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폭로한 신유용 "많은 피해자가 용기 얻었으면"
"고교 시절,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폭행 사실 알려지면 선수 생활 접어야 하는 환경"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고교 시절 지도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가 14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1.14 cycle@yna.co.kr |
고교 시절 지도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 유도선수 신유용(24)씨가 용기를 냈다.
신유용 씨는 14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자신을 공개하며 성폭행 당시 상황과 이 사실을 알리게 된 계기에 관해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을 공개하는 것이 수치스럽지만, 수면 아래에 있는 체육계 성범죄 피해자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인터뷰에 임한다며 입을 열었다.
다음은 신유용 씨와 일문일답.
-- 기억하기 싫겠지만,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 영선고 1학년 때 강원도 철원으로 전지훈련을 갔다. 숙소에서 A코치를 깨우는데 강제로 입을 맞췄다. 이후 학교로 돌아와 (그가) 성폭행을 했다.
-- 학교 내에서 범죄가 이뤄졌나.
▲ 남교사 기숙사가 있었다. 그곳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난 코치님들의 빨래, 방 청소, 잔심부름을 해야 했다. A코치는 어느 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방 청소를 시켰고, 그때 성폭행이 (처음)이뤄졌다.
-- 범죄는 언제까지 계속됐나.
▲ 2014년 2월에 졸업했는데, 2015년까지 연락이 왔다.
-- 당시 범죄 피해를 알릴 만한 환경이 아니었나?
▲ 처음 성폭행을 당한 뒤 1년 동안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이후 막내 여자 코치님과 동기 한 명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두 사람에게 증언을 부탁했는데,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코치님은 유도계에 몸담고 있어 힘들다고 하더라. 동기는 만나기로 한 당일 연락이 두절됐다.
-- 동기는 왜 부탁을 거절했다고 생각하나.
▲ 본인에게 피해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 친구는 아직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당시엔 화가 났지만, 그 친구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 재학 시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못 했나.
▲ 도와줄 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숨기는 것이 내 선수 인생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고교 시절 지도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가 14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1.14 cycle@yna.co.kr |
-- 선수 시절 목표는 무엇이었나.
▲ 국가대표로 뽑혀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나가는 게 꿈이었다. 성폭행 사실을 알리면 내 유도 인생이 끝나는 것이라 생각했다.
-- 은퇴 결심에 이 사건이 영향을 미쳤나.
▲ 주변엔 2012년 전국체전에서 무릎을 다쳐 유도계를 떠났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당시 재활훈련을 했고, 얼마든지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폭행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 많이 수치스러웠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문이 퍼질 것이라 생각했다. 부상을 핑계로 고교 3학년 때 운동을 접었다. 그리고 공부를 해 다른 진로를 택했다. 지금은 모 대학에 재학 중이다.
-- 가족들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 가족들은 이 사실을 가장 마지막에 알았으면 했다. 사실 이 사건을 공개하기 전 유도계에선 소문이 돌고 있었다. 고소하기 전 가해자의 아내가 친오빠에게 전화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머니까지 알게 됐다. 가슴 아팠다.
-- 당시 성범죄를 막을 수 있었던 제도나 시스템은 없었나?
▲ 만약 성범죄 예방 교육을 받았고 범죄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가 있었다면 그곳에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런 교육은 단 한 번도 못 받았다. 만약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면 좀 더 일찍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고교 시절 지도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가 14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가해자의 회유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2019.1.14 cycle@yna.co.kr |
-- 수면 아래에 있는 체육계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 현역 선수들은 아무래도 피해 사실을 알리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주셨으면 좋겠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cy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