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 감사용 "굿바이 삼미…역사 속으로 사라지네요"
한화 이글스, 35년 묵은 삼미의 최다 18연패 기록과 타이
감사용 "힘들어하고 있을 한화 선수들, 응원하고파"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뛰었던 경남대 감사용 감독 1980년대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뛰었던 경남대 야구부 감사용 감독. [감사용 감독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
"이제 정말 삼미라는 이름이 사라지겠네요."
2004년 개봉한 이범수 주연의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1980년대 프로야구 꼴찌팀 삼미 슈퍼스타즈와 당시 투수로 뛰었던 감사용(67·현 경남대 감독)의 이야기를 담았다.
꼴찌 팀 패전투수로 팬들의 응원을 받을 수 없었던 비운의 선수, 감사용을 재조명한 영화다.
감사용 감독은 선수 시절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지만, 2000년대 삼미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도전의 아이콘으로 조명을 받았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
삼미와 감사용의 이름은 팀 해체 후 35년이 지난 올해에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삼미가 기록했던 KBO리그 역대 최다 연패인 18연패에 다가서면서다.
한화는 12일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서 2-5로 패하면서 현대 야구에서 범접하기 힘들어 보였던 18연패 타이기록을 세웠다.
한화의 18연패 소식을 들은 감사용 감독의 목소리엔 아쉬움이 깊게 묻어 있었다.
감 감독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화가 삼미의 18연패 기록을 잇지 않길 바랐다"며 "이제 정말 삼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감 감독은 "한화가 우리 기록에 다가오면서 설마설마했다"며 "한화를 응원했는데 무척 아쉽다"고 덧붙였다.
삼미 구단은 18연패를 기록한 1985년 청보 그룹에 매각됐고, 모그룹 역시 1997년 해체했다.
그러나 18연패 기록 탓에 프로야구에 장기 연패 팀이 나올 때마다 삼미의 이름은 언론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야구단도, 모그룹도 사라졌지만 18연패 기록으로 인해 감사용 감독을 비롯한 삼미인들은 그때를 회상하고 추억할 수 있었다.
감사용 감독은 "당시엔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괴롭고 힘들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아름다운 도전의 순간이었다"며 "사람들은 불명예 기록이라고 말하지만 내 인생의 가장 명예로운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감사용 감독은 35년 전 아픔을 똑같이 느끼고 있을 한화 선수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감 감독은 "후배들이 어떤 고통을 느끼고 있을지 알고 있다"며 "코치진, 선수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도 매우 힘들 것이다. 위로될지 모르겠지만, 잘 이겨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감 감독은 또한 "야구팬분들도 단순히 연패 기록을 비난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그랬듯 한화 선수들도 극한 상황에서 매일 도전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cy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