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을 잡을 것인가, 이 영화를 잡을 것인가 나라면 '극한직업'
Opinion
요즘 핫하디 핫한 영화 <극한직업>을 봤다. 극장에서 코미디영화는 잘 안보는데 영화 <스물>의 이병헌감독의 작품이기도 하고, 치킨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봤다. 장염때문에 치킨을 못 먹고 있기 때문이다.
소감은 진짜 재밌었다. 얼마나 재밌었냐면 누가 '치킨 사줄까? <극한직업>영화 보여줄까?' 이러면 <극한직업>보여달라고 할 정도로. 단순 코미디 영화가 이렇게 재밌고 높은 평점으로 인기를 끄는 모습은 꽤나 오랜만이다. 어설프게 지키고 있던 비판적 의식를 처음부터 무장해제 시켜버린 <극한직업>, 이 영화가 왜 그렇게 재밌었는지 그 순간들을 다시 짚어보고 싶다.
줄거리
"(띠리리리리링)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네, 수원 왕갈비 통닭입니다."
낮에는 치킨장사! 밤에는 잠복근무! 지금까지 이런 수사는 없었다!
불철주야 달리고 구르지만 실적은 바닥, 급기야 해체 위기를 맞는 마약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팀의 맏형 고반장(류승룡)은 국제 범죄조직의 국내 마약 밀반입 정황을 포착하고 장형사(이하늬), 마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재훈(공명) 4명의 팀원들과 함께 잠복 수사에 나선다.
마약반은 24시간 감시를 위해 범죄조직의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해 위장 창업을 하게되고, 뜻밖의 절대미각을 지닌 마형사의 숨은 재능으로 치킨집은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다.
수사는 뒷전, 치킨장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마약반에게 어느 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는데…
범인을 잡을 것인가, 닭을 잡을 것인가!
재미는 치킨의 힘? + 튼튼한 뒷받침
코미디영화의 가장 본질적인 목표가 웃음의 유발이라고 할 때, <극한직업>은 이를 충실하게 이룬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소재만을 봤을 때 ‘경찰’과 ‘조폭’의 조합은 식상하다. 이미 수없이 많은 작품들이 경찰과 조폭이라는 소재로 등장했다. 덕분에 우리는 ‘경찰과 조폭’으로 전개될 수 있는 내러티브를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극한직업>은 여기에다 ‘치킨’이라는 소재를 버무렸다.
뻔한 소재에 쌩뚱맞은 소재가 결합되니 시너지는 대단했다. 치킨만 추가 됐을 뿐인데, ‘마약반 경찰들이 낮에는 치킨집을 운영하고 밤에는 잠복근무를 한다’는 색다르고 흥미를 유발하는 설정이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비현실적이고 특이한 설정은 코미디 영화에서 흔하다. 2000년대 전반 ‘조폭 코미디’가 흥행할 때는 ‘조폭’이 학생이 되거나 선생이 되기도 하였으며(영화, 두사부일체) 알고 보니 아내가 조폭인(영화, 조폭 마누라) 설정도 나왔으니 말이다. 게다가 갈수록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단순히 비현실적이고 폭력적인 코믹물은 오히려 유치하고 뻔하다는 관객들의 혹평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나 <극한직업>의 비현실적인 설정이 빛을 발하는 건 매순간 폭소를 터트리게 하는 한국인 맞춤형 드립과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진한 개성과 코믹성이 훌륭하게 뒷받침해주는 데에 있다. 어떻게 저렇게 과하지 않고 딱 웃길 만큼만 웃기지 싶은 언어유희와 코믹한 상황이 내내 연출된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는다. 덕분에 단발적인 웃음에서 끝나지 않고 상영시간 내내 웃을 수 있다.
<극한직업>을 돋보이게 해주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요소는 ‘캐릭터’다. 마약반 경찰 5인방인 고반장(류승룡), 장형사(이하늬), 마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재훈(공명) 과 악역을 맡은 이무배(신하균)과 테드 창(오정세)까지. 주요 인물들 모두 각각 개성이 뚜렷하다. 고반장은 전형적인 경찰반장의 모습을 보이는가 싶다가도 현실적인 상황에서 현실적인 비굴함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장형사는 털털하고 유쾌한 성격으로, 가장 사고를 잘 치고 다니며 캐릭터 자체로는 가장 코믹한 마형사와의 케미를 보여준다.
영호와 재훈도 다소 평범해 보이지만 중간중간 빵빵 터트린다. 특히 재훈의 마지막 활약이 대단하다. 악역 조폭을 맡은 이무배와 테드 창도 폭력적인 모습만이 아닌 능글맞고 코믹한 모습들을 보인다. 인물들의 개성이 살아있기에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각 인물들의 행동에 충분한 설득력이 확보되어 다소 황당한 상황이 등장해도 어색함 없이 실실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다.
이야기의 전개 역시 코미디의 목적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잘 가다가 갑자기 의미를 주거나 감동을 주려고 해서 ‘갑분싸’를 만들지 않는다. 그런 거 없다. 마지막에 생각치 못한 반전이 있지만 그거 또한 코믹성이 다분하니 그저 끝까지 웃길 뿐이다. 또한, 코미디영화라고 액션이 허술하지도 않다. 전개되는 액션 씬도 액션영화 못지않았다고 본다.
웃음은 삶의 에너지자 위안
코미디는 어쩌면 가장 어려운 장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순수하게 ‘웃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현시대의 대중들의 정서와 기호를 완벽하게 캐치해내야 된다고 한다. 점점 관객들의 수준이 올라가고 까다로워지고 있는 마당에, 코미디는 그런 관객들 모두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대중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코미디라는 이유로 용인되어왔던 권력관계의 전복, 비현실적인 설정, 폭력의 정당화 등이 뭐 하나 어설프다면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요소로 전락해버렸다. 단순하게 웃기기가 힘들어졌기에 최근에 순수하게 웃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 한국 코미디 영화는 찾기 힘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잘’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인 <극한직업>은 반가운 작품이다.
뭐하나 거슬리는 거 없이 그저 단순하게 웃고 웃는 것을 반복할 수 있다. 영화는 큰 몰입감을 주어 상영시간만이라도 현실에서 도피하게 해준다. 코미디영화는 큰 깨달음이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그 시간 내내 아무 걱정없이 웃고 나올 수 있게 해준다.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모토 ‘웃음은 삶의 위안이 준다’를 느낄 수 있다. 각박한 사회에서 점차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면 <극한직업>을 통해 실컷 웃고 삶의 위안과 에너지를 얻어보는 것이 어떨까?
김량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