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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이면서 가장 잔혹한 무기 AK47

래리 커해너의 저서 'AK47' 번역·출간


전 세계 인구 77명당 1명꼴로 널리 보급된 총기. 한 자루가 고작 닭 한 마리 가격에 거래돼 '치킨건'이라고도 불린다. 지난 반세기 동안 AK47 돌격소총은 지구상에 가장 널리 퍼진 살상 도구로 자리 잡았다.


처음 발명된 때는 1947년이었다. 지금까지 생산·유통된 이 소총은 약 1억 정으로 추산된다. 내구성, 싼 가격, 조작 편리성, 살상력 등에서 다른 어떤 총도 이에 범접하지 못한다. 테러리스트뿐 아니라 제3세계 소년병, 거리 갱단의 손에 들릴 정도로 일반화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필자는 베트남전쟁에서 이라크전쟁까지,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까지 이 소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낱낱이 추적했다. 저서 'AK47'은 세계사를 바꿔놓은 이 무기의 생애를 추적한 전기라고 할 수 있다. AK47을 둘러싼 기술적·전술적·정치적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일화로 펼쳐진다.


AK47은 냉전의 가장 파괴적인 유산이었다. 매년 25만 명이 이 대량 살상무기에 희생된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중동의 '작은 전쟁'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내부 범죄에 이르기까지 그 전면에 AK47이 있다. 이처럼 초강대국 냉전의 대리전에서 큰 위력을 떨친 무기도 없었다. 기네스북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무기'로 등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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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내전에서 AK47 소총을 들고 있는 여성 타밀반군

AK47 소총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베트남 참전군인들의 무용담에 단골로 등장하는 총이어서다. M16 소총을 지급받은 한국군은 진창에 굴러도 흙만 툭툭 털어내면 곧바로 발사가 가능한 적군의 AK47 앞에서 당황하고 위축되기 마련이었다.


저자는 "베트남전쟁에서 처음 실전에 투입된 미군의 표준 전투소총은 총알이 막히고 고장이 잦았다. 북베트남군과 베트콩이 사용하는 AK47이 밀림의 근접전에서는 M16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미군 병사가 많았다"고 들려준다.


2003년 이라크전의 미군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모래폭풍이 일 때면 M16은 총탄이 걸려 발사되지 않기 마련이었다. 반면에 AK47은 칠흑 같은 어둠과 거센 폭풍, 흩날리는 흙먼지와 모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도 발사됐다.


무엇보다 더 비극적인 사실은 전 세계 곳곳에 널리 보급돼 있는 이 개인용 대량 살상무기를 환수·파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냉전 직후 사회주의권에서 제3세계로 쏟아져 나가면서 가격이 한때 6달러까지 떨어졌다. '치킨건'이라는 별명이 그저 붙은 게 아니다.


해방과 혁명, 자유의 상징이기도 했던 AK47은 독재와 내전, 분쟁과 범죄에서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하면서 군인보다 더 많은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비극은 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같은 제3세계 국가에서 벌어졌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외신에는 종종 소년병들이 AK47을 들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 소개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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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47 발명자인 미하일 칼라시니코프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하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도 소말리아에서 겪은 '블랙 호크 격추' 사건 이후로는 AK가 두려워 지상군 파견을 꺼리게 됐다고 한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자랑하지만, 아직도 두 나라는 AK로 상징되는 사회불안에 시달린다.


이 총을 발명한 러시아의 미하일 티모페예비치 칼라시니코프는 2002년에 이렇게 말하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칼라시니코프는 2013년 아흔네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총기명 'AK47'은 이 총이 공식 병기로 채택된 해를 가리키는 '1947년형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Avtomat Kalashnikova 1947)'의 약자다.


"내가 만든 발명품이 자랑스럽지만 테러리스트들이 그 총을 사용하는 것은 유감이다.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계, 농부들의 작업을 돕는 기계, 예컨대 잔디 깎는 기계를 발명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데아. 유강은 옮김. 392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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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47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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