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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클럽·정준영 황금폰…검증기회 스스로 날린 방송가

민감한 소재 오락적 연출에만 집중…'문제아' 재기용도 무원칙

승리 클럽·정준영 황금폰…검증기회 스

정준영 예능 줄하차…'승리 게이트'에 연예계 긴장 (CG) [연합뉴스TV 제공]

결과론이라 할지는 몰라도, 이리 되고 보니 '버닝썬 게이트'도 '몰카 파문'도 조금만 더 냉정하게 봤더라면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혈기왕성한 스타들의 철없는 허세를 오락적 재미로만 풀어낸 방송사들은 여러 번 검증기회를 날렸다.


먼저 게이트로까지 비화한 클럽 버닝썬의 존재는 지난해 SBS TV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한 가수 승리 스스로 공개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승리가 클럽에 거부감을 느끼는 출연자를 설득하며 "유흥을 즐기려고 만든 건 아니다. 사람을 만나는 장이다. '만남의 광장' 같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비슷한 시기 MBC TV '나 혼자 산다'에서도 그는 "연예인 사업이니까 얼굴과 이름만 빌려주는 줄 아는데 전 진짜로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언급은 버닝썬 실제 주인을 가늠하거나, 그 운영에 그가 얼마나 깊이 개입했는지를 추정하는 데도 중대한 발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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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제공]

방송가는 일제히 젊고 한류스타가 자신의 사업을 책임감 있게 한다는 것에 집중해 연출했다. 그렇게 한껏 멋 부리고 잘나가는 모습은 청춘들의 '워너비'가 됐다. 그러나 사실 일부 클럽이 '범죄의 온상'처럼 비치는 것도 부인하기는 힘들다. 정부는 최근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여기서 문제는 방송사 태도. 방송에서 클럽 사업을 대놓고 '홍보' 해주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따라서 방송사는 그에 대한 경각심도 함께 짚어줬어야 바람직하지 않나는 반론이 적지 않다.


이런 홍보 성향은 비단 예능에 국한된 일만도 아니다. 비지상파 시청률 기록을 새로 쓴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도 세리(박유나 분)가 클럽MD가 된 모습 역시 지나치게 밝게만 그렸다는 지적이 당시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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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더 문제가 된 건 성관계 영상 불법 유포로 세간을 발칵 뒤집은 가수 정준영이다. 그는 2016년 1월 MBC TV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는데, 당시 그와 동반 출연한 가수 지코는 정준영에게 '황금폰(휴대전화)'이 있다고 언급했다. 방송에서는 '네버 엔딩 폭로'라는 익살스러운 자막과 함께 에피소드가 희화화됐지만, 3년이 지난 후 '그 폰이 그 폰'임을 추론할 수 있게 됐다.


지코는 이번 정준영 파문과의 관계성을 부정했지만, 그가 당시에 "지인들 연락처가 저장된 황금 인맥 도감"이라고 하고, 정준영도 "지코가 우리 집에 오면 황금폰부터 찾는다. 침대에 누워서 마치 자기 것처럼 정독한다"라고 한 것을 상기하면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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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공]

정준영이 오래 출연한 KBS 2TV 간판 예능 '해피선데이-1박2일'은 2016년 한 차례 정준영의 몰카 사건이 공론화했을 때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자 그를 믿고 복귀시켰다. 당시 여론은 '합의로 촬영한 장난 영상이라면 정준영이 억울하다'는 게 주류를 이뤘고, 시청률에 적지 않은 지분을 가진 정준영이었기에 제작진으로서는 굳이 내칠 이유가 없었을 수 있다. 결국 정준영은 3개월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복귀했고, 제작진은 그의 공백 기간에도 그를 그리워하는 연출을 더 하며 복귀에 정당성을 실어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3일 통화에서 "당시 정준영에게 인성 문제가 있다는 게 어느 정도 드러난 것인데 제작진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이번 사건을 보면 문제 있던 사람을 마치 한 번 실수한 것처럼 접어두고 다시 기용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1박2일'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를 요청하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어 방송사도 코너에 몰렸다.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드라마, 예능이라도 방송 프로그램은 사회적 문제를 걸러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은 지극히 타당하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스타들의 도덕적 해이를 검증해내지 못하고 화제성과 시청률에만 목매는 방송가의 도덕적 해이가 미투부터 버닝썬 게이트까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괴물을 낳았다. 나아가 그런 자충수는 부메랑처럼 방송가에 타격으로 돌아와 스스로 연출 자율성 등 입지를 좁히는 요소로 작용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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