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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대표 "한끼 8천원 너무 비싸… 황교익 평론에 토 안단다"

위기의 외식업 “파이를 키워야 한다”…소비자 선택의 폭 넓히면 지갑 열려

문어발식 확장 비판 ‘먹자골목서 자유경쟁’…다점포 ‘위기 때 점주위한 포석’

더본코리아 상장 추진…은퇴 후 회사 위한 결정 ‘인큐베이팅 모델’ 만들 것

백종원 대표 "한끼 8천원 너무 비싸

“외식업의 문제는 시장은 좁은데 경쟁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외식업 파이(규모)를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해요. 시장이 커지려면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판매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해야 됩니다.”


요즘 ‘백종원’이라는 이름, 너무 화제다. 음식평론가 황교익의 ‘저격(?)’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닫았지만 국정감사에서 자영업자의 무덤이 된 외식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에 대해 소신 있는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며 ‘백종원 국감’이라는 키워드까지 만들어냈다. 백종원이라는 이름 앞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많다.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를 운영하는 대표이사로 성공한 기업경영인, 그야말로 제대로 ‘뜬’ 방송인, 요리연구가이자 음식탐구가.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이제 백종원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다. 집밥 백선생, 한식대첩,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백종원의 3대 천왕, 백종원의 푸드트럭,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 그가 출연한 작품이 대박이 나서가 아니다. 외식 창업에 대한 현주소를 낱낱이 파헤치기도 하고, 외식 자영업자에게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직접 나서 골목상권을 살리려는 모습이 사회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면서 그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주목을 받는 시대가 됐다.


지난 15일에 찾은 논현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더본코리아 본사. 화려한 ‘백종원’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은 허름한 건물에는 흔한 사옥 간판조차 없었다. 6층에 자리한 그의 집무실 역시 일반적인 대표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벽과 바닥에는 각종 서적과 인쇄물들이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쌓여 있었고 책상에도 다양한 책자들이 수북했다. 그의 해박하고 방대한 음식 관련 지식과 창업에 대한 노하우가 발품을 팔며 얻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평소 얼마나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하는지 고스란히 전달됐다. 돈이 목적이 아닌 좋은 음식을 싸게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그의 경영철학과도 닮아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는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았고, 진지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달변가다운 모습을 자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황 씨의 비판에 왜 대응을 하지 않는지 궁금증이 더해져 묻자 백 대표는 “그는 평론가이고, 평론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응을 안하는 것”이라면서 “평론에 토를 달면 싸우자는 것인데,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고 평론이 있다면 참고만 하면 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또 유독 프랜차이즈 갑질에서 더본코리아는 자유롭다. 프랜차이즈 갑질에 대해 있는 그대로 까발리고, 소신 경영으로 상생을 실천하면서 동종업계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 그지없다. 그래도 그는 ‘어쩌겠나’ 이 한마디만을 남기고 너털 웃음을 지었다. 아시아경제는 백 대표를 만나 더본코리아의 사업 전략과 경영 원칙, 한계상황에 놓인 외식업의 해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각종 지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외식업’이 위기에 놓였다. 한계상황에 치닫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국내 외식 시장은 포화 상태다. 지나친 과포화다 보니 문을 많이 닫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준비운동도 안하고 몸관리도 안하는데 갑자기 추워져서 감기 걸리는 것과 비슷하다. 제한된 시장에서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위기가 표면적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임대료와 물가 등은 계속 내포돼 있었던 위험요인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현재의 위기를 촉발시킨 것이 아니라 현실화된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현 외식업의 위기는 매우 복합적이라고 본다.


외식업을 살릴 해법은 없는가.

 

외식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고민하고 일 자체를 좋아해야 된다. 그래도 (외부 요건에 의해) 오래 못 버티는 게 음식장사다. 우리나라는 너무 겁없이, 준비없이 섣불리 뛰어든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얘기했듯이 외식업 창업을 쉽게 할 수 없는 문턱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다. 시장 파이도 더 키워야 한다. 파이를 키우려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해야 한다.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집에서 해먹는 것보다 맛있고 저렴하게 팔면 된다. 밖에서 사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더본코리아가 내놓는 브랜드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대중음식 위주라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데.

 

경제적으로 힘들면 식비부터 줄인다. 지금 소비자들은 외식메뉴 선택권이 거의 없다. 똑같은 메뉴라도 가격이 단계별로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편의점 도시락이 가장 싸고, 프랜차이즈 도시락, 개인자영업자가 하는 가게 도시락 순으로 가격이 책정돼야 한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면 소비는 살아나고 자연스럽게 파이는 커진다. 상황에 따른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지, 계층에 따른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천편일률적으로 점심 한끼값이 8000~9000원이다. 너무 비싸다. 일본에서 진짜 맛있는 덮밥도 400엔이면 충분하다.

백종원 대표 "한끼 8천원 너무 비싸

문어발식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파괴한다는 비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골목상권과 먹자골목의 개념부터 이해해야 한다. 이들의 리그는 다르다. 번화하지 않는 골목에 있는 상권은 보호해야 한다는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 골목상권이다. 프랜차이즈는 골목상권에 안 들어간다. 먹자골목에서 자유경쟁을 할 뿐이다. 가맹점주도 자영업자들이다. 먹자골목에서 그들끼리 경쟁하는 것은 횡포가 아니다. 점주가 직접 뛰는것보다 싸게 원재료를 주면서 본사도 마진을 남기기 위한 과정을 거친다.


