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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의 확장된 거울, 포스트-미디어 아트의 현재

존 제라드(John Gerrard) _Interview

‘뉴욕 맨하튼 한복판에서 네바다 사막의 황량한 풍경이 펼쳐진다면 !!!’

링컨센터(Lincoln Center)는 지난 2014년 뉴욕의 공공예술기금(Public Art Fund)의 후원을 받아 아일랜드의 미디어아티스트 존 제라드(John Gerrard)의 'Solar Reserve'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네바다 사막에 위치한 태양열 발전소와 주변 사막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을 실시간으로 뉴욕 한복판에 전송하는 설치 작품이다. 복잡한 도시 속에서 이러한 풍경을 마주하는 것은 분명 매우 생경한 경험임에는 틀림없지만, 사실 이 작품은 실시간으로 관측된 실제 풍경의 모습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구성한 하이퍼-리얼한 작품이다. 앨리스온에서는 사진과 미디어를 활용하여 현실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작가, 존 제라드(John Gerrard)를 만나보았다.

 

Q. 당신은 ‘조각적 사진(Sculptural photography)’으로서의 ‘3D 스캐닝’을 주요하게 사용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그러한 미디어를 통해 순수 예술 작품을 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A : 조각적 사진 또는 ‘이미지오브제’ 형태로서의 3D스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영국 러스킨 아트스쿨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1994 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나는 3D 스캔 온라인의 2차원적인 표현법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런 근원적인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만일 현실의 사진적 재현이 3차원적인 특성을 가질 수 있다면, 사진과 콜라주, 특히 사진에서 영화로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미디어의 선형 모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이 이미지를 ‘변환’시킬 수 있다면 무엇이 될 수 있을까? 1996년까지 옥스포드 교외의 한 회사를 설득해 제 친구 메리의 스캔본을 만들 수 있었지만, 2001년 초가 되어서야 이 스캔 이미지를 처음으로 게임 엔진과 결합시킬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훨씬 더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Q. 실시간 3D 시뮬레이션 (게임 엔진)을 통해 제작된 작업들이 실제 촬영된 사진-이미지와 어떠한 부분에서 차이점을 지닌다고 생각하시나요?

 

A. 가장 처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변화가 기록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에서 이 엔진이 ‘사후 지속적’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 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마침내 천년의 기간 동안 새벽이 지속되는 '천년 동안의 새벽(마르셀) 2005'이라는 초기 실험적 작품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사실상 전 그 이후 줄곧 스캔한 이미지와 엔진, ‘알고리즘에 의한 변화’라는 광범위한 프레임 안에서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작업해 온 셈입니다. 프로듀서 팀의 도움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좀 더 비주얼적이고 더 세련된 형식을 갖춘 오늘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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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Gerrard, 'Solar Reserve', 2014

Q. 당신은 예전에 실시간 3D(realtime 3D)를 ‘후기 영화적 매체(post-cinematic medium)’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가 있다면요?

 

A. 영화는 일정한 시간의 제약 속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시작과 끝이 있고, 기록물이나 스토리를 재생하기 위해 테이프에 프린팅된 이미지들로 이루어집니다. 특히 포토리얼리스틱한 리얼타임 3D 는 영화와 약간 비슷해 보이지만, 아날로그적인 초기 전쟁 게임 시뮬레이션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비행 및 전쟁터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좀 더 분명하게 나타났던 이 게임은 '제 2차 세계대전 맨해튼 프로젝트*1를 바탕으로 빠르게 등장했습니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대중적 엔터테인먼트로 흡수되었으며, 저를 비롯한 여러 아티스트들의 도구로 사용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지속성의 관점에서 이 공간은 영화와는 다르며, 사실 에너지원의 한계를 논외로 친다면 지속 기간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할 지도 모릅니다. 시뮬레이션이 대상에게 전달중인 정보라는 점에서 나는 매력을 느꼈습니다. 또한 현실을 이해하고 컨트롤하려는 방식으로서의 ‘모델’과도 겹치는 면이 있습니다. 오늘날 투자 금융, 군사 전략, 정치와 같은 의사결정의 상황에서 이는 더욱 현저하게 드러납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영화가 문화와 더 넓은 사회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반면, 시뮬레이션은 그와는 다른, 직접적인 힘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물리적 세계에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그 무언가에게 대화를 건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 켈러 이스터링은 자신의 저서 '엑스트라스테이트크라프트(Extrastatecraft)'에서 이를 간략하게 다루고 있으며, 벤자민 브래튼의 '더 스택(The Stack)'에서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Q. 당신의 작품에서 영화적 순간(cinematic moment)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앞서의 질문과도 연결되겠지만, 만약 당신이 그러한 것을 의도했다면, 어떠한 측면에서의 의도인지 궁금합니다.

