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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줘서 고맙다"…65년만에 눈물의 재회

이산가족상봉

이산가족 첫날 단체상봉·공동만찬 진행

황우석 할아버지, 북측 딸과 상봉…이금섬 할머니, 70대 아들만나 오열

"살아줘서 고맙다"…65년만에 눈물의

감격의 순간

"영숙이야? 살아줘서 고맙다"


65년이 훌쩍 넘는 기다림의 시간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한꺼번에 토해냈을까.


20일 금강산호텔에 마련된 남북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장은 반백 년이 훌쩍 넘은 기간 헤어졌던 혈육을 만나 부둥켜안은 가족들의 오열로 채워졌다.


남측 황우석(89) 할아버지는 세 살 때 헤어졌던 북측의 딸 영숙(71) 씨와 반갑게 악수를 했다. 영숙 씨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


38선 이남 미수복지 황해도 연백군 출신인 황 할아버지는 1951년 1·4 후퇴 때 인민군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홀로 배를 타고 피난길에 올랐다. 그 길로 부모님과 세 여동생은 물론 영숙 씨 등 처자식과도 생이별했다.


황 할아버지는 금세 딸과 '출가 전에는 누구랑 살았느냐', '동네 이름이 무엇이냐'는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황 할아버지는 북측의 손녀 고옥화(39) 씨와도 감격스러운 만남을 가졌다. 고 씨는 황 할아버지의 손을 계속 매만지면서 대화를 주도하고 귓속말을 하기도 했다.


황 할아버지는 단체상봉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돼 아주 기쁘다"면서 "얼마나 어렵게 살았을지 싶다. 지금까지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만날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손녀딸이 애교가 많더라. 나한테도 건강하게 계셔줘서 고맙다고 하고"하며 웃었다.

"살아줘서 고맙다"…65년만에 눈물의

매일 그리워하던 아들과 눈물의 포옹

남측의 이금섬(92) 할머니는 상봉장에 도착해 아들 리상철(71) 씨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오자마자 아들을 끌어안고 "상철아"라고 부르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아들 상철 씨도 어머니를 부여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상철 씨는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버지 모습입니다. 어머니"라며 오열했다.


이금섬 할머니는 전쟁통에 가족들과 피난길에 올라 내려오던 중 남편과 아들 상철 씨 등과 헤어져 생이별을 견뎌야 했다.


이 할머니는 단체상봉 2시간 내내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채 가족사진을 보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아들에게 "애들은 몇이나 뒀니. 아들은 있니" 등의 질문도 쏟아내기도 했다.


단체상봉이 곧 종료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아들은 "벌써 끝났다고?"라며 아쉬워했다.

"살아줘서 고맙다"…65년만에 눈물의

'꿈에서도 그리웠던'

남측 한신자(99) 할머니도 북측의 두 딸 김경실(72) 경영(71) 씨를 보자마자 "아이고"라고 외치며 통곡했다.


한신자 할머니와 두 딸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한 할머니는 전쟁통에 두 딸을 친척 집에 맡겨둔 탓에 셋째 딸만 데리고 1·4 후퇴 때 남으로 내려오면서 두 딸과 긴 이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는 "내가 피난 갔을 때…"라고만 하고 미처 두 딸과 함께 내려오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울먹이며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북측 딸들은 "고모가 있지 않았습니까"라며 오랜만에 만난 노모를 위로했다.


북측 딸들은 부모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을 꺼내놓았지만 정작 한신자 할머니는 "이게 누구야?"라고 알아보지 못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흥분이 조금 가라앉자 한신자 할머니가 "내가 일을 잘 못 해서 시어머니가 나를 안 예뻐했어"라고 말하자 북측 딸들이 웃음을 터트리는 등 훨씬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단체상봉이 끝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웃음꽃을 피우던 테이블 분위기는 곧 침울해졌다.

"살아줘서 고맙다"…65년만에 눈물의

'딸과 함께'

유관식(89) 할아버지도 북측의 딸 연옥(67) 씨를 만났다. 유 할아버지는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이었지만 딸은 아버지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유 할아버지는 전 부인과 헤어졌을 당시에는 딸을 임신한 상태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이번 상봉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남측의 안종호(100) 할아버지는 북측 딸 정순(70) 씨와 해후했다.


정순 씨는 아버지에게 "저 정순이야요. 기억 나세요? 얘는 오빠네 큰 아들이예요"라고 울자 안종호 할아버지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지 눈물만 흘렸다.


남측의 최기호(83) 할아버지는 북측 조카 최선옥(56)·광옥(53) 씨가 가져온 형의 사진을 보며 손수건을 한참 눈에 대고 말을 잇지 못했다.


남측 이금연(87) 할머니는 북측 올케 고정희(77) 씨를 만나자마자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를 지켜보던 이금연 할머니의 아들과 딸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남북 이산가족의 첫 만남인 단체상봉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 가족 등 197명이 북측 가족 185명과 분단 이후 65년 만에 처음으로 재회한 것이다.


이들은 저녁에는 북측 주최 환영 만찬에서 다시 만났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22일까지 2박 3일간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얼굴을 맞댈 기회를 가진다.


이틀째인 21일에는 숙소에서 오전에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하고 곧이어 1시간 동안 도시락으로 점심을 함께한다.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식사를 하는 건 과거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선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이산가족들은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작별 상봉에 이어 단체 점심을 하고 귀환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이산가족상봉] "언니! 살아있어서 고마워"...68년만의 만남

단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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