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 말리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비밀
과학을읽다
LG전자의 롤러블TV.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는 부드럽게 휘어지고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는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말합니다. 디스플레이가 깨지거나 부러지지 않고 휘어질 수 있는 것은 디스플레이 소재가 유리가 아닌 자유자재로 휠 수 있는 플라스틱 종류의 기판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굽은 TV와 컴퓨터 모니터로 화제가 됐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2016년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LG전자가 롤러블TV를 발표하면서 다시금 시장에 충격을 주게 됩니다. 화면이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말리는 롤러블TV는 직사각형으로 고정돼 있던 디스플레이스의 틀을 완전히 깨는 계기가 됐습니다.
화면이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말리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소재는 플라스틱 OLED(POLED, Plastic OLED)인 플라스틱 소재 '투명 폴리이미드(CPI, Colorless Polyimide)' 필름으로 마감돼 있습니다. CPI 필름은 유리처럼 투명하지만 단단 플라스틱 소재로,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압력을 가해도 쉽게 깨지지 않습니다.
CPI를 살펴보기 전에 폴리이미드(PI, poly imide)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폴리이미드는 이미드가 여러 개 모여서 만들어진 고분자화합물(중합체)입니다. PI는 뛰어난 열적 안정성, 우수한 기계적 강도, 내화학성, 저온 특성, 전기 절연성, 치수 안정성(원래의 모양을 유지하는 특성) 등 많은 장점을 가졌습니다.
롤러블TV의 경우 고온에서 진행되는 제조공정을 버틸 수 있는 기판, 즉 열이 가해져도 팽창하거나 수축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는 안정성 갖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소재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폴리이미드는 영하 273℃에서 영상 400℃까지 광범위한 온도 변화에도 물성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고온의 제조 공정에서도 형태가 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안으로도, 밖으로도 접히는 폴더폰. 아직은 고쳐져야할 몇 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폴리이미드는 1962년 우주개발에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대표적인 고내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입니다. 1969년 아폴로11호의 달 탐사 임무를 위해 제작된 우주복에 사용된 소재로 잘 알려져 있지요. 1980년 미국 인텔사가 컴퓨터의 중앙처리 장치(CPU)에 사용하면서 그 활용범위와 사용량이 급증했습니다.
문제는 폴리이미드가 열은 잘 견디지만, 빛을 흡수해 색깔이 있다는 점입니다. TV에서 여러 색상이 덧입혀져 영상이 표출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가 투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투명 폴리이미드(CPI)'입니다.
보통 벤젠 고리가 있는 폴리이미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결합이 강화돼 다양한 장점을 가진 반면,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흡수하는 효과도 생기게 됩니다. 가시광선 영역을 흡수해 노랑에서 빨강 사이의 빛을 띄면서 갈색처럼 보이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폴리이미드의 장점은 그대로 가진 채 빛을 흡수하지 않고 통과시키도록 모노머(BPDA) 등을 반응시키면 투명 폴리이미드가 되는 것입니다. 투명 폴리이미드가 개발되면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띄게 됩니다.
디스플레이와 플라스틱 화학기술이 결합하면서 기존의 딱딱한 사각형 틀을 벗어나 커브드, 벤디드, 폴더블, 롤러블, 그리고 고무처럼 쭉쭉 늘어나는 스트레처블(stretchable) 디스플레이까지 등장한 것입니다.
'FPCB'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PCB(Printed Circuit Board)'가 인쇄회로기판이라면 FPCB는 Flexible PCB를 말합니다. 연성인쇄회로기판이라고도 부릅니다. 구부릴 수 있는 회로기판이라는 말입니다. 실질적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접을 수 있는 노트북 컴퓨터, 접히는 휴대폰, 구부러지는 TV 화면 등이 모두 이 기술이 적용된 것입니다.
레노버의 폴더블 노트북. 내년 출시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스마트폰의 경우 액정 화면이 늘어났다가 다시 줄어드는 스트레처벌 기술도 선보였습니다. 물론 아직 모든 기술이 상용화된 것은 아닙니다. 기판 자체는 플렉서블이 가능한 소재가 상용화 됐지만, 그 위에 탑재되는 반도체와 광학모듈(카메라, 센서) 등은 아직까지 플렉서블 소재를 개발중인 단계입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그 휘는 정도에 따라 '깨지지 않는(Unbeakable)', '구부러지는(Curved)', '둥글게 말 수 있는(Rollable)', '접을 수 있는(folable)' 등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모든 단계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 갤럭시 폴더가 보여줬던 것처럼 4단계까지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의 프로토타입은 개발됐으나 광학모듈의 플렉서블화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기술이 완벽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미래를 향한 기술전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