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택트' 최홍림 "형 만난 뒤 일주일 앓아누워..아직 트라우마"
인터뷰
개그맨 최홍림이 평생 가슴에 쌓인 원망과 아픔을 눈물로 토해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6일 방송된 채널A '아이콘택트'에서 최홍림은 신장 이식을 약속했다가 잠적한 10살 연상의 친형과 어려운 눈 맞춤에 나섰다. 하지만 최홍림은 신장 이식 전부터 이미 30년 가까이 형과 의절하고 지내온 상황. 알고 보니 그 뒤에는 가정 폭력으로 얼룩진 더 큰 트라우마가 있었다.
최홍림이 '아이콘택트'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그가 상처를 딛고 형과 화해하길 바란 둘째 누나의 바람 때문이었다.
최홍림은 방송 후 YTN star와 인터뷰에서 "원래는 저에게 신장을 기증해 준 둘째 누나가 방송 출연을 신청했었다"라며 "근데 누나와는 일주일에 한 번은 보는 데다, 고마운 마음뿐이라 굳이 눈 맞춤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싶었다. 그러다 형 얘기가 나왔고, 당연히 안 될 줄 알았는데 진짜 섭외가 됐다. 누나들이 워낙 화해했으면 해서 고민 끝에 출연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가족을 위해 마음을 먹고 촬영장에 나왔으나, 최홍림은 대기실에서부터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쏟았다. 최홍림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제작진이 블라인드를 잠시 내리고 눈 맞춤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는 당시 심정에 대해 "그리움이나 반가움 그런 감정은 전혀 아니었다. 분노와 아픔을 주체 못 해서 눈물이 났다. 힘들었던 감정들이 그 순간 터져 버렸다"라고 고백했다.
방송에서는 최홍림이 형과 눈 맞춤을 그토록 힘들어했던 이유가 점차 드러났다. 최홍림은 4살 때부터 형에게 지속해서 맞으면서 가정 폭력에 시달렸던 괴로움, 폭력적인 형으로 인해 힘들어하다 세 번이나 극단적인 시도를 했던 어머니에 대한 아픔을 안고 있었다. 그는 형의 폭력으로 귀가 잘 안 들리게 된 사연, 극단적인 시도를 한 어머니를 초등학생이던 시절 병원에 울면서 모시고 갔던 일을 털어놔 모두를 놀라게 했다.
최홍림은 "형에게 맞은 것도 힘들었지만,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나 아물었고 어느 정도 용서했다"라면서도 "하지만 엄마가 형 때문에 생을 포기하려 했을 정도로 힘들어했던 모습을 직접 봐왔기에, 그런 것에 대한 원망이 너무 커서 아직은 용서가 힘들더라"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신장 수술은 그런 최홍림과 형이 화해할 마지막 기회였지만, 형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수술 전 연락이 두절된 형을 대신해 둘째 누나가 그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방송에서 형은 적지 않은 나이에 홀로 사는 자신의 처지를 우려한 주변의 만류로 차마 이식 수술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홍림은 "형 입장에서 사정이 이해는 간다. 한편으로는 형한테는 안 받는 게, 엮이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면서도 "하지만 정말 저와 가족들에게 사죄의 마음이 있었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나 싶다. 연락이라도 줬으면 내가 '알겠다'라고 했을 텐데 섭섭했다. 평생 나를 괴롭게 한다는 마음도 들었다"라고 씁쓸했던 기억을 곱씹었다.
눈 맞춤 한 번으로 모든 갈등을 해소하기에는 갈등의 골이 너무 깊었다. 이날 방송에서 최홍림은 무릎을 꿇고 눈물로 사죄하는 형에게 결국 손을 내밀지 못했다. 그는 "언젠가는 형을 다시 볼 거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닌 거 같다"라고 어렵게 속내를 밝힌 뒤 스튜디오를 떠났다.
최홍림은 "녹화가 끝나고 일주일 동안 앓았다. 녹화 끝나고 집에 가자마자 너무 지쳐 쓰러져 잠들었다. 촬영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당시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극도로 긴장한 상태였다. 형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지금 나이에도 제대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무서웠다"라고 토로했다.
다만 그는 형과의 불화 때문에 멀리할 수밖에 없었던 조카를 향해 거듭 미안함을 표현했다. 그는 "녹화 때도 형보다는, 오히려 형 때문에 조카를 배척해야 했던 것이 미안하고 그리워서 눈물을 흘렸다. 형에 대한 미움 탓에 조카들을 보듬어주지 못한 것. 그래서 30여 년 연락도 하지 못하고 지낸 것이 못내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아이콘택트'를 통해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 보일 수 있었지만, 깊이 패인 상처를 극복하고 복잡한 가정사를 풀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최홍림은 "녹화 후 지쳐 자고 일어나니 낯선 번호로 문자가 왔더라.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나와줘 고맙다'라고. 저도 고민하다 '형도 건강하라'고 답장을 보냈다. 화해를 바라는 누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직은 마음이 용서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라고 털어놨다.
끝으로 최홍림은 "신장을 이식받은 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다시 얻은 삶이니만큼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라며 "크게 바라는 것은 없고 그저 제가 좋아하는 방송 열심히 하고, 가능하면 돈을 많이 벌어 제가 신세 진 분들에게 갚으며 살고 싶다. 매해 변함없는 제 소원은 그것뿐"이라고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캡처 = '아이콘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