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신호?…심우주서 반복되는 강력한 전파폭발 포착
캐나다 차임 전파망원경 시험 가동 중 역대 두 번째 관측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중성자별의 폭발 상상도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제공] |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먼 우주 어딘가에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강한 전파가 반복적으로 포착돼 천문학계의 주목을 받고있다.
캐나다 천문학 연구팀은 축구장 크기의 강력한 전파망원경인 '차임(CHIME)'을 통해 지난해 8월 3주에 걸쳐 13차례의 '빠른 전파 폭발(FRB)'을 관측했으며, 이 중 6차례는 같은 곳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다고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밝혔다.
FRB는 태양이 1만년에 걸쳐 방출하는 에너지를 1천분의 1초 만에 방출해 밀리 초 동안만 관측된다. 지금까지 약 60차례 관측됐지만 같은 곳에서 반복된 것은 지난 2012년 11월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으로 단 한 차례 포착한 것이 전부다.
FRB는 초신성이나 빠르게 회전하는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중성자별에서 나오거나 중성자별 간의 충돌에서 발생한다는 주장에서 외계 지적생명체가 보내는 신호라는 해석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실체는 밝혀지지 않고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번에 반복적으로 포착된 FRB는 약 15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날아왔으며 'FRB 180814.J0422+73'로 명명됐다. 2012년에 포착된 FRB 발원지는 약 30억광년 떨어진 은하로 추적됐다.
차임 전파망원경 [차임 홈페이지 캡처] |
대부분의 FRB는 1천400MHz에서 관측됐으나 이번에는 차임 전파망원경의 관측 하한선인 400MHz 대역에서 포착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BC) 천문학자 잉그리드 스테어스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반복된 FRB가 단 한 차례밖에 관측되지 않다가 추가로 포착된 것은 제3, 제4의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면서 "추가 관측과 연구가 이뤄지면 FRB가 어디에서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지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7년 말에 문을 연 차임을 부분적으로 시험가동하는 단계에서 이번 관측을 해냈으며, 현재 전면 가동이 이뤄지고 있어 올해 말까지 1천건의 FRB를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임은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모양의 100m 길이 금속망 실린더 4개로 구성돼 있으며, 1천여개의 안테나로 수집한 전파신호를 처리한다. 차임 연구팀은 이런 신호처리 시스템이 지구 상의 어떤 망원경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이번 연구에는 UBC와 토론토대학, 페리미터 이론 물리학연구소 등을 비롯한 5개 기관의 천문학자 50여명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관측 결과를 네이처에 2건의 논문으로 게재했으며,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리는 제233차 미국천문학회 회의에서도 발표했다.
차임 전파망원경 전경 [차임 홈페이지 캡처] |
한편 두 논문의 교신저자인 맥길대학의 천문학자 시리하르쉬 텐둘카르 박사는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FRB가 반복된다는 것은 전파 발원지가 FRB를 발생하며 파괴되는 모델은 배제하는 것"이라면서 "예컨대 중성자별의 충돌이나 폭발이 발원지라면 FRB는 반복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텐둘카르 박사는 또 FRB가 외계인의 신호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주, 아주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과학자로서 100% 배제할 수는 없지만 어떤 천문학자도 외계 지적생명체의 신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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