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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zine] 미국 여행의 일번지 샌프란시스코 ②

'하이웨이 원' 렌터카 여행…'자유'를 달리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떠난 여행. 그러나 촘촘하게 짜인 여행계획은 어쩌면 또 다른 족쇄일 수 있다. 아무 계획 없이 렌터카 하나만을 빌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하이웨이 원을 달려보자.


해안 절경에서 자유를 누렸다면 유명한 미국 사진작가 안셀 애덤스의 하프 돔 사진으로 유명한 요세미티를 만나볼 차례다. 샌프란시스코 주변은 어디든 마음에 드는 곳으로 떠나고, 멈춰 쉴 수도 있는 자동차여행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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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웨이 원 드라이브 [사진/성연재 기자]

◇ '텐트 밖은 요세미티'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버젯렌터카에서 사륜구동 지프차를 하나 빌렸다. 오리지널 지프의 보급형 버전인 콤파스 차량이었다. 트렁크에는 한국에서 공수해 간 국산 캠핑 장비가 실려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일정을 마친 뒤 서둘러 내륙으로 차를 몰았다.


요세미티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1890년 미국에서 두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 웅장한 화강암 절벽과 거울처럼 맑은 호수, 깊이를 모를 계곡 등 곳곳이 절경이다.


요세미티 밸리를 흐르는 머시드 강과 곳곳에 펼쳐지는 폭포는 청량함 그 자체다. 자연보호를 위해 한정된 사람들만 받기 때문에 쾌적하게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한장의 사진이 백 마디 말보다 낫다'는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곳이 요세미티다.


요세미티를 미국 최고의 국립공원으로 만든 것은 미국의 사진작가 안셀 애덤스다. 그의 하프돔 흑백 사진 'MOON AND HALF DOME, YOSEMITE NATIONAL PARK' 한 장은 이곳을 명품 국립공원으로 자리 잡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 대자연이 살아있는 요세미티를 즐길 수 있는 가장 멋진 방법은 이곳의 청정한 공기를 온전히 숨 쉬며 야외에서 밤을 지내는 것, 즉 캠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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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 터널 뷰 포인트 일출 [사진/성연재 기자]

캠핑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에게 요세미티에서의 캠핑은 꿈에서나 할 수 있는 액티비티로 손꼽힌다. 그런데 요세미티 캠핑은 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무려 5개월 전에 홈페이지 오픈과 동시에 자리가 모조리 동난다.


샌프란시스코 도착과 동시에 새벽까지 취소된 자리가 나길 기도하며 홈페이지 새로 고침을 무한대로 계속했다. 하늘의 도움이었는지, 기적적으로 3일째 되던 날 어퍼 파인 캠프그라운드(Upper Pines Campground)에 빈자리가 하나 났다. 허겁지겁 신용카드 번호를 넣고 예약을 완료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다른 사이트는 모두 쾌적한데 내 사이트만 '돌밭'이다. 돌이 많아 도저히 텐트를 치기 힘든 자리다. 왜 취소가 됐는지 알 만했다. 최대한 돌을 피할 수 있는 자리를 골라 작은 백패킹용 텐트를 가까스로 쳤다. 텐트를 펴고 누웠더니 입가에서 웃음이 절로 난다. 돌밭이면 어떠랴. '텐트 밖은 요세미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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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유독 많았던 요세미티 어퍼 파인 캠핑장 [사진/성연재 기자]

◇ 좌충우돌 요세미티 캠핑

그 와중에 뭔가를 찍으려고 급한 마음에 카메라 렌즈를 교체하는 도중에 광각렌즈가 테이블 위에 놔둔 음료수 컵 안으로 떨어졌다. 급히 꺼낸 렌즈에서 음료수가 줄줄 흐른다. 도저히 수리가 안 되는 사태다. 내부 기판과 렌즈 자체가 음료수에 푹 절여졌다.


위기는 또 있었다. 한국에서 가져간 버너가 현지에서 구입한 가스와 안 맞아 취사를 못 하게 생긴 것이었다. 버너와 가스가 나사홈을 따라 연결은 되지만 가스 분출이 되지 않는 것이다.


국산 나사식 버너를 가져가 요세미티에서 멋들어지게 캠핑하려고 했는데 계획이 어긋났다. 과거에 미국 출장 때 구입한 MSR 버너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 유럽과 조지아, 미주와 일본 등 수많은 국가에서 캠핑할 때도 없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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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모닥불로만 조리한 스테이크 [사진/성연재 기자]

캠핑 20년차 경력을 최대한 살려 모닥불을 이용한 요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오로지 모닥불에만 의존해 요리하는 것은 초심자에게는 여간 부담가는 일이 아니다. 가져간 조리 도구도 달랑 프라이팬 하나였다. 프라이팬을 모닥불 위에 올려놓고 스테이크를 올렸더니 곧바로 지글지글 익기 시작한다. 불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칫하면 탈 수 있어 신경을 꽤 써서 구웠다.


