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가 끝없이 김치를 담그는 이유
“17살에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임신하고 입덧을 심하게 할 때 엄마가 해준 겉절이와 풀치조림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그게 한이 돼 아이를 낳은 뒤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 맛을 떠올리며 요리를 했다.” - 김수미, ‘2018 tvN 즐거움 전’ <수미네 반찬> 토크 세션에서
결핍은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말이 있다.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배우 김수미에게는 어느 정도 유효하다. 어릴 때 돌아가신 엄마를 향한 그리움, 엄마의 요리에 대한 향수. 그의 말대로라면 그 간절했던 결핍이 ‘요리하는’ 김수미를 만들었다.
이제 그는 맛있는 음식을 통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로한다. 이른바 쿡방, 먹방이 넘쳐나는 시대에서도 김수미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6개월째 방영되고 있는 tvN <수미네 반찬>은 3%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롱런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후추! 조금 눈 둥 만 둥. 눈 둥 만 둥 뿌려! 네, 그게 내 레시피입니다.”
요리하는 김수미는 조금 남다르다. 기존 요리 프로그램들이 정확한 계량법을 제시하며 그대로 따라 하라 가르쳤다면 김수미는 그런 틀 자체를 허물었다. 이런 그의 독특한 계량법은 방송 초부터 화제가 됐다.
사람들에게 김수미의 요리가 더욱 특별해진 계기는 그가 일본에서 반찬 가게를 열었을 때였다. 김수미가 만들어 간 음식들은 교포와 유학생 등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3,000인분이 넘는 음식들이 이틀 만에 동이 났다.
“제가 연예계 생활을 시작하고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는 피곤하지만 재일교포들에게 큰 꿈도 주고 반찬으로 정신적으로 치유도 한 것 같아서 ‘너 참 잘했다’라고 제가 저한테 칭찬하고 싶어요.”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홍수가 발생했을 때 김수미는 뉴스에서 홍수로 피해 본 할머니가 “라면 그만 보내고 김치 좀 보내 달라”고 한 인터뷰를 보게 됐다고 한다. 당시 김치 사업을 하고 있었던 김수미는 당장 회사에 전화를 걸어 “내일 홈쇼핑 취소하고 김치를 트럭에 실어라”고 지시했다. 당연히 홈쇼핑에선 방송이 취소되는 등 난리가 벌어졌다.
이에 다른 수해 지역에서도 김치를 기부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다소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지만, 김수미는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계약 위반에 걸려서 안 된다고 만류했지만, 결국 김수미는 자신의 고집대로 김치를 다 실어서 기부했다. 또한, 11월 20일 <수미네 반찬> 제작진은 김수미와 셰프들이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김치 2천 포기를 담근다고 밝혔다. 그 김치 또한 기부용으로 국내 및 해외 시청자 및 독거노인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방송은 12월 초로 예정돼 있다.)
MBC <전원일기>에서 ‘일용 엄니’ 역을 맡아 20대의 나이에 할머니 분장을 해야 했던 김수미는 개성 있는 배우였지만, 대중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화 <마파도>(2005)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주연 배우로 섰다. 이후 영화, 드라마, 시트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출연했고 작품마다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활동 반경을 예능으로 넓혔다. <수미네 반찬>뿐 아니라 SBS <집사부일체>에 등장한 김수미는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집사부일체> 김수미 편은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인생에는 너희같이 한창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끝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사는 날까지 큰 건 못해도 음식이든 뭐든, 나를 아는 사람이 내가 조금 거들어줘서 잘할 수 있다면 계속 요렇게 하면서 살다 맺을 거야. 나는 정말 행복했어. 고마웠어. 다 사랑해.”
직썰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