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와 연애하는 대통령?…트럼프, 인권무시 외교 제동걸리나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독재자와 연애하는 대통령'이라는 비판론이 제기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등 향후 미국 외교 정책 등에 미치는 영향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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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전 부통령은 CBS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들과 연애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사우디 언론인 실종 사건과 관련해 "사실이 알려지기도 전에 변명거리부터 만들고 있다"면서 "이는 국제적으로 미국에 상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 초기부터 사우디를 두둔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밝히는 게 먼저"라면서 "이번 일도 ‘무죄 입증 전까지 당신은 유죄’라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나는 그런 게 싫다"고 언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 책임을 두고서 사우디 왕실의 책임만큼은 피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해왔다. 상부의 지시 없이 활동한 살인자가 죽였을지 모른다거나,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우디 왕실의 해명을 국제사회에 알려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들을 애지중지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모르거나 무엇이 미국으로 하여금 세계를 이끌게 하는지에 대해 완전히 뒤엉킨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서 인권은 어느 정도의 순위를 차지하냐고 질타했다. 카슈끄지 사건 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그 사안이 그렇게 크게 우려할 사안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취해왔으며, 미국의 도덕적 리더십의 중요성을 약화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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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건은 물론 암살 문제뿐 아니라 러시아의 암살 의혹,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문제 등에 관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은 행동에 실제 나서지 않더라도 적어도 미국의 가치와 이상 등을 내세웠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태도조차 취하는 일이 드물었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반발 여론에 밀려 카슈끄지 사건을 흐지부지 정리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카슈끄지가 숨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우 슬프게도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 "카슈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상을 규명해 곧 매우 강력한 성명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그동안 인권 문제는 뒷짐을 진 채,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제를 중심으로 외교를 벌여왔다.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북한의 인권문제는 피한 채 비핵화 의제에 집중했다. 하지만 인권을 외면하는 대통령이라는 지적이 거듭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북한과의 협상에서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할 공산이 커졌다. 물론 인권 문제를 의제화하는 것이 협상의 핵심 의제가 아닐 가능성이 여전히 높지만,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큰 북한으로서는 반발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