그다음 코스는 컵라면인데, 물을 끓이는 것이 필수. 모닥불 위에 쏟아지지 않게 프라이팬을 올리는 것이 요령이다. 그러나 자꾸 뒤뚱거리며 쓰러져 불을 꺼트린다. 몇번이나 불을 꺼트릴 뻔한 위기를 맞았지만 아슬아슬하게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 미러 레이크 트레킹과 폭포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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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레이크 트레킹 [사진/성연재 기자]

미러 레이크 트레킹은 시간에 항상 쫓기는 반도의 여행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트레킹 코스 가운데 하나다. 요세미티 밸리의 계곡을 거슬러 1시간가량 올라가면 빙하기의 마지막 빙하가 녹아 형성된 호수를 만날 수 있다. 물이 맑고 투명해 요세미티의 상징인 하프돔과 노스돔을 반영한 모습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가장 편리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요세미티를 순환하는 밸리 셔틀버스를 탄 뒤 거울 호수 입구에서 내리면 도보로 20분 만에 도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천천히 한 시간가량 걷는 코스를 선택했다. 수많은 방문자가 걷거나 또는 자전거를 빌려 타고 이곳에 도착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한참 더운 8월에는 모든 호수의 물이 말라버리기 때문에 갈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기록적으로 눈 녹은 물들이 많이 내려와 풍성한 호수의 수량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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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 폭포 [사진/성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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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상징인 '요세미티 폭포'는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대자연의 신비 그 자체다. 북미에서 가장 높은 요세미티 폭포는 상중하 총 3개 구간으로 나뉘어 729m의 가파른 낙차가 있어 장엄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요세미티의 숨결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요세미티 폭포 트레일'을 오른다. 폭포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 왕복 11.6km의 코스는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돼 지옥의 코스라 불린다.


그러나 일반 관광객이 접근할 수 있는 초입의 계곡 길이 잘 닦여져 있다. 노약자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요세미티 폭포의 장점은 주변 어디서든 독특한 저마다의 앵글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요세미티 폭포 아래쪽 트레일을 훑었다가 좀 아쉬워 왼쪽 코스로 접어들었더니 거대한 쌍폭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감탄하며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장엄한 풍경

요세미티의 풍광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은 터널뷰 포인트다. 하프 돔이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터널 전망대 뒤에는 암석을 깎아 만든 터널이 자리 잡고 있다. 긴 터널 바로 앞에는 조그마한 광장이 있고 그 밑으로는 깎아지른 언덕이 있는데, 그 언덕 위에 전망대가 자리 잡고 있다.


전날 이곳을 방문했다지만 캠핑장에서 1박을 한 뒤 다음 날 새벽 다시 촬영에 나서기로 했다. 새벽 5시쯤 일어나 부리나케 차를 몰았다. 요세미티는 대부분의 장소가 일방 도로이기 때문에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코앞의 거리도 차량으로 이동하려면 굉장히 힘이 든다. 30여분을 달려 터널 포인트에 도달했더니 이미 수많은 사람이 진을 치고 있다. 이곳은 왼쪽 벽면에서 태양이 떠오르면서 햇살이 쏟아지는 장면이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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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에서 웨딩촬영하는 신혼부부 [사진/성연재 기자]

그러나 이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너무 쨍한 사진이 나왔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바로 옆자리에는 수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촬영해 왔다는 한 중국 여자 사진작가가 있었고, 오른편에는 한국에서 단체로 캠핑카를 빌려 미주 사진 투어를 다니는 그룹이 있었다. 누구보다 그들이 현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포인트들을 세심하게 물어봤고, 친절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겨울 내린 폭설이 녹는 바람에 6월까지 눈 녹은 물이 요세미티 밸리 곳곳을 침범했다. 그러나 그러한 홍수 덕분에 수많은 곳이 습지로 변했고, 평소에는 보기 힘든 멋진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가는 곳곳마다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짧은 일정이 너무나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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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터레이 베이 [사진/성연재 기자]

◇ 장엄한 풍광의 하이웨이 원과 몬터레이 베이

장엄한 요세미티를 뒤로하고 서둘러 해안가로 다시 차를 몰았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해안길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원' 드라이브를 위해서였다. 하이웨이 원은 저 남쪽 아래 샌디에이고에서 시애틀까지 이어지는 약 525km의 태평양 해안 길을 말한다.


