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당선무효형' 받은 이재명, 대법 판결 언제 내려질까
선거법 '3개월내 신속처리' 규정 '유명무실'…배경 놓고 궁금증 증폭
대법 "정치와는 무관·신속히 처리할 것"…위헌심판 제청신청도 '변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대법원판결이 선고 시한(12월 5일)을 훨씬 넘겼는데도 아직 내려지지 않고 있다.
고개 숙인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 지사 판결은 대권 잠룡이자 국내 최대규모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운명을 가름할 '빅 이슈'로 높은 관심을 끌었으나, 총선 50여 일을 앞둔 현재까지 선고가 나지 않아 그 배경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대법원이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해 선고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는 반면, 또 한편에선 이번 선고가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의 시금석이 될 수 있는 만큼 최종 판단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총선 50여일 남았는데…선고기일 '감감무소식'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이른바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부분을 유죄로 판단,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4가지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받고 안도했던 이 지사가 이처럼 반전 판결을 받아들자 이목은 자연스레 최종 판단 권한을 가진 대법원으로 쏠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5일이던 선고 시한을 두 달도 훨씬 더 넘긴 현재까지 선고를 하지 않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 기간에 관한 강행규정)는 선거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처리해야 하고,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법률 규정에도 대법원이 '늑장 재판'을 하자 일각에서는 총선 일정 등 정치적 고려가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혀온 이 지사의 정치적 주목도로 보나 이끄는 자치단체 규모로 보나 다른 단체장과 '체급'이 다르기 때문에 선고 결과에 따라 총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대법원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픽] 이재명 경기지사 혐의별 1·2심 판결 비교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는 6일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어 이른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0eun@yna.co.kr |
1·2심 엇갈린 판결…대법원판결 '모 아니면 도?'
총선일에 재선거·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를지 여부는 총선(4월 15일) 30일 전인 내달 16일까지 확정판결이 내려져야 결정할 수 있다.
대법원이 3월 16일 이후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려 이 지사의 당선 무효가 확정되면, 내년 재선거·보궐선거일(매년 4월 첫 번째 수요일)까지 경기지사직은 공석이 된다.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 이 지사는 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지만, 지사직이 공석이 되면 행정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갈 수 있어 대법원의 신속한 판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안에 최종 판결을 내릴 지는 미지수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일부 유죄로 판단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 2010년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부인 ▲ 2012년 정신병원 강제입원 지시 부인 ▲ 절차 중단 지시 발언 등 3가지 공소사실로 구성돼 있다.
항소심은 이 중 이 지사가 2012년 친형 고 이재선 씨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도록 지시하고도 이를 부인한 단 1가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된다고 보고 당선무효형을 내렸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 지사의 당선무효를 확정하거나,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을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만약 항소심이 2가지 혹은 3가지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가정할 경우, 대법원이 일부 공소사실만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 항소심의 양형이 100만원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 상황은 '모 아니면 도'인 셈이다.
아울러 이 지사와 같은 유력 정치인에 대한 선거법 사건은 추후 선거 사건 판결의 시금석이 될 수 있어 대법원이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으리란 추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항소심 선고공판 마치고 나온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
대법 "신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검토 중" 원론적 답변만
대법원 관계자는 이 지사 사건에 대해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면서 "정치 일정과는 무관하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 측이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 250조 1항(허위사실공표죄)과 형사소송법 383조(상고이유)에 대해 위헌심판 제청 신청을 한 것을 두고 '신의 한 수'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법원이 신청을 인용,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하면 이 지사 상고심은 헌재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중단이 되기 때문이다.
헌재의 위헌법률 심판이 1∼2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지사는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어 도지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위헌심판 제청 취지 중 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 선고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되고,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등 사실상 '정치적 사형' 선고를 받는데도 양형 부당을 다툴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없어 부당하다고 한 이 지사 측의 주장은 나름 일리가 있어 헌재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법원은 이 지사 측의 위헌심판 제청 신청에 대해서도 아직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이다.
기각 결정이 날 경우 이는 본안 판단과 함께 내려지기 때문에 그 결과는 선고 기일에나 알 수 있다.
수원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배경이나 관측을 제쳐두고서라도 대법원의 선거법 사건 선고가 늦어지는 것은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재판 당사자 및 유권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