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가 노래하고 아니쉬 카푸어가 만들어내다
tall tree and the eye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찾으러 저승길에 오릅니다. 저승의 신 하데스는 오르페우스의 하프 연주를 듣고 감동을 받아 그의 아내를 내어줍니다. 단 금기가 있는데요. 이승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오르페우스는 이를 지키지못하여 아내는 다시 저승으로 가게되구요. 한번쯤은 들어봤을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한부분입니다. 이 오르페우스는 아폴론에게 하프를 배워 뛰어난 하프실력을 자랑한다고 하는데요. 그가 연주를 하면 목석(木石)이 춤을 추고 맹수도 얌전해졌다고 합니다.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오르페우스를 소재로 시도 창작하는데요. 다음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의 일부입니다.
저기 나무 한 그루 솟았다. 오 순수한 상승이여!
오 오르페우스가 노래한다! 오 귓속의 드높은 나무여!
그리고 모두가 침묵했다. 그러나 침묵 안에서조차
새로운 시작과 신호와 변화는 일어났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이 시에서 영감을 받아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아니쉬 카푸어는 작품을 만듭니다. 작품의 이름은 'tall tree and the eye'입니다.하늘로 상승하려는 나무의 몸짓과 같은 모양을 보이네요. 카푸어의 기념비적인 작품 'tall tree and the eye'는 2009년에 구겐하임 미술관에 설치되었는데요. 이 작품은 제프 쿤스, 후지코 나카야 등 쟁쟁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 옆에 설치되었습니다. 2013년에는 삼성 리움 미술관 야외 전시장에도 같은 작품이 설치된 적이 있습니다. 작품에 대하여 알아볼까요? 이 작품은 73개의 반짝이는 구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 여러개의 구는 세개의 축에 각각 고정되었구요. 15m의 거대한 크기는 웅장합니다. 구를 이루고있는 재료는 스테인레스입니다. 구는 각각 서로 다른 구를 반사하고 굴절시킵니다. 동시에 공간과 형태를 창조하고 용해합니다. 무슨말이냐구요? 다음 사진을 함께 볼게요.
Anish Kapoor Tall Tree & The Eye, 2009 Stainless steel and carbon steel 13 x 4.4 x 4.4 m Guggenheim Bilbao Museoa |
반사되는 구의 표면에 서로 다른 구가 나타나있네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주변의 도시 풍경과 자연의 넘실대는 하늘이 구의 표면에 얹혀있습니다. 이런 풍경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기도 합니다. 노을이 지는 날이라면 이 작품은 예쁜 노을의 색감으로 구의 표면이 아름답게 변할 것 같네요. 주변의 풍경은 이 은빛의 구에 내던져지고 둥근 표면 위에 새로이 그려지며 풍경의 변화는 매 순간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카푸어는 이것을 “생성 상태에 있는 오브제”이며, 사물로 실재하면서도 사물성이 사라진 “비-오브제(non-object)”라고 설명합니다. 카푸어는 작품을 통하여 우리시각의 세계의 확장을통한 불안정성과 덧없음을 상기시킵니다.
작품설명은 여기에서 마치고, 아니시 카푸어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그는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입니다. 인도 뭄바이 태생으로 미술 공부는 영국에서 했습니다. 혼지 미술대학에서 학사를 딴 이후 첼시 미술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았습니다.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 중에는 윤이 나는 스테인레스를 재료로 활용하여 필연적으로 작품에 사물이 반사되는 것을 그 특징으로 삼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거울과 같이 있는 그대로를 비추는 것은 아닙니다. 스테인레스를 활용한 그의 작품은 대게 곡선의 입체적 조형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 비추거나 반사되는 사물들은 왜곡될 수밖에 없구요. 이런 특징을 가진 작품에는 'tall tree and the eye' 외에도 'vertigo'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유명한 'cloud gate', 'upside down'이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다른 작품은 다음글에서 설명해볼게요.
아니쉬 카푸어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http://artinsight.co.kr/n_news/news/view.html?no=22834
최서연 soulmate_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