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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사랑, 마스크 쓰고 보답…'손흥민 월드컵 드라마' 시작됐다

손흥민 "팬들이 2년간 써온 마스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1% 가능성만 있어도 앞만 보고 달려갈 것"

연합뉴스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 [서울=연합뉴스]

안와골절을 당한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이 안면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서라도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겠다고 결심한 배경에는 팬들의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올랭피크 마르세유(프랑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상대 선수의 어깨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쳐 눈 주위 뼈가 네 군데나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손흥민은 4일 수술대에 올랐고 현재 회복 중이다.


손흥민이 건강하게 그라운드로 복귀하려면 최소 4주는 쉬어야 한다는 게 국내 의학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눈에 충격을 받는 과정과 곧바로 눈이 심하게 부어오른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부상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의사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최소 4주를 쉰다면, 손흥민은 12월 1일쯤에야 그라운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한국은 우루과이(11월 24일), 가나(11월 28일)와 경기에 못 나서고 12월 3일 열리는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나 뛸 수 있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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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내가 바로 코리아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카메룬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첫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2.9.27 kane@yna.co.kr

사상 2번째 원정 16강에 도전하는 벤투호에 손흥민의 부상은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였다.


부상 소식이 들려온 뒤 축구계에서는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많은 팬이 손흥민의 건강을 걱정했다. 또 대표팀이 카타르에서 자칫 최악의 성적을 낼까 우려했다.


손흥민의 월드컵 출전 여부와 관련해서는 엘리트 운동선수가 부상을 달고 실전에 나서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기에 손흥민이 카타르에 갈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어차피 완전치 못한 몸으로 출전해야 한다면 한국 축구의 '보물'인 그를 쉬게 하는 게 옳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고'가 터지고서 정확히 1주일 뒤인 9일 손흥민은 직접 입장을 밝히고 혼란을 잠재웠다.


그는 "지난 한 주 동안 받은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많은 분께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받았고, 읽으며 많은 힘을 얻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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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취골 주인공 손흥민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카메룬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전반 손흥민이 선취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2.9.27 superdoo82@yna.co.kr

이어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여러분이 참고 견디며 써오신 마스크를 생각하면, 월드컵 경기에서 쓰게 될 저의 마스크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며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고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민이 받은 고통에 비하면, 자신이 당한 골절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손흥민의 얘기다.


또 월드컵까지 완전한 몸 상태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자신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준 팬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대표팀에 헌신하겠다는 의지도 메시지에 담겨있다.


손흥민은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스포츠 스타 중 하나다. 토트넘에서 받는 연봉에 광고 수입 등을 더하면 1년에 2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의류 브랜드도 론칭했다.


자신의 피나는 노력뿐 아니라 팬들의 깊은 사랑도 이런 어마어마한 성공의 토대라는 점을 손흥민은 잘 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5년 연속으로 '한국을 빛낸 올해의 스포츠 선수'로 선정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려온 손흥민은, 이에 늘 보답하고자 했다.


특급 스타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국가대표팀 A매치에서는 다소 힘을 빼고 임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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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에게 인사하는 손흥민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카메룬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한 한국 손흥민이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2.9.27 nowwego@yna.co.kr

하지만 손흥민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유럽에서 한국까지 먼 길을 달려와 대표팀의 붉은 유니폼을 입으면, 외려 팬들이 그의 부상을 걱정할 정도로 최선을 다해 뛰었다.


팬서비스는 늘 확실하게 했다.


지난 7월 토트넘의 프리시즌 투어로 한국을 찾은 손흥민은 출국할 때 공항으로 몰려든 팬들의 사랑에 아낌없이 보답했다.


500여 명의 팬들이 몰려든 가운데, 손흥민은 30여 분간 사인, 셀카 등 요청에 하나하나 모두 응했다.


비행기 이륙 시간을 30분 남겨놓고 급하게 출국장으로 향할 때까지, 손흥민은 한 번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런 '캡틴' 손흥민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카타르 월드컵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손흥민의 3번째 월드컵 드라마가 시작됐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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