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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에어컨 켜면 따뜻해진다?

과학을 읽다

아시아경제

겨울에 에어컨을 틀면 방안이 따뜻해질까요? 사진은 한 기업의 에어컨 광고 화면.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올 겨울 기온은 영하로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한 자릿수의 기온을 유지하면서 따뜻한 편이었습니다. 아무리 따뜻해도 겨울은 겨울이기 때문에 난방기를 켜야 합니다.


요즘은 천장에 고정된 냉난방기가 사무실의 기온을 사계절 내내 조절합니다. 그런데 이 공용 난방기의 위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네모반듯하지 않은 사무실의 경우는 추운 자리가 더 많을 겁니다.


이럴 때 직장동료 중 누군가가 예전에 사용하던 한쪽 구석에 버티고 선 에어컨을 보며 "에어컨이라도 틀자"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말한 동료는 바깥의 기온이 에어컨에 설정된 최저온도보다 낮으니, 에어컨 온도를 27℃ 정도만 맞춰놓고 틀어도 실내는 따뜻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바깥의 기온이 -2℃라고 가정하고 에어컨의 희망온도를 27℃로만 맞춰도 에어컨이 실내온도를 27℃ 근처까지는 올려주지 않겠느냐고 계산한 것이지요. 과연 그 사람의 계산처럼 에어컨을 틀면 실내는 27℃로 따뜻해질까요?


더울 때 바람이 불면 시원하다고 느끼는 것은 땀이 바람에 의해 증발하면서 몸에 있는 열을 빼앗아가기 때문입니다. 어떤 물질의 상태가 고체에서 액체, 액체에서 기체 등으로 변할 때는 주변에 있는 열을 흡수하게 됩니다. 고체가 액체로 변할 때 흡수하는 열은 융해열, 액체가 기체로 변할 때 흡수하는 열은 기화열이라고 합니다.


에어컨은 기화열을 이용해 공기를 차갑게 합니다. 에어컨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체를 액체로, 액체를 기체로 바꿀 수 있는 물질, 즉 냉매(에어컨 가스)가 필요합니다. 에어컨을 틀면 압축기가 기체 상태의 냉매를 압축시켜 냉매의 온도를 80~100℃까지 올립니다.


이렇게 데워진 냉매는 응축기로 이동합니다. 여름의 바깥온도는 기본적으로 30℃를 넘어 무덥지만, 데워진 냉매에 비해선 아주 차갑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냉매는 응축기를 통과하면서 온도가 떨어지고, 기체 상태에서 액체로 바뀌게 됩니다. 기체가 액체로 바뀌면서 열이 방출됩니다. 이 열은 실외기를 통해 밖으로 내보내집니다. 실외기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지요.


응축기를 통과하면서 액체가 된 냉매는 다음 단계인 팽창밸브로 이동합니다. 팽창밸브는 통로가 갑자기 좁아졌다가 다시 넓어집니다. 그러면 팽창밸브를 이동하던 냉매의 속도가 빨라지고, 압력과 온도도 낮아집니다. 이 과정에서 냉매는 아직은 액체지만 기체로 변하기 쉬운 상태로 변해 증발기로 보내지게 됩니다.


증발기에서 실내의 뜨거운 공기와 만난 냉매는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게 됩니다. 이 과정, 즉 증발을 통해 액체가 기체로 바뀌면서 주변의 열을 흡수합니다. 그래서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지고, 이 차가워진 공기를 실내기를 통해 실내로 내보내게 되는 것이지요.


기체가 된 냉매가 다시 압축기로 들어가면서 같은 과정이 반복돼 실내의 공기는 차가운 공기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일정시간 작동해 실내가 시원해지면 냉매를 증발시킬 뜨거운 공기가 없기 때문에 실외기는 작동을 멈춥니다. 이쯤에서 에어컨의 기능을 제대로 분석되셨나요? 실내기는 뜨거운 공기를 차게 식히는 기능만 있다고 봐야 합니다.


겨울의 실내는 에어컨을 틀어놓은 온도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에어컨을 틀어도 실외기가 가동되지 않습니다. 켜도 에어컨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에어컨의 냉방모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외부 기온이 21~43℃ 정도는 돼야 합니다. 실내온도도 18~32℃ 정도에서 작동한다고 합니다. 실내온도가 최소 18℃ 이상은 돼야 한다는 말이지요.


에어컨의 실외기와 실내기의 기능을 서로 바꾸면 가능합니다. 이런 에어컨을 '히트펌프(Heat pump)'라고 하는데, 실외에서 공기나 물, 땅 등 외부의 열원에서 열을 흡수해 실내로 따뜻한 바람을 보낸다고 합니다. "추운데 에어컨이라도 틀자"라고 말한 직장동료의 생각은 틀린 것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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