더본코리아는 현재 20개 브랜드, 1300개 국내 점포, 80개의 해외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다브랜드·다점포 전략을 하는 이유는.

 

대형마트보다 대량구매가 불가능한 프랜차이즈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식재료 납품업체와 장기계약을 맺어 원가를 낮춰야 한다. 프랜차이즈 점포 수가 많아지면 본사와 점주 모두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담지 말라’는 말이 있다. 다브랜드는 본사를 오래 운영하고 점주들이 오래 돈을 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소고기 납품 10년 계약을 하고, 소고기 관련 브랜드를 론칭했는데, 갑자기 소고기 파동이 터지면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 그때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예비 브랜드가 있어야 점주도 본사도 타격이 크지 않다. 유사 브랜드 난립으로 ‘해물떡집0410’ 브랜드의 폐업을 결정했을 때 우리는 준비하고 있었던 ‘한신포차’를 투입시켰다. 해물떡집 점주들 대부분이 한신포차로 넘어가 회사도 점주도 위기를 맞지 않았다. 요즘 50년 가는 브랜드를 찾기 힘들다. 브랜드를 옮겨 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쉽게 브랜드를 론칭하지도 않는다.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 때 준비기간만 최소 3년이다. 초저가 마진의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게 만든다는 의미다. 마진이 제법 남으면 누구나 비슷하게 만들 수 있지만, 경쟁력과 노하우가 없으면 절대 따라올 수 없다.


더본코리아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 은퇴를 한 후에 회사에 누가 들어와서 잘못된 결정을 하면 회사가 흔들릴 수 있다. 더본코리아가 물가를 누르는 역할도 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은퇴를 감안하고 사회적 책임 하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상장하면 어떤 결정이 섣불리 회사를 흔들리지 않게 할 것이라 믿는다. 또 다른 이유는 상장 후 ‘인큐베이팅 프랜차이즈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프랜차이즈에 뛰어들고 싶은데 노하우가 없는 외식업자들에게 단계별 가이드와 식자재공급까지 해결해주는 일종의 플랫폼을 제공할 방침이다. 전문 인력 양성부터 창원 지원, 식자재 물류까지 창업자에게 마케팅 노하우 전수할 계획이다. TV 방영중인 골목상권이 이슈다. 특히 청년몰편의 관심이 높았다. 청년창업이 일자리 창출과 연관이 깊다. 청년몰이나 청년창업을 통해 경험하면 나중에 선택도 달라진다. 나 역시 젊었을 때 인테리어 사업으로 망한 적 있다. 큰 사업을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업을 처음부터 했어야 했다. 일자리 찾는 사람들의 시야가 너무 좁다. 젊을 때 경험하다 보면 관점이 바뀐다. 결과 역시 달라진다. 섣불리 뛰어들지 말고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갑질이 계속 이슈인데, 상생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프랜차이즈를 시작할 때 ‘저런(?) 프랜차이즈’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점주에 많이 남겨먹는 프랜차이즈가 되지 말자고 다짐을 했었다. 그래서 우리는 '갑질'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부문을 모두 제외시켰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다. 우리는 인테리어를 안한다. 그래서 본사가 덤터기를 씌우는 인테리어 갑질 논란에서 우리는 자유롭다. 프랜차이즈 점주 6개월만 해보면 본사가 돈을 얼마나 가져가는 지 다 안다. 우리는 인테리어, 원재료 등으로 갑질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는 상생 특별한 것은 없다. 점주가 오래가야 본사도 돈을 버는 것이다. 그래서 점주가 돈을 오래 벌 수 있도록 만드는데 집중할 뿐이다. 절대 무리해서 점포 확장도 하지 않는다. 이는 영업을 해서 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창업에 희망이 있는 분을 대상으로 자연발생적으로 늘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더본코리아는 소통을 잘하는 편이라고 믿고 싶고, 자부한다. 우리 점주들의 충성도 높다.


납품가격 및 로열티 인하 등을 진행했는데.

 

상생이라고 하기 부끄럽고 자랑할 것도 없다. 음식을 통해서 돈을 벌 생각 없다. 요즘 같은 때(어려울 때) 매장을 유지시켜 주는데 본사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냥 본사가 이런 노력을 한다는 것을 서로 알아주고,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동종업계에서 ‘욕’을 많이 먹는데, 감수해야지 어쩌겠나.


마지막으로 외식 창업에 조언을 해달라.

 

창업에 쉽게 섣불리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 이게 가장 최선의 조언 같다. 외식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을 거치고 진짜 좋아해서 뛰어들어야 한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고민을 하고 좋아해서 뛰어들어도 오래 못 버틸 수 있다. 손님에게 상처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외식업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 방송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집밥 백선생에서 요리를 해먹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3대 천왕에서는 맛집도 이렇게 고생을 하고 이런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골목식당을 통해서는 창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하는 모든 방송에는 내 가치관이 자리한다. 외식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와 인식개선을 높이고 외식 창업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그래서 방송을 통해 홍보효과만 가져간다는 소리를 들을 때 가슴이 아프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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