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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고강도 검찰 인사…사실상 수사지휘부 '징계' 평가

공석 8자리 충원 넘어선 대폭 규모…후속 인사도 같은 기조 가능성

법무부 "그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우수 검사 적극 중용"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하면서 조직 쇄신 의지를 드러낸 것은 여권을 겨냥한 '과도한' 수사에 대한 징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7시30분께 검사장급 간부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오는 13일자로 단행했다. 인사 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좌한 참모진 등이 대부분 교체됐다.


이는 통상의 인사 수요를 넘어선 규모였다. 공석이 된 검사장급 이상의 고위 검사의 직책 8자리를 충원하는 것이 이번 인사의 요인이었지만, 결과는 이를 훨씬 뛰어넘었다. 고검장 승진 5명과 검사장 승진 5명, 전보 22명에 달하는 대폭적인 규모다.


특히 대검의 수사 지휘라인을 비롯한 참모진이 모두 전보 인사를 통해 교체됐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수사 등을 총괄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해 법무연수원장으로 발령이 났지만, 이른바 '승진성 좌천' 성격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와 여권을 겨냥한 수사를 지휘했던 고위 검사들의 보직이 일제히 바뀐 모양새다.


검찰의 수사가 '성역 없는 비리 규명'이라는 내부 평가와 달리 '검찰개혁에 대한 조직적 반발'이라거나 '검찰권 남용'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은 만큼 지휘부 교체를 통해 추 장관이 검찰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인권·민생·법치에 부합하는 인사를 통해 조직의 쇄신을 도모했다"며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인사에서 벗어나 그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던 일선의 우수 검사들을 적극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게이트형 사건 수사에서 공을 세워 세간의 주목을 받던 검사들 대신 인권을 중시하고 민생 범죄 수사 분야에 몸담은 검사들에게 주요 직책을 맡겼다는 취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인사로 채워진 검찰 내 주요 직책에는 이른바 '특수통' 인사들을 많이 찾아보기 어렵다.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보임된 이정수 부천지청장과 대검 형사부장으로 이동한 김관정 고양지청장 정도를 제외하면 특수통 검사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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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탄 추미애 장관 (과천=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 차에 타고 있다. 2020.1.8 pdj6635@yna.co.kr

이 같은 기조는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을 대상으로 한 후속 인사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등 주요 사건을 맡은 일선 검찰청의 수사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물갈이 인사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3차장과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 서울중앙지검 신봉수 2차장과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 서울동부지검 홍승욱 차장과 이정섭 형사6부장 등이 후속 인사 대상이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들은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과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사건의 수사 실무 책임자들이다.


다만 이번 고위 간부 인사에서 비(非)검사 출신 인사가 검찰 내 요직에 보임되는 파격은 나타나지 않았다.


인사를 앞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의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이 검찰국장에 임명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았지만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법무부 주요 직책에서도 비검사 출신 인사를 배치할 것이라는 몇몇 자리에 기존대로 현직 검사들이 임명됐다. 검찰 업무와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이, 기조실장에는 심우정 서울고검 차장이 전보됐다.


신임 검사장들이 대검 참모진으로 기용된 점도 눈에 띈다.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과 배용원 수원지검 1차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해 각각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공공수사부장을 맡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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