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너럴리스트 시대는 끝났다
이커머스, 마케팅, 뉴스까지…수직화(垂直化)만이 살 길
IT에서 흔히들 언급되는 키워드 중 하나가 ‘플랫폼 전략’입니다. 쉽게 말해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모일만한 장소를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검색으로, 카카오톡은 메신저로, 페이스북은 소셜로 사람들을 모아 플랫폼이 됐죠.
중국은 어떨까요.
모두가 알듯 텐센트(메신저+게임+페이), 알리바바(이커머스+페이), 바이두(검색)가 대표적인 플랫폼입니다. 일단, 숫자부터 볼까요. 가입자는 8억명을 상회하고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역시 4억~8억을 웃돕니다. 이용자를 최대한 많이 모아서 수익을 만드는 구조일 수밖에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BAT. Source:http://inchincloser.com/ |
이런 상황에서 수직화(垂直化)를 논하는 게 아이러닉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만 중국 시장 환경 역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수직화: 일반적인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것과 다르게, 특정 영역만을 취급하는 경우를 명명한다. 가령 신선식품만 취급하는 이커머스, 특정 화장품만 취급하는 왕홍, 알리바바만을 전문으로 취재하는 1인 미디어 등이 해당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이커머스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가 지난 2016년 발간한 ‘이커머스 생명력 보고(电商生命力报告)’에 따르면 수직화된 이커머스들이 타오바오나 징동과 같은 전통 이커머스만큼의 파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종합이커머스(综合类)에 랭크된 티몰, 징동, 웨이핀후이 외에도 수직이커머스(垂直类)에서는 특성화된 이커머스들이 소개되고 있다. |
표에서 언급됐듯 패션(时尚)/육아(母婴)/크로스보드(跨境)/신선(生鲜)/인테리어(家装) 등의 영역에서 자리를 잡은 수직화된 이커머스(이하 수직 이커머스)들을 볼 수 있습니다.
수직 이커머스 서비스들은 빠르게 발전하며 기존 전통 이커머스와 카테고리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육아용품을 취급하는 뻬이뻬이왕(贝贝网)은 지난해 솽스이(双十一) 할인 행사 기간 매출액이 평일 대비 20배 이상 높았습니다. 구매자의 95%는 모바일을 통해 제품을 사들였죠. 월 활성이용자수(MAU)는 635만1000명에 이릅니다.
또한, 신선식품만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역시 매년 80%의 성장을 거듭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온라인(모바일)에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이커머스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저희가 징동(京东), 쥐메이요우핀(聚美优品), 샤홍슈(小红薯), VIP.com 등에 제품을 올리는데, 벤더의 요청에 따라 특정 플랫폼에서만 할인 행사를 할 때가 있습니다. 가령 쥐메이에서만 20% 할인을 하게 되는 식인데요. 이럴 경우 쥐메이의 매출이 오르는 건 당연하고, 여타 플랫폼의 매출은 떨어질 것 같았는데, 징동, 샤홍슈, VIP의 매출은 변화하지 않더군요. 중국 이용자들의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배운 사례입니다.” — 크로스보더 에이전시 종사자
더 자세한 내용은 원아시아 이커머스 보고서에 담겨 있는데, 이미 펀딩이 끝나서 다음기회에(…).
이커머스 뿐만 아닙니다. 작년 한 해 한국을 강타했던 인터넷 스타 왕홍(网红) 역시 판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외모 위주의 크리에이터들이 팔로어를 모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외모만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외모는 신규 진입 왕홍에 의해 대체 가능하기 때문이죠.
왕홍 역시 특정 영역에서 전문화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가령 패션의 특정 영역에 대해 전문화된 왕홍이 라이브를 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시연하는 제품의 제조, 배송, 판매의 일련화된 과정을 총괄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판매 제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공장, 시스템 등을 구축한 이커머스 왕홍 기업 ‘루한(如涵)’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루한의 대표 왕홍 장따이( 张大奕) |
미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역시 인민왕, 신화통신 등 전통 매체를 중심으로 기사 콘텐츠가 바이두를 통해 유통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죠. 능력있다 싶은 기자들은 죄다 매체를 나와 독립적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1인 미디어는 2014년 중국 정부의 라이선스 정책에 힘입어 1인으로 기업과 광고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자격까지 얻게 됩니다.
최근 바이두가 기사검색제휴시스템인 신원위엔을 폐지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었죠.
1인 미디어들의 특징은 ‘전문성’에 있습니다. 이들의 전문화된 영역은 우리나라의 ‘유통’ ‘재계’ ‘IT’ ‘연예’ ‘정치’와 같은 큼직한 카테고리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가령, B2C 이커머스 업체인 징동만 전문으로 취재하는 기자, 알리바바의 물류 회사인 차이냐오만 전문으로 다루는 기자와 같이 아주 세분화된 영역으로 나눠져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영향력이 중국 CCTV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하니 할말 다 한 거죠.
왜 이러한 변화가 온 걸까요?
당연하게도 많은 인구가 첫째 요인입니다. 뭘 해도 최소 몇백만명이 몰려드니 수익구조를 갖기 편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중국인들의 경제능력 향상으로 인해 요구사항 역시 다양해졌습니다. 모든 걸 다 판매하는 박리다매형 플랫폼보다는 맞춤형으로 제공해주는 수직화된 플랫폼을 원하게 됩니다. 싼 제품이면 산다는 말은 이미 옛날 얘기죠.
서비스의 구조적인 변화 측면에서는 위챗이란 플랫폼의 등장을 들 수 있습니다. 위챗은 메신저와 폐쇄형 소셜미디어인 펑요취엔(朋友圈), 오픈된 형태인 공공계정(公众号)가 복합적으로 섞인 반폐쇄형 소셜미디어인데요. 이용자로 하여금 플랫폼을 ‘팔로우’하는 형태로 콘텐츠 소비 패턴이 개성화(个性化)된 형태로 바뀌게 됐습니다.
중국에서는 이커머스든 마케팅사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든 모바일이 만든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 인구가 13억이니 양말 한 짝씩만 팔아도 13억개를 팔 수 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구가 많고 땅덩이도 큰 나라인 중국 시장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이죠.
허나, 중국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듣기가 힘듭니다. 실패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중국에 대해 국내 시장만큼도 공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미 중국의 각 영역들은 전문성에 따라 파편화됐는데, 이러한 현실도 모른 채 중국 시장을 다 가질 수 있다고 말하곤 하죠. 그런데 한국땅에서도 독점하지 못했으면서 더 큰 시장에서 모든 걸 다 하려는 것은 한탕주의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