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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한국관광 광고와 판소리도 '힙'할 수 있어 [음악]

요즘 ‘힙’한 광고가 있다.


‘힙(Hip)’이란? 대중적인 유행이 아닌 자신만의 개성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힙스터(Hipster)’라는 말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보통 ‘힙’한 광고라고 하면 브랜드 광고를 생각하기 쉬운데, 놀랍게도 일반 광고업체가 아닌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들었다.

ⓒ한국관광공사,이메진더코리아_서울편.jpg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캡쳐 ⓒ한국관광공사

일반적으로 한국관광공사의 한국 홍보영상이라고 하면, 김치·비빔밥·불고기·한류스타 등의 요소가 하나쯤은 들어가 있는 영상을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관광공사가 이전과는 색다르다 못해 파격적인 시도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영상을 기획했다.

한국관광 홍보영상 기획자 인터뷰 영상 ⓒ크랩(KLAB)

그렇다면 효과는 어떠했을까? 무려 몇천만 뷰. 시리즈들을 모두 합치면 1억 뷰가 넘는다.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서울편 ⓒ한국관광공사

해당 영상이 올라간 ‘Imagine your Korea’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 하나다. 한국관광공사의 브랜드마케팅부 오충섭 팀장은 유튜브 채널 크랩에서 “원래 저희 광고는 해외 잠재 관광객 대상 영상”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외국인들을 타깃으로 만든 광고 영상이지만, 재밌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있는 영상이다. 영상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영상미와 힙한 판소리, 독특한 감성이 합쳐졌다. 이것이 나라를 불문하고 이 영상 매력에 빠지게 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광고에 나오는 판소리와 현대음악을 접목한 퓨전 국악은 이날치라는 밴드가 만들었다. 이날치 밴드의 ‘이날치’라는 이름의 유래도 궁금하다. 이날치 밴드의 소리꾼 안이호 씨는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512회)에서 “조선후기에 활동한 명창 이름에서 따왔다. 본명은 원래 이경숙이며, 이날치는 본명이 아니다. 줄타기하는 분인데, 줄을 날치처럼 잘 탄다고 해서 이날치라고 불렸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치’ 명창은 조선 후기 판소리 8대 명창 중 한 명이다.


서울 홍보 영상에 나오는 노래 역시 이날치 밴드가 불렀다. 이날치 밴드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악도 ‘범 내려온다’라고 할 수 있다. ‘범 내려온다’는 이날치 밴드의 1집 수록곡으로 부산과 전주 편에 쓰인 ‘어류도감’과 ‘좌우나졸’도 1집에 실렸다.

이날치밴드 인터뷰영상 ⓒ비디오머그

<수궁가>의 가사를 토대로 음을 붙여 퓨전 곡을 탄생시킨 창조자는 누구일까. 바로 이날치밴드의 베이스를 맡은 장영규 씨다. 장영규 씨는 여러 영화나 드라마 프로그램 OST도 만든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전우치>, <곡성>, <부산행>, <보건교사 안은영>이 있다.

앰비규어스 댄스 캠퍼니 인터뷰영상 ⓒ한국일보

장영규 씨의 음악 감각도 놀랍지만, 노래에 맞춘 재치 있는 안무도 눈길을 끈다. 홍보 영상에서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는 힙한 판소리 음악에 더욱 풍성함을 더해주는 춤을 췄다.


‘범 내려온다’에서는 정말 호랑이가 신나서 덩실덩실 춤추는 동작을, ‘어류도감’ 부산편 영상에서는 물고기들이 움직이듯 흐물흐물한 팔 동작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각 음악 특색에 맞는 춤 테마가 돋보인다. 그 덕에 옆에서 함께 들썩거리며 춤을 추고 싶어졌다. 영상에서 매번 앰비규어스 팀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것도 포착된다. 앰비규어스 팀은 보는 이들이 자신의 얼굴보다 춤에 더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착용한다고 했다.


