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주의 - 언제쯤 믿어줄래요?
네이밍에 따른 어감 차이
비혼주의. 요즘 많이 듣는 단어이다. (자발적으로) 결혼하지 않으려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전에는 독신주의라 했었다. 최근 방영한 ‘마이리틀텔레비전 2’에서 전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비혼주의란 단어에 대해 『결혼 못 한 것을 있어 보이게 포장한 말』이라고 했다. 이 말은 방송 후 약간의 논란이 있었지만, 내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아니기에 넘기기로 한다.
출처 :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2' |
난 비혼주의보단 독신주의라 말하고 싶다. 좀 더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어릴 적부터 ‘독신주의’라 말했기 때문에 요즘 사회에 더 어울리는 말보다 기존 뉘앙스로 당시 내 말을 무시했던 ‘어른’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언제쯤 알아줄까?
처음 입 밖으로 ‘나 결혼 안 할 거야. 독신주의자입니다.’라고 말을 했던 건, 9살 때였다. 난 결혼하지 않으려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지만 당시 내 얘기를 들은 어른들은 ‘풉’했다.
“네가 아직 사랑을 안 해봐서 그래~”
“너 같은 애들이 더 빨리 결혼한다?”
“그래그래~ 커서 다시 얘기하자:)”
억울했다. 어린 마음으로 그런데 아닌데. 그렇게 고등학생이 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내 생각은 변함없었다. 하지만 그때도 어른들은 내게, 진정한 사랑이나 성숙한 사랑을 안 해봐서 그런 거라고 했다. 그렇게 성인이 됐고 지금은 20대 중반을 넘어 곧 후반에 들어선다.
적지 않은 수의 연애도 했다. 요즘 주변을 보고 드는 생각은, ‘언제쯤 인정하고 받아들여 줄까?’이다. 결혼 적령기가 아닐 땐, 어려서 그런 거라고 하고. 또, 결혼 적령기일 땐 남자가 없어서 못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러다 내가 진짜 독신으로 40대가 된다면 다들 ‘노처녀’라고 생각하겠지?
중·고등학교 때 혼자인 늙은 무서운 선생님이 계시면 아이들이 “저러니까 결혼을 못 했지”라고 했었다. 지금은 이때 아이들이 했던 말들이 생각난다. 내가 늙어서 들을 말이 될까 봐. 그 나이 돼서 ‘안 한 거다’라고 하면 믿어줄까? 도대체 몇 살이어야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인정해줄까? 너무 답답하다. 나중에 취직해서 회사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이제 난 솔직히 말하면 안 되는 걸까? 일일이 해명하고 설명하기도 힘들고 지친다. 맞대응하기도 버겁다.
나 결혼 안 할 거예요.
아직 결혼하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남자를 못 만나봐서도 아니고,
생각이 부족해서도 아녜요.
나만의 이유가 있어요.
물론 사람은 누구나 변해요.
하지만 나는 날 잘 알아요.
난 어지간해선 변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더욱.
그리고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9살 때부터 했던 생각을
지금도 하는 거고요.
결혼뿐만이 아니에요.
애를 갖지 않으려는 것 등등
어릴 때 가졌던 가치관을
지금도 쭉 갖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들이 주변에서 그러면 그럴수록
더 고집부리게 되는 것 같아요.
당신들처럼 그러기 싫어서요.
내가 몇 살이 돼야 믿어줄래요?
언제쯤 순수하게 받아들여 줄래요?
홍서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