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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입양 남매, 35년 만에 사부곡 꿈 이뤄졌다…9월께 상봉

정지희·경재씨 "기쁘지만 슬프다"…한눈에 알아본 친부 "감사하다"

연합뉴스

35년만에 친아버지 찾은 정지희·경재 남매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제공]

7살과 4살 때 프랑스에 입양된 한인 정지희(41) 씨와 정경재(38) 씨 남매가 35년 만에 친아버지와 가족을 찾았다고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가 10일 밝혔다.


정지희 씨는 지난해 12월 친부모를 찾겠다며 센터 문을 두드렸지만, 입양 기록상 친부모 정보가 없어 실망하고 돌아섰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에 사연을 전했고, 2월 26일 보도됐다.


당시 "부모님을 용서해요. 사랑해요"라는 내용의 기사를 본 대구지방경찰청이 아동권리보장원에 "찾아보겠다"고 연락을 취했고, 부산 남광사회복지회 기록에 남아있는 정보와 사진을 활용해 친아버지와 연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즉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해 친자관계를 확인했고, 남매와 친아버지는 센터의 도움을 받아 사진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친아버지는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실감했다.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사진을 보는 순간 자식임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며 "그동안 잘 자라준 남매와 키워준 양부모, 거리낌 없이 형제로 받아준 프랑스의 형제, 자매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희 씨는 큰딸, 경재 씨는 자신의 젊은 날과 꼭 빼닮았다고 친아버지는 전했다.


프랑스에서 소식을 접한 남매는 반가움과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친어머니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슬픔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지희 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슬프지만, 아버지와 언니를 건강히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기쁘다"며 "우리는 오래전 부모님을 용서했고 이제 과거는 우리 뒤에 있으니 그 어떤 후회나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새롭게 관계를 쌓아가며 35년의 공백을 채워가자"고 했다.


오랜 시간 부모와 자식 간 연을 끊은 사연은 기구했다. 대구에서 살던 이 가족의 비극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시작됐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아버지는 대구에, 어머니는 부산에 떨어져 살게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큰딸을 대구에서 아버지가 키우고, 어린 지희와 경재를 부산에 있는 친모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친모가 1985년 6월 12일 당시 6살과 3살 된 남매를 두고 달아났고, 남매는 프랑스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친아버지는 "남매가 부산에서 엄마와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 철석같이 믿었는데"라며 "자식이 없어진 것을 알고 이후 관공서에 요청해 찾아봤지만, 행방을 알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친부는 자식을 버렸다는 회한과 시름에 빠져 살았고, 친모는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만난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 가족 앞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라는 복병이 나타났고, 남매는 9월께 한국을 방문해 친아버지와 가족을 상봉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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