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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맹방해변 길이 5㎞·폭 40m '명사십리' 어디 갔나

"앞바다 공사로 순식간에 침식" vs "올해 높은 파도 급증 때문"

연합뉴스

삼척 맹방해변 침식 현장 [연리지 미디어협동조합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강원 삼척시 근덕면 맹방해변의 모래밭이 사라지고 있다.


맹방해변은 부드러운 모래밭이 끝없이 펼쳐진 '명사십리'(明沙十里)로 유명하다.


하얀 모래밭, 푸른 바다, 울창한 송림 등이 펼쳐진 풍경은 연인, 가족 등 많은 사람의 추억 여행지이다.


파도 소리를 담던 2001년 개봉 '봄날을 간다'의 영화 속 장면을 간직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23일 오후 둘러본 맹방해변의 모습은 처참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진 백사장은 계단식 논처럼 잡초밭과 모래밭 2개 부분으로 극명하게 나뉘어 있었다.


경계선은 높이 1m가 넘는 절개면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모래밭도 파도의 쉴 새 없는 공격으로 빠르게 깎여나가고 있었다.


해안침식이 심각하게 진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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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맹방해변의 절개면 [촬영 배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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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 중인 삼척 맹방해변 [촬영 배연호]

"이 상태라면 삶의 터전 모래밭 완전히 사라질 것"

주민들은 맹방해변의 파괴가 순식간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홍영표 상맹방1리 현안대책위원장은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구조물인 케이슨 제작작업이 맹방해변 앞바다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 3월께부터 모래밭이 빠르게 쓸려나갔다"며 "이런 침식 속도라면 모래밭은 곧 완전히 없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맹방해변의 모래밭은 길이 약 5㎞, 평균 폭 40m 규모였다.


주민들의 더 큰 걱정은 맹방해변의 모래밭이 삶의 터전이라는 점이다.


맹방해변 일대 주민 140여 가구 중 절반에 해당하는 60∼70가구가 숙박업, 음식점, 상가 등 피서객 등 관광객을 상대로 먹고산다.


한 주민은 "맹방해변은 피서객만 연간 140만 명에 이르는 유명 관광지다"며 "모래밭이 사라지면 피서객 발길도 끊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주민들은 올해 7월부터 삼척화력발전소 건설공사 중단 등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발전용량 2천100㎹급의 삼척화력발전소는 2018년 착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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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 중인 삼척 맹방해변 [촬영 배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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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방해변에 모래 붓기 [촬영 배연호]

삼척시, 침식대책 지역협의회 구성·모래 붓기 계속

삼척시도 민간 전문가, 시의원, 주민, 공무원, 삼척화력발전소 관계자 등 15명으로 '맹방 해안 침식 대책 지역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해안침식 저감·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삼척시 관계자는 "연안 시설물 공사가 해안침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해안침식 규모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침식을 막고자 침식 해안에 모래를 붓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사업 시행사 측은 "맹방해변 앞바다에서의 케이슨 제작장 공사 등의 영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침식은 올해 들어 급증한 파고 5m 이상의 높은 파도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맹방해변도 2015년 연안 침식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최근 동해안에서 침식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침식방지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맹방 지구 연안 정비사업을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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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삼척화력발전소 중단 요구 회견하는 삼척시 근덕면 상맹방1리 주민 [상맹방1리 현안대책위원회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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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시 근덕면 상맹방1리에 붙은 현수막 [촬영 배연호]

주민,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요구 천막농성 돌입

24일 상맹방1리 현안대책위원회와 삼척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는 맹방해변에서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회견을 하고,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주민들은 회견문에서 "맹방해변이 사라지고 환경과 주민의 삶이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공사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며 "맹방해변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삼척=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b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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