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줄거리
결혼 5년 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초심의 변심
Life has a gap in it, it just does. You don't go crazy trying to fill it...
(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 처럼 일일이 다 메꿔가면서 살 순 없어.)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감정이 제일 두려워요.
익숙함과 무료함의 미묘한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고 가는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불륜을 미화한 영화가 아닌가?'라는 불편한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결론은 여자 주인공 마고의 옳지 않은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주인공의 마음을 조금 디테일하게 캐치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긴 대사가 필요하진 않았다. 햇살이 드는 오후 요리를 하다가 오븐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눈빛만 보아도 그 공허함이 느껴진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딘가 비어있는듯한 느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목적없는 시선들.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끝이 없는 텅 빈 공간으로 떨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 사람들은 그 공허함의 공감을 채우기 위해 새로움이라는 물건을 사는것이 아닐까. 새로움이 익숙함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일까? 사실상 두 가지를 가지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각각의 사랑에는 분명한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새로움에는 장점을, 익숙함에는 단점을 더욱 크게 와닿는다는걸 다들 알고있을것이다. 남자와 여자, 아니 어쩌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재 진행형의 사랑을 원한다고 할 수 있다. 편안함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그동안의 추억의 나열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잠시 안 보일 뿐이다.
사람과 사람, 그 사이의 필요성
Video killed Radio star,
더 나은 것을 찾아갔지만 단지 대체 되었을뿐이고 계속되는 결핍은 채워지지 않는다.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변하지 않는 게 있다고 생각해? 너랑 만날 때는 사랑이 감정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헤어지고 생각해 보니 의지의 문제였어. 내가 얼마나 이 사람을 좋아하나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이 사랑을 지키고 싶은지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 내가 이 드라마를 풋풋한 20대 초반에 보았다면 그냥 그러고 흘려보냈을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야 잔잔하지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장난 샤워기 때문에 샤워하다가 갑자기 찬물이 쏟아져 곤욕을 치뤄야 했던 주인공 마고. 마고와 남편인 루가 헤어지는 날 루는 말 한마디를 한다. "고장이 아니었어. 그냥 나중에 늙어서 내가 수십 년 동안 매일 이짓을 했다고 고백하려 했어. 그래서 당신을 웃게 해주려고." 서로에게 사소하지만 지속적인 존재가 되는 점 그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연인관계 부부관계, 그리고 어떠한 인간관계에 대해서 얼마나 지키고 싶은가가 내가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새로움에 흔들린다는 것, 어쩌면 사람으로서 당연한 마음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흔들림을 잡는 것, 그리고 흔들림에서 버티는 것이야말로 그 사람을 내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누군가를 나의 모든걸 버려서라도 붙잡고 싶었다면 당신은 진정한 사랑을 한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해도 좋다.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모든 것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싫어
새것도 결국 헌 것이 돼. 헌 것도 처음에는 새 것이었지.
필자인 나는 새 물건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예를들면 수능 때 나눠주었던 샤프도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무언가 가지는 낯설음을 극복하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선호하는 편은 아닌것 같다. 사람도 사랑도 똑같지 않을까. 흰 운동화를 버리지 못하고 몇년째 신고 있다. 밑창이 떨어져 비오는 날은 빗물이 신발로 다 들어오는가 하면 운동화는 세월의 때가 타서 이제는 회색빛이 돌고 있는 정도이다. 친구들은 "그 신발 좀 그만 신어~ 똑같은걸로 사면 되잖아"라고 하지만 나는 대답한다 "내발에 너무 잘 맞춰져서 그런가 버려지지가 않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현재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그런 사이, 그 안정감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남편 루의 마음이 꽤나 와닿았다. 새로움은 또 다른 새로움으로 대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익숙함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익숙함은 또 다른 익숙함으로 대체할 수가 없다. 모든 조건이 완벽하다고 해서 나에게 완벽한 것은 아니다. 조금은 흠이 있고 혹은 다른 것들과 조금 달라도 나에게는 완벽한 짝일 수 있다. 남들의 시선을 조금은 당연하게 무시할 필요가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의도하지 않게 발생하듯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도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런 예고 없이 찾아오는 감정들에게 당황하지 말고 담담하게 맞설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길 그러고 그런 사람이 되길. 그리고 일, 사랑, 미래 등 어떠한 것이라도 좋다. 항상 가슴 떨리는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전하진 에디터 gkwls03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