앰비규어스와 이날치 밴드가 호흡을 맞추게 된 까닭도 궁금하다. 이날치 밴드 드러머 이철희 씨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이전에 영규 형이 앰비규어스 팀과 협업을 했는데, 그 인연이 이어져 지금까지도 함께 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판소리 <수궁가>를 테마로 만든 광고영상

이날치 밴드하면 대표적인 ‘범 내려온다’ 말고도 부산 광고영상에 쓰인 ‘어류도감’, 목포 광고영상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등은 모두 판소리 <수궁가>의 내용을 가지고, 퓨전판소리로 새롭게 만든 것이다. 서울 광고영상에 쓰인 ‘범 내려온다’의 경우 <수궁가> 내용 중 일부이다.


<수궁가>라고 하면 몇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수궁가>는 유명한 ‘토끼와 간’ 이야기 <토끼전>이다. <토끼전>은 우리나라 고전 소설로 작가 미상의 구전 설화다. 그래서 다른 제목으로 <별주부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나중에 『삼국사기』에 기록되었다. 판소리로 불려 전해졌기 때문에 판소리계 소설이라고도 한다. 다른 판소리계 소설로는 <심청가>,<춘향가>,<흥부가> 등이 있으며 함께 판소리 다섯 마당으로 꼽히고 있다.

수궁가일러스트_박신영.png

옛날 바다를 지배하는 용왕이 살고 있는데, 그만 병이 나고 말았다. 용왕의 주치의는 이 병이 나으려면 육지 생물 토끼의 간을 먹어야한다고 아뢴다. 그러나 바닷속 생물들이 육지로 나가면 모두 죽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며 의논을 한다. 긴 논의 끝에 유일하게 육지로 나갈 수 있는 자라가 토끼를 데려오기로 하고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범 내려온다’는 자라가 육지로 토끼를 데리러 갔을 때, 토끼를 ‘토 선생’이라고 부르다 발음이 새 ‘호 선생’하고 부르는 실수를 하게 된다. 토끼 근처에 있던 한 호랑이가 생전 처음 ‘호 선생’이라는 존칭을 자라에게 듣고 신이 나서 어슬렁거리며 오는 내용이다. ‘어류도감’은 용왕의 병이 극심한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바다의 고관대작들이 대전에 모여 회의하는 내용을 담았다. 

광고도 이제 ‘힙’해질 때

광고영상에서 자칫 너무 기존의 전통과 엇나간 개성을 드러낸다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적절히 현재의 트렌드를 접목하고, 한국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흥미를 끌어냈다. 그래서였을까? 외국인 말고도 국민마음까지 쏙 사로잡았다. 하나의 성공적인 도전 사례가 됐다.


광고영상의 댓글을 보면, 자신이 알고 있던 나라임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장소를 있었냐며 다시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코로나 기간에 못 갔던 국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사람들도 보였다. 국민들도 자세히 몰랐던 우리나라 문화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보는 효과도 기대해봄 직하다.


언제까지 김치를 우려먹고, 비빔밥을 우려먹을 것인가. 온 세계에 한류 붐을 일으킨 한류스타도 확실히 홍보 효과를 톡톡히 해낼 수 있다. 하지만 크랩에서 관계자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확률이 되게 많다”고 인터뷰한 내용처럼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따라서 이번 광고를 감계로 삼아, 이 밖에 우리나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시도가 많아졌으면 한다.


아울러 전형적인 기존의 것을 고수해오다 과감한 시도를 한 한국관광공사 분들에게 우레와 같은 손뼉을 쳐주고 싶다. 이미 관광 광고를 찍기 이전부터 대중에게 판소리를 알리기 위해 애쓴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에도 감사하고 싶다. 앞으로 한국문화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고 뽐낼 영상들이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익숙한 “Do you know~?” 뒤에 언젠가 다양한 우리의 문화들이 따라오길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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