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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떨고 있나?’ 윤중천·김학의 사건에 연루된 고위 인사들

ⓒJTBC 뉴스룸 캡처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루된 사회 고위층 성접대(*편집자 주: ‘성폭력 사건’이라는 의견이 많다. 본 글에서는 ‘성접대’로 통일한다.) 사건의 핵심 인물입니다. 현재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윤 회장은 성접대 리스트를 알고 있는 인물이기에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합니다. 윤중천씨가 저질렀던 불법과 특혜 의혹은 무엇인지 누가 이 사건과 연루됐는지 알아봤습니다.

화려한 인맥으로 특혜받은 건설업자

2000년대 초반 서울의 한 복합상가 착공식에는 가수·MC 등 유명 연예인뿐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과 정치인들도 참석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이 복합상가의 시행사는 윤중천씨가 대표로 있는 건설사였습니다. 당시 윤씨는 정·관·재계를 비롯해 연예계까지 화려한 인맥을 가진 능력 있는 사업가로 알려졌습니다.

 

2006년 4월부터 중천산업개발은 서울 목동의 땅 3천 8백여 제곱미터를 매입해 부동산신탁회사에 맡긴 뒤 저축은행으로부터 240억 원을 대출받습니다. 당시 땅의 실거래가는 40억 원이었고 중천산업개발은 자산보다 빚이 더 많은 부실기업이었습니다.

윤씨가 고위층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한 장소로 알려진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의 한 별장 ⓒ연합뉴스

2010년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윤중천씨로부터 수천만 원 대의 그림을 받습니다. 당시 윤중천씨가 관여했던 A건설은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골프장 사업에서 244억 원의 토목 공사를 따냈습니다.

 

대우건설 측은 “서 사장과 윤씨는 일면식이 없고 대우건설 상무 출신의 한 지인이 서 사장의 자택에 그림을 배달한 상태였다. 서 사장은 그림을 가져가라고 했지만 가져가지 않아 그림은 회사에 보관했다. A건설과 대우건설 사이에는 어떤 청탁과 민원도 오가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당시 로비 의혹 수사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까지도 관여됐다는 경찰 관계자 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윤중천씨가 공동대표를 맡은 건설회사는 50억 원대의 경찰청 교육원 골프장과 경기도의 한 대형 병원의 암센터를 건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씨와 연관된 건설회사가 수백억 원의 건설을 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윤씨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사기 등 온갖 혐의로 기소됐던 윤중천

2013년 윤중천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MBC PD수첩 캡처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았던 윤중천 회장은 2014년 엉뚱하게 사기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2008년 이후 뚜렷한 사업 실적이 없던 윤 전 회장이 빌린 돈을 대부분 갚지 않았으며 갚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을 감안했을 때 사기 범행 의도가 있었다”라고 판시합니다.

 

윤중천씨는 2008년부터 관여했던 건설 시행 사업이 어려워지자 여러 차례 사기 행각을 벌였습니다. 2010년 1월에는 굴비 판매업을 하는 A씨에게 두 차례에 걸려 4,300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았습니다.

 

2010년 8월에는 B사 회장에게 “일산 이마트 부지 개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부지 개발 허가만 나면 바로 갚겠다”라며 4,000만 원을, 2011년 6월에는 C씨에게 유력 사업가로 행세하며 3,000만 원을 빌렸습니다.

 

윤씨는 사기·횡령·간통·사문서 위조 등으로 20차례 이상 조사를 받았지만, 10여 차례 벌금형을 받았을 뿐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없습니다. 2013년에도 집행유예에 그쳤습니다.

 

돈이 없어 사기 행각을 벌였던 윤씨는 2008년 성접대를 했던 별장을 담보로 토마토 저축은행으로부터 13억 5,000만 원을 대출받습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별장은 경매로 넘어갔지만,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속이거나 원주 별장을 답사한 사람을 매수하며 2013년까지도 별장을 로비 장소로 이용했습니다.

윤중천 성접대 리스트에는 검찰 수사라인까지

윤중천 별장에는 김학의 전 차관의 2차 수사지휘라인에 있던 윤갑근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겸 강력부장도 있었다. ⓒJTBC 뉴스룸 캡처

윤중천씨의 별장에는 박근혜 정권의 고위 공무원과 법조계 고위 인사, 유력 정치인, 사업가, 고위 장성까지도 드나들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 별장에 출입했던 인사 중에는 김학의 사건의 재수사 지휘라인이었던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겸 강력부장인 윤갑근 전 고검장도 있었습니다.

 

2013년 경찰은 윤중천씨의 별장을 압수수색하면서 고위 법조계 인사들의 명함을 발견합니다. 당시 윤씨의 운전기사였던 박모씨는 별장에 왔던 사람으로 윤갑근 전 고검장을 지목했습니다.

 

당시 윤갑근 전 고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1차 수사 때는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였고, 2차 수사 때는 수사 지휘라인이었던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겸 강력부장이었습니다.

 

경찰은 검찰 송치 의견서에 윤갑근 전 고검장을 포함해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윤 전 고검장을 조사하지 않고 윤중천씨와의 대질심문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윤 전 고검장은 윤중천씨를 모른다고 부인했지만, 윤씨는 최근 조사 과정에서 윤갑근 전 고검장과 친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김학의 사건이 아니라 ‘윤중천 게이트’

3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받은 고(故)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에 대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함께 검찰, 경찰, 국세청 등의 고의적인 부실수사와 조직적 비호, 그리고 은폐, 특혜 의혹 등이 핵심”이라며 의혹을 낱낱이 규명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시처럼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은 이제 단순히 김 전 차관을 조사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윤중천 게이트’라고 사건을 재정의하고 성접대 리스트에 있는 고위 공무원, 유력 정치인, 기업가, 유명 병원장, 교수, 법조계 인사, 고위 장성 등을 모두 철저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특히 2013년 당시에 마약까지 구매해 성접대에 이용했던 윤중천씨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을 포함해 검찰 내부에서 누가 수사를 무마하려고 했는지도 파헤쳐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드러난 범죄 행위 시기와 유착 관계 시기는 과거 정부 때의 일이지만 동일한 행태가 지금 정부까지 이어졌을 개연성이 없지 않으므로 성역을 가리지 않는 철저한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윤중천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들은 과거 정부와 현 정부를 가릴 것 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합니다.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이 온갖 불법과 악행에도 진실을 숨겨 면죄부를 주는 사회는 결코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직썰 필진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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