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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새로운 세상으로 갈거야. 준비됐어? - 뮤지컬 "사의찬미"

누구나 한 번쯤 보고 싶어 하지만, 자리가 없어 보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은 한 뮤지컬이 있다. 바로 대학로 유명 뮤지컬 <사의찬미>다. <사의찬미>는 2013년 <글루미데이>라는 이름으로 초연된 이후 5연째 이어지고 있는 극으로, 전석 매진되는 날이 부지기수일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윤심덕과 김우진의 사건을 다룬 당시 조선일보 기사

1926년 조선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한 남녀의 동반자살 사건이 있었다. 목격자도, 시체도 없는 그 미스터리한 사건은 당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과 전라도 거부의 아들인 극작가 김우진이다. 둘은 도쿄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도중 만났고, 빠르게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 사랑이 계속되기엔 둘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김우진은 조선에 아내와 자식이 있었고, 그 때문에 윤심덕을 떠나야만 했다. 윤심덕은 성공적인 데뷔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으며 근거 없는 소문에 휘말리며 욕을 먹기도 했다.


결국 둘은 1926년 여름,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연락선 위에서 함께 투신한다. 유서도, 시체도 발견되지 않으며, 이들의 죽음은 이룰 수 없는 사랑과 꿈에 절망한 젊은 남녀의 동반자살로 정리되었다.


이들의 미스터리하고 드라마틱 한 죽음은 이후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형식의 창작물로 각색되었다. 그리고 그중 2019년 여름에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뮤지컬 <사의찬미>일 것이다.

뮤지컬 <사의찬미>는 사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통해 윤심덕과 김우진의 죽음을 풀어나가는 창작 뮤지컬이다.


실존하던 윤심덕과 김우진, 그들이 만난 이후 모든 사건들의 배후에 사내가 있었다는 픽션을 더한 것이다. 극은 과거 세 사람이 만나 함께하던 1921년과, 현재 윤심덕과 김우진이 투신을 몇 시간 앞둔 1926년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SYNOPSYS


1926년 8월 4일, 새벽 4시. 관부연락선 도쿠주마루.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바다로 몸을 던진다. 캄캄한 어둠. 적막한 바다.


관부 연락선이 오전 4시경 쓰시마섬 옆을 지날 즈음 김우진과 윤심덕이 현해탄에 몸을 내던졌다. 두 사람의 죽음은 목격자도 없었고, 시체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 두 사람을 둘러싼 억측과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갖가지로 비화되었다. 배에는 윤심덕, 김우진 외에 신원 미상의 한 사내가 탑승하고 있었다.


시대에 대항하여 예술혼을 불태우고자 했던 예술가들 앞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남자, 사내. 그는 과연 이들의 투신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가장 비극적일 수도, 가장 아름다울 수도 있는 결말을 향해 치닫는 세 남녀! 시대와 사상을 초월한 삶과 죽음의 대립!

극을 보면서 가장 모호했던 것은 ‘사내’의 존재였다. 극을 보는 중에는 그냥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김우진이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과거 셋이 친하게 지냈을 때에도 영락없는 장난기 많은 청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을 다 보고 생각해보니 사내는 사람이 아닌 어떠한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심덕과 김우진의 미래를 모두 알고 있고, 그들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을 보면 신과 같은 존재라는 느낌이 든다. 또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김우진의 또 다른 인격이라 느껴지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내의 모호함은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또 그날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배우들의 합과 서로 주고받는 티키타카에서 오는 에너지가 매우 중요한 소극장 3인극의 매력을 살리기에 매우 적합한 장치가 되는 것이다.

뮤지컬 <사의찬미>는 초연 때의 제목인 <글루미데이>에 걸맞게,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세트와 무대의 조명은 어둡고, 넘버 역시 대부분 어둡고 강력하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당시 시대가 암울하기도 했고, 주인공인 윤심덕과 김우진의 삶도 순탄치 않았던 것을 잘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비록 침울했던 시대에 무기력한 삶이었을지라도 둘은 꿈과 사랑을 버리지 않았다. 그들이 죽음을 선택하면서까지 새로운 세상, 자유 그리고 사랑을 얻고 싶어 했으니까.


비극적이면서 아름다운 드라마, 미스터리한 사내의 존재, 매 회 달라지는 극의 느낌, 우울함 속에서도 꿈과 사랑을 버리지 않는 이들의 모습 등 사람들이 뮤지컬 <사의찬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사의찬미>는 10월 20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되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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