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엔 아예 못 들고 가는 '손풍기', 얼마나 위험한걸까?
지난해 5월 손풍기 폭발사고 이후 규제 강화
중국산 '짝퉁' 단속도 어려워... 장시간 사용, 충전시 주의해야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폭염이 길어지면서 생활필수품이 된 휴대용 선풍기, 일명 '손풍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서울청사 등 주요 관공서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출근 때마다 청사입구에서 이를 일괄수거, 퇴근 때 돌려주는 일이 지속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6일 정부서울청사에 의하면, 청사건물 내부에는 규정상 스탠드형 선풍기를 제외한 탁상형 선풍기와 손풍기의 반입은 엄격히 금지돼있다. 화재위험성이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미인가 배터리가 탑재된 제품이 있을 수 있어 건물 내부 반입을 금지하고 있는 것. 일부 관공서와 학교에서도 같은 이유로 손풍기의 반입이 금지돼있다.
손풍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은 지난해 5월, 경기도 파주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손풍기가 폭발해 학생 2명이 화상으로 인한 경상을 입고, 11명의 학생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 수송되는 등 폭발사고가 발생한 이후부터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풍기 관련 안전사고는 33건으로 조사됐으며, 이중 배터리 폭발, 화재, 과열사고는 20건으로 알려졌다.
과거 선풍기 제품들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대부분 부주의로 인해 손가락이나 기타 이물질이 선풍기 내부로 잘못 들어가 발생한 사고들이었으나 최근에는 손풍기로 인한 폭발사고가 더 늘고 있는 추세다. 일반 스탠드형 선풍기는 가장 강력한 바람으로 사용해도 사용전력이 40~50w 사이로 에어컨의 10분의 1도 안되는 데다, 내구성이 매우 강한 제품에 속하기 때문에 아무리 장시간을 사용해도 폭발이나 화재사고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용하는 모터의 출력에 비해 상당히 경량화 된 충전지를 사용해야하는 손풍기는 입장이 다르다. 휴대를 편하게 하기 위해 충전지의 크기나 무게 제약이 많기 때문에 폭염이 심한 외부에서 장시간 쓸 경우, 폭발위험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빠른 충전을 위해 고속충전기로 충전할 시에도 과열 위험이 높아져 주의가 필요하다.
더구나 제조사조차 알 수 없는 수많은 불량 손풍기 제품이 팔리고 있어 사고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파주에서 폭발사고를 일으켰던 손풍기의 경우, 정품이 아니라 중국산 짝퉁제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 판매사 정보도 불분명한 제품이었다. 리튬전지로 충전되는 손풍기의 경우, 정품으로 만들어진 전지가 아닌 불량전지로 만든 제품은 장시간 충전이나 외부온도로 인한 과열, 폭발사고를 일으키기 쉽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손풍기 구입시 안전기준을 확인해야한다고 고지하면서 KC마크의 유무, 전자파적합등록번호, 배터리 안전인증번호 3가지가 모두 표기된 제품만 사용할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데다, 손풍기는 크기도 작고 저가의 제품으로 온·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간단히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불량제품에 대한 단속 또한 쉽지가 않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