 무역자유화를 저해하며, 글로벌 가치사슬 및 RCEP 역내에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수출규제를 즉시 철회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유지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면서 "수출규제 조치 관련 일본의 책임있는 고위급 관리가 조속히 한국과의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여 실장은 이번 RCEP 협상 계기에 일본 외에도 13개국과 양자회의를 갖고, 일본의 부당한 대한 수출규제조치가 역내 무역자유화 노력에 역행할 뿐 아니라 이들 국가들도 참가하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가치사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WTO와 한일 간에 가장 중요한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제통상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정부의 설득전도 한 단계 마무리된 상태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3~25일 미국을 방문해 윌버 로스(Wilbur Ross) 상무장관 등 정부인사, 엘리엇 엥겔(Eliot Engel) 하원 외교위원장, 마이클 맥컬(Michael McCaul) 하원 외교위 간사 등 의회인사,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전미제조업협회(NAM), 헤리티지재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30명에 달하는 경제ㆍ통상 인사를 잇따라 접촉했다. 유 본부장은 "로스 상무장관과 면담해 일본 측 조치가 조속히 철회될 수 있도록 미국 입장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에 로스 장관은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로스 상무장관이)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한 구조에서 한일 간에 어떠한 공급의 차질이나 문제가 금방 미국의 산업으로도 연결되고 또 전 세계로도 영향이 가서 미국 업계에도 당장 피해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굉장히 공감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 본부장은 미국 의회·업계 인사 및 전문가들도 우리 입장에 대해 이해와 공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미국 의회 인사들이 한미 동맹과 동북아 역내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국 간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다음달 2일 일본의 각의 결정에 대비해 29일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20개 업종을 상대로 수출규제에 대한 업계 설명회를 갖고 지역 순회 설명회도 차례로 개최할 예정이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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