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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코로나19 팬데믹, 세계 질서 영원히 바꿔놓을 것"

WSJ 기고서 "정치·경제 격변 이어질 것…자유세계 질서 지켜내야"

연합뉴스

백악관서 트럼프와 대화하는 키신저(2017년 10월) [EPA=연합뉴스]

미국 외교의 거두로 통하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키신저는 이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나더라도, 세계는 그 이전과는 전혀 같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바이러스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계획하는 시급한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벌지 대전투'에 참전한 키신저는 "팬데믹의 초현실적인 상황은 벌지 전투에서 느꼈던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면서 "1944년 말이 아닌 지금, 특정 개인을 겨냥한 게 아닌, 무작위적이고 파괴적인 공격의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차이는 당시 미국이 궁극적인 목표 하에 강한 인내심을 발휘했다면, 지금은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정부가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키신저는 "국가의 번영은 국가기관이 재난을 예측하고 충격을 막고 안정을 복구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팬데믹이 끝나는 시점에, 수많은 국가 기관들은 실패한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국 지도자들은 이번 위기를 국가 단위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정작 바이러스는 국경을 인식하지 않는다"며 개별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도 비판했다.


키신저는 "희망하건대 보건 위기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정치·경제의 격변은 세대에 걸쳐 이어질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자유 세계의 질서'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키신저는 "글로벌 무역과 자유로운 이동을 기반으로 번영하는 시대에서, 시대착오적인 '성곽 시대' 사고가 되살아날 수 있다"면서 "전 세계 민주 세계는 계몽주의 가치들을 유지하고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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