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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물 무게와 분실의 비밀

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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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물을 옮기는 작업 중인 항공사 직원.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비행기를 탈 때 부치는 무료 수하물(Baggage)의 무게는 제한이 있습니다. 일반 여객기가 운항 전에 급유량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승객의 숫자와 승객이 부칠 짐의 무게입니다.


수하물의 무게에 제한을 두지 않아 지나치게 많은 짐을 실어 비행기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진다면 안전운항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제항공수송협회(IATA)는 항공 수하물의 무게를 32㎏ 미만이나 23㎏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국가나 항공사마다 제한 무게가 다르고, 이코노미석과 1등석 승객에 대한 차별도 존재하지만 32㎏가 기준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왜 30㎏이나 20㎏이 아닌 32㎏과 23㎏일까요? 보통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10진법 단위로 끊기 마련인데 이런 어중간한 숫자가 나온 것은 항공업무 표준이 만들어진 문화적 배경이 서구권이기 때문입니다.


서구에서 무게의 단위는 파운드(lb)입니다. 사람이 육체적인 부담을 크게 받지 않고 운반할 수 있는 무게가 70lb(31.75㎏) 정도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파운드를 ㎏ 단위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환산하니까 32㎏으로 고정된 것입니다.


요즘은 컨베이어밸트로 짐을 나르는데 사람이 무슨 고생을 한다고 호들갑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군요. 카운터에서 수하물 분류장까지는 켄베이어밸트로 운송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컨테이너나 비행기에 옮겨 싣는 마지막 작업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합니다.


한두 개 정도의 짐을 옮겨 싣는 것이면 문제가 없겠지만, 하루에도 수백여 개의 짐을 옮겨 실어야 하는 담당 직원에게는 큰 부담이 되겠지요. 짐이 무거울수록 직원이 들기 힘들어 거칠게 다뤄질 가능성이 높고, 덩달아 파손의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수하물 무게 제한 기준을 50lb(22.67㎏)로 낮춘 항공사도 직원들의 건강을 우선사항으로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비행기에 실어도 승객 1000명당 6개 정도의 수하물은 사고를 당한다고 합니다. 국제항공통신협회(SITA)가 발간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여객기 운항 과정에서 취급 부주의로 분실된 수하물의 수는 총 2480만개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항공 이용객은 43억6000명이었으니 승객 1000명당 사고 수하물 건수는 5.69개인 셈이지요.


수하물 사고는 승객과 함께 비행기에 실리지 못해 늦게 도착한 '지연(Delay)'이 가장 많은 77%였고, 파손(Damage)이나 부분 분실(Pilfer) 18%, 영구 분실(Lost)이 5%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연되는 경우는 카운터로 보내진 수하물이 벨트로 이동하다 수하물 태그가 떨어져 나가거나, 부착된 수하물 태그를 스캔하지 못하면서 벨트 위를 맴돌다 실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다른 분류장에 떨어져 엉뚱한 비행기에 실려 가 낯선 비행기 짐칸에서 발견된 짐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 경우 태그 등이 다 떨어진 경우가 많아 승객이 짐에 대해 특정해서 신고를 해놓지 않으면 찾기가 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수하물 사고에 대한 통계를 분석해보면, 미도착 수하물 가운데 80~90%는 24시간 안에 되찾지만 5일 이내 찾지 못한 수하물은 거의 찾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수하물을 아예 분실할 확률도 1만분의 1에 이릅니다. 90일이 지나면 항공사도 잃어버린 수하물 찾기를 포기하고 승객에게 보상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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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짐을 기다리는 승객들. 수하물 사고는 유럽지역에서 많이 발생하고, 로마공항이 최악으로 찍혀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주목할 점은 수하물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항공사와 지역이 있다는 점입니다. 수하물 사고가 가장 많은 지역은 유럽인데 1편당 3~4건 정도의 수하물 사고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공항 중에서는 이탈리아의 로마공항이 최악으로 평가받는데 편당 5~6건씩 수하물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하는 러시아의 아에로플로트 항공기는 편당 평균 20건 정도 수하물 사고가 발생합니다. 해당 항공편과 공항을 이용할 때는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보다 4배 이상 사고 발생이 많은데, 아시아 평균을 러시아 항공사가 깎아내린 셈입니다.


90일이 지나도 찾아가지 않은 수하물에 대한 처분은 각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재사용이 어려운 물품은 폐기하고 나머지는 복지기관에 기부해 처분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항공사가 일정한 금액을 받고 UBC(Unclaimed Baggage Center) 등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돈을 받고 파는 셈이지요.


대부분 항공사는 2003년 발효된 몬트리올협약에 따라 보상하는데 수하물 분실·파손 등의 경우 1인당 1800달러까지 보상합니다. 그러나 몬트리올협약이 아닌 1933년 발효된 바르샤바조약을 기준으로 보상하는 항공사는 1인당 20달러까지 보상한다고 합니다. 주의해야 할 공항과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이 부분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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