처음 마주친 곳은 산호세 아래쪽에 있는 몬터레이 베이다. 작은 항구 도시의 깔끔한 풍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피셔맨스 워프와 비슷한 느낌이다. 도착하자마자 발견한 것은 태평양을 오로지 인력에 의해서만 노를 저어 하와이까지 간다는 '로우'(ROW) 팀이었다. 그들은 10여대의 보트와 전투식량 등 각종 필요한 자재를 전부 늘어놓고 최종 점검을 하고 있다. 막바지 준비를 하는 모습이 비장하게 보였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을 따라 걸었더니 때마침 주말을 맞아 열린 벼룩시장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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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이 맛난 몬터레이 베이 [사진/성연재 기자]

마술 공연과 함께 음악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펼쳐졌다. 항구 건물로 접어드니 해산물 요리 전문점이 눈에 띄었다. 이 중 평점이 좋은 곳을 골라 들어갔는데 운이 좋아서 창가에 앉을 수 있었다. 바다 옆으로 항구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일단 세트 메뉴 하나를 고르고 샐러드도 하나 시켰다. 샌프란시스코의 피셔맨스 워프처럼 훌륭한 맛이어서 대만족이었다.

◇ 17마일 드라이브 코스…페블 비치가 눈앞

17마일 드라이브 코스는 사유지라 하이웨이 원으로 불리기는 애매하지만, 반드시 가봐야 할 곳 가운데 하나다. 개인 소유인 이 도로는 자동차의 경우 통행료를 내야 하지만, 자전거 이용자나 도보 여행객은 무료다.


태평양 그로브(Pacific Grove)와 페블 비치(Pebble Beach) 사이에 구불구불하게 난 이 도로는 바람에 꺾인 사이프러스 숲을 지나 아름다운 주택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 울퉁불퉁한 해안가를 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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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마일 드라이브 [사진/성연재 기자]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페블 비치 골프장도 조망이 가능하며, 점박이 바다표범이 새끼들과 함께 있는 모습(4∼6월 사이)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스패니시 베이(Spanish Bay)의 작은 해변에서 담요를 깔고 피크닉을 즐겨도 좋고, 해변에서 열리는 결혼식을 구경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17마일 드라이브를 벗어나 달리기 시작하는데 때마침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마음이 급했다. 해안선이 아름답다는 빅서(Big Sur) 지역을 꼭 봐야 했기 때문이다. 145km에 걸친 해안선에 거대한 삼나무 숲과 안개가 어우러져 잊히지 않을 만큼 멋진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1번 하이웨이를 달리다 보면 중간중간 눈길을 사로잡는 여러 곳을 만날 수 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수많은 차량 광고에서 보았을 빅스비 다리(Bixby Bridge)다. 그러나 떠들썩한 평가와는 달리 빅스비 다리의 풍경은 다소 심플했다. 스페인의 톨레도 같은 장엄한 다리를 생각했던 것일까. 그러나 자동차를 운전하며 끝없이 펼쳐진 해안선을 바라보는 맛은 더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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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와이너리 [사진/성연재 기자]

◇ 가고 싶으면 가고 멈추고 싶으면 멈춘다


자동차여행의 장점은 큰 계획 세우지 않고 가다가도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거나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이 있으면 언제든지 멈춰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요세미티에서 내려와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도중에 석양을 맞았다. 마침 출출했는데 한 와이너리 야외 테이블에서 수많은 사람이 식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축제라도 열리나 싶어 차를 돌려 들어갔더니 동네 사람들이 주말을 이용해 외식하는 모습이었다. 100% 야외테이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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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에서 구운 피자 [사진/성연재 기자]

카운터에서 주문하면 웨이터가 음식을 갖다주는 형태다. 지나가는 관광객들과 인근 동네 주민들이 한데 어울려 식사를 즐겁게 하는 동안 컨트리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뒤로는 와이너리가 펼쳐져 있고, 가수 바로 뒤쪽에서는 라벤더가 바람에 흔들렸다.


석양을 맞아 빛나는 라벤더의 자태와 성조기, 그리고 오래된 트랙터의 모습이 예술처럼 느껴졌다. 이것이 자동차여행의 진정한 장점이다. 앉아서 피자 몇 조각과 샐러드를 시켰을 뿐인데도 더없이 맛있었다. 즉석에서 구워주는 피자라 재료의 맛이 살아있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3년 7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성연재 기자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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