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홀스는 되는데 말도나도는 쓸 수 없는 단풍나무 배트
MLB, 2011년 이후 데뷔한 선수는 단풍나무 배트 사용 금지
KBO는 손잡이에 나무의 결이 보이면 단풍나무 사용 가능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단풍나무 배트로 적시타를 친 말도나도 [AP=연합뉴스]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주전 포수 마틴 말도나도(36)는 이번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앨버트 푸홀스(42·세인트루이스)로부터 방망이 6자루를 선물 받았다.
말도나도는 29일(한국시간)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월드시리즈 1차전에 푸홀스가 선물한 방망이를 들고나와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사무국은 2차전을 앞두고 말도나도에게 '그 방망이'를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말도나도가 선물 받은 방망이의 재질이 단풍나무였기 때문이다.
단풍나무 배트는 2001년 배리 본즈가 한 시즌 홈런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사용한 방망이로 알려지면서 크게 유행했다.
이전까지는 주로 물푸레나무로 방망이를 만들었는데 단풍나무는 단단한 재질에 비해 무게가 가벼워 배트 스피드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다.
월드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타격 훈련 중인 말도나도 [AP=연합뉴스] |
하지만 단풍나무 배트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공에 맞아 부러지는 순간 날카로운 파편들이 튀면서 아주 위험한 흉기로 돌변하는 것이다.
실제 단풍나무 배트에 선수나 심판, 심지어 관중이 크게 다치는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했다.
메이저리그는 2008년부터 단풍나무 배트의 문제점을 심도 높게 검토했다.
2년 이상의 오랜 기간 조사한 끝에 2011년 단풍나무 배트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단, 2010년 이전에 빅리그에 데뷔해 단풍나무 배트를 사용한 선수들에게는 계속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2011년 이후 새로 메이저리그에 진입한 선수들만 단풍나무 배트를 쓸 수 없게 됐다.
말도나도에게 단풍나무 배트를 선물한 푸홀스는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말도나도는 2011년 빅리그에 첫발을 디뎠다.
앨버트 푸홀스 [UPI=연합뉴스] |
푸홀스는 사용할 수 있지만, 말도나도는 쓸 수 없는 배트인 셈이다.
푸홀스나 말도나도는 이 규정을 잘 몰랐던 것 같다.
말도나도는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에서 함께 했던 푸홀스는 아주 좋은 친구"라며 "이번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내가 부탁해 방망이를 선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내가 그 배트를 쓸 자격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규정은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말도나도는 30일 열린 월드시리즈 2차전에 평소 쓰던 배트를 들고나왔으나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한편 KBO리그에서는 단풍나무 배트 금지 규정이 없다.
'KBO 배트 공인 규정' 4조 2항에 따르면 '배트의 재질이 메이플(단풍나무) 등일 경우 손잡이 부분에 반드시 나무의 결이 보여야 한다'고만 명시됐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