 

A. 전 주제에 있어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편이지만, 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의 모습을 재창조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종종 에너지와 연관되며, 특히 데이터 형태로 전송되는 오늘날의 에너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에너지로서의 데이터가 어디에서, 어떠한 형태로 나오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웹페이지가 석탄 발전, 혹은 디젤 파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것인지, 아니면 흔하지는 않지만 태양열 발전이 에너지원인지 – 이러한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서구 세계라는 ‘방’안에 살고 있는 거대한 코끼리, 즉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세계 각지의 대규모 주둔군이라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면, 이것은 ‘훈련’이라는 제목하에 군사 행동이 이루어지는 전 세계 각지에서의 일련의 가상 훈련을 묘사한 작품으로 탄생되게 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폭력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작품들은 더 넓은 사회에서 거의 무시되었지만, 예술 작품으로서의 존재감은 결코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작품 활동을 하게 된 동기는 가상세계를 통해 현실을 조명하고, 또 역으로 그 반대의 행위를 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며, 나는 지속적으로 이를 표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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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Gerrard, 'Pulp Press', 2014

Q. 2013년작 'Pulp Press'에 관하여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펄프 프레스(키스테포스) 2013'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키스테포스 뮤지엄 조각공원에 설치된 작품으로, 이 곳은 예브나케르에 있었던 19세기 제지 공장의 부지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더블린의 건축가 A2와테크니컬 디자인 및 오브제 제작을 맡은 비엔나의 인세크 디자인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100m2 규모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그 안에 실제 움직이는 지압기(紙壓機)를 투영한 거대 시뮬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구조물은 랜즈 강 가장자리에 자리잡고 있어 강물을 이용한 수력발전으로 작품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합니다. 이 강은 1889년 이 곳에서 실제 운영되었던 제지 공장의 모태가 되었던 강이기도 하구요. '펄프 프레스(키스테포스) 2013'은 1950년 해체된 이 기계를 초현실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면밀한 노력을 통해 가상의 형태로 재창조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상 현실 속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한번 더 개조를 거쳤다는 사실입니다. 1년의 기간 동안 프로덕션 팀의 연구를 통해 파이프를 교체하고, 밸브와 사라진 부속품들을 연구해 복제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기계가 생산하는 가상의 종이 펄프 더미는 이 작품 내에서 조각적 형태로 위치하면서 지속확장되는 하드 드라이브에 구조적 독특함을 가지는 데이터의 형태로 저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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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Gerrard, 'Solar Reserve', 2014

Q. 2014년작 'Solar Reserve'의 경우, 당신이 직접 디자인한 프레임없는 LED를 통해 전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 이러한 미디어를 제작한 이유가 있다면요?

 

A. 전 뉴욕이라는 도시에 정형의 틀이 없는 작품을 설치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실제로 ‘틀(프레임)이 없는’ 매체를 찾아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LED 커튼월이었습니다. 그 소재의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뒤에서부터 외벽을 지지해 줄 수 있도록 전시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무언가 딱 한가지로는 정의할 수 없는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현실 세계로 나있는 또 다른 세계의 구멍이기도 하고, 현실 위에 한 겹 덮어씌운 이중막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정말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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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Gerrard, 'Farm', installation view at Thomas Dane Gellery, 2015

Q. 2016년 6월, 베이징 'Ullens Center'에서 진행되었던 전시에 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어떻게 제작된 작품인가요?

 

A. 중국에서 열리는 저의 첫 전시회는 가장 최근에 내놓은 주요 작품 3 점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엑서사이즈(Dunhuang) 2014','솔라 리저브(Tonopah, Nevada) 2014', '팜(Pryor Creek, Oklahoma) 2015' 입니다. '엑서사이즈(Dunhuang) 2014'는 고비 사막의 한 가운데 미스터리하게 위치한 도로망을 위성사진으로 바라본 모습을 재구성하고 있으며, 이 장소는 광저우 공장 노동자들을 모델로 만든 아바타들 간의 지루한 패자 탈락게임의 장이 됩니다. '팜(Pryor Creek, Oklahoma) 2015'는 오클라호마에 위치한 구글사의 서버 센터 중 한 곳을 모델로 하여, 이를 디지털적으로 합성해 탄생시킨 작품입니다. '솔라 리저브(Tonopah, Nevada) 2014'는 작동중인 솔라 팜을 상당한 공을 들여 정확하게 가상 작품으로 재창조함으로써, 그 드라마틱한 연출로 인해 2014년 말 뉴욕 링컨 센터 플라자에서 공개되었을 당시 큰 호평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또한 현재의 역사적 순간에 대한 주요 이슈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 예술작품의 근원적 본질에 대해서도 중요한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도 눈 여겨 볼만 합니다.

 

인터뷰 정리 및 진행 : 유원준 (앨리스온 편집장)

 

* Manhattan Project of World War II: 제 2 차 세계 대전 중 미국이 주도하고 영국과 캐나다가 공동으로 참여한 핵폭탄 개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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