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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후짐'을 견디는 능력

평균회귀이론과 나선형 계단

 

이 글은 블로거 별처럼님이 작성한 글을 바탕으로 저의 우연한 경험을 더하여 쓴 글입니다.

 

교수님께서 강의시간 마지막에 그래프 하나를 그리시고는 수업을 끝냈다. 나는 칠판에 적혀져 있는 그래프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직선과 곡선. 다른 두 개의 선이 한곳을 향해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래프 아래에 거칠게 쓴 글씨가 눈에 띈다. “나의 후짐을 견디는 능력!” 나는 그것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분필가루가 되기 전에 재빨리 공책에 옮겨 적었다.

"나의 후짐을 견디는 능력!"

며칠 뒤 나는 구독해놓은 블로거 별처럼 님의 블로그 포스팅을 보게 되었다. 포스팅을 읽으며 본 그래프 사진은 며칠 전, 수업 시간에 본 그래프와 똑같았다. 나는 다시 한 번 공책을 펼쳐 그래프를 살펴보았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쭉 뻗어올라가는 직선과 올라갈 듯 말 듯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지만 결국을 위를 향해 올라가는 곡선이 있다. 이 곡선은 나에게 우리의 삶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출처: 블로거 별처럼

평균 회귀 이론과 우리의 삶

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각자만의 목표를 세운다. 조금 더 나은 삶, 시험에 합격하는 것, 멋진 성과를 이뤄내는 것, 높은 점수에 도달하는 것 등. 사람들은 모두 작든 크든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

 

그냥 무언가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단순히 앞에 놓인 일, 주어진 일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에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 일을 잘 끝마치기 위한 목표가 있을 것이다. 쉬는 것에도 제대로 쉬기 위한 목표가 있다. 이렇듯 우리는 모두 목표가 있기 때문에 행동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 내 마음대로 삶을 이리저리 끌어당기면 좋으련만 그것은 내 마음과 다르게 움직인다. 원치 않는 시련이 닥치고,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한다. 차라리 행동하지 않고 포기한 채로 시련이 찾아오면 억울함도 덜하지 왜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면 자괴감이 밀려온다.

 

내가 글을 쓸 때도 그렇다.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후루룩 써나갔던 내 글을 읽어보면 참 ‘후지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럴듯하게 잘 써지다가 어느 순간 글이 막혀 머리를 쥐어짜도 안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의 능력과 노력을 의심하며 자괴감에 빠진다.

별처럼 님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을 떠올린다. ‘평균 회귀 이론’에 대해서다. 이 이론은 변동이 많은 주식 시장 등에서 주로 적용되는 개념으로, 가끔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되던 주가가 별다른 이유 없이 올랐다가는 떨어지고 떨어졌다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는 현상이다.

 

이렇게 적정 수준을 기준으로 주가가 등락을 반복할 때 평균회귀 현상이 관찰되는 것이다. 이 이론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꾸준히 올라가던 그래프를 떠올렸고, 교수님이 말씀하신 나의 후짐을 견디는 능력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의 삶과 그 그래프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순히 그 그래프의 일부분만을 보았고, 하향하는 곡선에만 집중했다. 전체적으로 큰 틀은 보지 못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그러할 것이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중간에 이런 하향곡선을 맞닥뜨리게 되고 그럴 때마다 자신을 의심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큰 틀을 보지 못한 것뿐이다.

나의 후짐을 견디는 능력

잘 풀리는 때가 있으면 막힐 때도 있는 법이다. 등산로에도 2가지의 길이 나있다. 가파르고 빠른 길과 완만하고 굽이 진 길. 하나의 길만이 꼭 정상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효율적으로 산을 올라갈 수 있다. 우리 삶의 하향곡선도 그러하다. 모든 좌절과 시련은 더 올라가기 위한 발판이 되기 위함이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그것이 정말 내려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저 높은 곳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그런 ‘후짐’을 견디는 능력이 필요하다. 내 노력에 반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지라도, 내 능력이 후지다고 느껴질지라도 그것은 올라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며 주저앉은 것이 있다면 쌓아올릴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여기며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그저 묵묵히 먼 나의 목표를 향해서 올라가게 된다.

 

힘이 들 때마다, 노력이 배신했다고 느껴질 때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이 그래프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지금 겪고 있는 그 상황은 역시 높게 오르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그래프는 중간에 끊기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 그래프를 완성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모두 이 그래프를 마음속에 지니고 지금의 이 하향곡선이 끝이 아니구나 상승곡선의 전 단계구나라고 생각하며 힘을 낼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어쩌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후짐을 견디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김혜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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