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에게 더 좋지만, 동시에 누구에게나 좋은 '카피 공부'
핼 스테빈스가 적어놓은 1060가지의 효과적인 카피 쓰는 법
기다렸던 책을 받았다. 바로 매일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는 ‘카피 공부’다. 첫 인생은 생각보다 경쾌했다. 책에 ‘공부’라는 말이 있어, 자칫하면 무거운 느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콜라를 마시고 싶어지는 표지와 어른 손바닥만 한 편리한 사이즈가 먼저 눈을 사로잡았다. 처음의 생각보다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펼쳐보니, 줄글 형식이 아닌 주제별로 나열된 1060개의 문장이 있었다.
카피 공부는 전설이 된 광고 카피라이터인 핼 스테빈스가 1957년 발표한 1060개의 문구로 이루어져 있다. 핼 스테빈스는 이 책을 통해 카피 만드는 사람을 위한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을 적어 놓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처음 책의 소개를 접한 사람은 이 책이 광고를 전공하는, 또 광고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느낀 생각은, 카피가 꼭 광고의 전유물은 아니며 이 책의 대상 또한 한정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1. 카피에 대한 오해를 지우다.
흔히 카피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오해가 있다. ‘카피는 오직 달콤한 말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은근히 속임수 취급을 받는 카피는, 물건을 팔기 위해 현혹하는 말이라고 오해를 받기 쉽다. 필자 또한 겉으로는 말하지 못해도 은근히 속으로는 그런 오해를 했는지 모르겠다. 그 때문에 책을 읽는 시선도 약간은 비판적으로 읽게 되었다. 언어를 다루는 데에 있어 진실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는 33번의 문장을 읽는 순간 잠식되었다.
기만에 불과한 광고가 너무 많다.
그런 광고는 읽는 사람만 속이는 것이 아니라 그 광고를 위해 돈을 지불한 사람도 바보로 만든다.
기만에 불과한 광고를 지적하는 33번 문장 |
비슷한 문장은 뒤에서도 계속된다. 123. 팩트부터! 뭐든 알고 시작해야한다. 124. 아무리 일을 잘하는 사람도 팩트를 넘어설 수는 없다. 417. 카피에서 재치와 팩트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팩트를 골라라.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안심되었다. 상업적인 문장을 만드는 것이 주가 될 거라는, 그래서 거짓도 부풀려서 말할 수 있겠다는 카피에 대한 오해가 사라진 것이다. 카피에 대해 오해하던 필자에게 핼 스테빈스가 일침을 날린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후에는 비판적인 눈을 지우고 자연스럽게 책을 읽어나갔다. 어떻게 글을 쓰면 인상적이고 담백한 문장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2. 모든 언어에 통용되는 법칙
책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대화 못지않게 카피에도 적용되는 말 : 흥미로운 사람이 되고 싶으면, 흥미를 가져라.
짧고 강렬했던 418번 문장 |
그저 짧고 인상적인 문장을 쓰기 위해, 언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선택한 책인데 저 단순한 문장 하나가 평소 필자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했다. 언어를 잘 다루기 전에 먼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언어를 ‘사용’하려고만 하지 말고 흥미로운 태도를 유지할 것. 핼 스테빈스는 저 문장을 대화 못지않게 카피에도 적용하라고 했지만, 카피라이터가 아닌 필자에게도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면서 동시에 꼭 가져야 할 태도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 책을 접하는 사람들은 필자처럼 단순히 글을 잘 쓰기 위해, 눈에 잘 띄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책을 펼쳤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저 문장을 보고 느끼는 것이 어느 정도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비어버린 언어를 남발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늘 흥미를 가져야 한다. 우리가 흥미를 가져야, 타인도 이에 응해줄 것이다.
3. Murder your darlings!
소중한 사람을 죽이라니? |
제목을 보고 흠칫한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얼마나 잔인한 말인가. 소중한 사람을 죽이라니. 하지만 저자가 이 표현을 사용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바로 핵심만을 담아, 팩트를 담아, 쉽고 간결하게 글을 써내라는 말이다.
책으로 카피를 쓰는 법을 이야기할 정도면, 또 그 문장이 무려 1060개에 달할 정도이면 카피라는 글을 쓰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그렇게 어렵고 고심해서 쓴 문장을 죽이라고 말한다. 또 그 문장을 죽이는 일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일 만큼이나 어렵다고 비유하고 있다. 그런데 왜, 꼭 문장을 죽여야만 할까? 저자는 책 속에서 끊임없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 대신 쉽게 표현해서 간결한 문장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으라고 말한다.
“JUST DO IT” -나이키
“Think Different” -애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현대카드
위의 성공한 카피들을 보면,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거나 지나치게 긴 문장이 없다.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소비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쩌면 카피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소중한 글을 더 핵심적으로 단순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후기를 마치며
끝으로, 이 책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남기고 싶다. '카피라이터에게 더 좋지만, 동시에 누구에게나 좋다.' 사실 몇몇 상업적인 이익을 두고 쓰여있는 문장은 굳이 카피라이터가 아닌 사람은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외의 대다수 문장은 언어를 다루는 모든 사람에게 꽤 괜찮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글을 늘어지게 쓰는 것이 고민인 사람, 효과적으로 의견을 어필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역으로 조금 더 똑똑한 소비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까지. 언어를 다루는 모든 사람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카피 공부라는 미지의 영역에 호기심이 들었다면, 의외로 우리의 언어생활과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 책을 권한다.
카피 공부 - 60년간 사랑받은 카피 쓰기 바이블 -
- 원제 : COPY CAPSULES
- 지은이 : 핼 스테빈스(Hal Stebbins)
- 옮긴이 : 이지연
-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 분야 : 자기계발, 광고, 글쓰기
- 규격 : 120*188*25mm
- 쪽 수 : 304쪽
- 발행일 : 2018년 3월 1일
- 정가 : 14,800원
- ISBN : 979-11-55811-47-4
- 문의 : 도서출판 윌북 (031-955-3777) 구매하기
이지연 에디터 vnf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