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여행'에 대한 생각
현실을 더 사랑하기 위해, 현실에서 잠시 멀어지는 시간.
현실로부터 잠깐 멀어지기: 스위스로의 여행
나는 예전부터 '여행'에 대한 갈증이 컸던 편이다. 그러나 그 갈증의 성격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 과거의 나는 어느 나라나 도시가 궁금하고 보고싶어서 여행을 가고자 했었다. 그러나 요즘의 나는 그냥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서' 여행을 갈구한다. 이는 어떻게 보면 ‘도피성 여행’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이 점점 버겁고 마주하기 힘들어질 때, 나는 이 현실로부터 ‘잠시’ 멀어지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여행이라는 선택지를 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내가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의 모습은 바로, '미세 먼지'와 '잡다한 생각들'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미세 먼지 없는 맑은 날을 맞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 되어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렸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 더 이상 이상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느새, 미세 먼지라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미세 먼지에 더해 버겁게 느껴지는 나의 또 다른 현실은 바로 '잡생각'이다. 이것 저것 준비는 하고 있지만 모든 것이 불안한, 대학교 졸업반의 나는 답이 없는 여러 고민과 잡다한 생각 때문에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곤 한다. 이런 내가 선택한 이번 도피처는 바로 ‘스위스’였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본 스위스의 어느 산 속 마을은 마치 나의 이러한 현실과는 먼 '동화 속 마을'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SNS의 사진 한 장과 함께 시작된 나의 스위스 여행은 ‘기대 이상’이었다. 스위스에 도착해 숨을 쉬는 순간 나를 마주해준 '미세 먼지 없는 맑은 공기'는 한순간에 내 여행을 완벽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구름보다 높은 설산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말 그대로 현실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인스타그램에서 본 마을, '그린델발트'는 매일 아침마다 동화같은 풍경으로 나를 깨워주었다. 이런 꿈 같은 풍경들은 그동안 내가 현실 속에서 지니게 된 모든 고민들을 사라지게 해줬다. 정말 오랜만에 아무 걱정 없이, 맘 편히, 오롯이 '나 자신'과 '내 감정'에 집중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엄마와의 자유여행
성인이 된 후, 나는 매번 스스로 계획을 짜서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이번에도 물론 ‘자유여행’을 택했다. 그런데, 이번 자유여행은 좀 특별했다. 바로 나의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하는 자유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함께하는 자유여행은 친구들과의 여행과는 확연히 달랐다. 우선 자유여행이 처음인 엄마를 위해, 거의 모든 것을 내가 계획하고 알아봐야 했기에 상당한 부담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엄마에게 자유 여행이기에 보고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상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기에, 더더욱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과의 여행보다는 확실히 더 많은 공부와 준비를 해야 했다. 여기서 오는 힘듦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엄마와의 자유 여행에서는 친구들과의 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여러가지 감정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벌써부터 다시 엄마와 자유 여행을 가고 싶은 것을 보면 이것이 나에게 주는 울림이 생각보다 컸나 보다. 특히, 작은 것에도 순수하게 감동하고 반응하는 엄마를 보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보다, 그 풍경을 복 행복해 하는 엄마의 모습을 봤을 때가 더 벅차 올랐다. 이 벅차오름은 흐뭇함, 뿌듯함, 뭉클함 등의 복합적인 감정들이 뒤엉켜 나온 것 같았다. 사실 이 감정을 느낀 것이 처음이라 정확히 어떤 류의 감정인지는 아직 명확히 분류할 수 없을 것 같다. 허나, 이 감정의 울림이 큰 것은 확실하다. 여행 다녀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지금, 벌써부터 엄마와의 자유 여행이 다시 떠나고 싶은 것을 보면 말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이번 여행 이후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여행이란 것이 '현실을 다시 사랑하며 마주하기 위한 잠깐의 휴식 시간'은 아닐까 라는 것이다. 힘든 현실을 계속 마주하다 보면, 우리는 더 이상 그 현실을 사랑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지 않는 현실은 자연스레 외면하고 싶어진다. 그러다 보면,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과 순간의 가치를 놓치게 된다.
여행이란 이러한 현실로부터 '잠깐' 거리를 두는 방법 중 하나이다. 나의 현실로부터 아주 잠깐 멀어짐으로써, 현실과의 적정한 거리를 조정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 가까이 있어 나를 숨막히게 했던 현실로부터 잠깐 멀어져 쉴 수 있는 순간이 생긴다면, 우리는 현실을 다시 마주하게 해줄 힘을 충전하게 될 것이다. 다시 현실이 버겁고 미워질 때 쯤, 나는 다시 '여행'을 갈구하게 될 것이다.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나를 충전해 줄 '여행'이란 존재가 있으니 다시 나의 현실을 마주할 준비를 해야겠다:)
윤소윤 에디터 sbyun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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