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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량만낚시공원에서 즐기는 가족 겨울 낚시

가족과 함께 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가족 낚시의 경우 조과보다는 짧게 낚시를 즐긴 뒤 주변 관광지 등을 둘러보며 끈끈한 가족애를 확인하는 것도 좋겠다.


낚시 비수기인 겨울이 오히려 가족 낚시의 계절로 자리 잡고 있다. 겨울 얼음낚시 축제가 가족 낚시 문화를 조성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들의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에 제대로 된 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주변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다면 이를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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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득량만바다낚시공원에서 낚시하는 젊은 부부 [사진/성연재 기자]

여러 가지 면에서 가족이 낚시를 즐기기 알맞은 전남 보성군의 득량만바다낚시공원을 다녀왔다. 2016년 12월 문을 연 이 낚시공원은 해안에서 일정 거리가 떨어진 바다 위에 낚시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놓았다.


조금이라도 더 멀리 던지면 더 큰 물고기가 잡힐 것 같은 생각은 낚시인 공통의 마음이다. 낚시공원은 이런 욕구를 반영해 해안에서 170m 떨어진 바다 위에 지어졌다. 데크와 테이블 등 편리하게 낚시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있다.


득량만바다낚시공원에 들어서면 좌우 날개로 나누어져 있다. 가운데는 화장실과 각종 편의시설, 전망대가 자리 잡고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입구를 들어서니 이미 여러 명이 낚시에 흠뻑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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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량만바다낚시공원 전경 [사진/성연재 기자]

낚시공원에서는 원투(遠投)낚시만 할 수 있다. 원투낚시는 낚싯줄에 무거운 추를 달아 멀리 던져서 물고기를 잡는 낚시다. 낚싯대가 튼튼하다. 가벼운 미끼를 던져야 하는 루어낚싯대나 플라이낚싯대에 비해 무겁고 두껍다.


둘러보니 가족 단위 낚시인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전북 남원에서 온 박정기 씨 가족이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한 지역 낚시인이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감성돔이다." 전문 갯바위 낚시꾼들이나 잡을 법한 감성돔이 낚시공원에서 나온 것이다. 깜짝 놀라 봤더니 정말 작은 감성돔 한 마리가 걸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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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투낚싯대 [사진/성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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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돔은 바다 낚시인들이 잡을 수 있는 가장 고급 어종 가운데 하나로, 회로 먹었을 때 맛이 좋고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인 물고기다. 사실 가족 단위 낚시인들이 잡을 수 있는 최상의 어종이라 할 수 있다. 알고 보니 이곳이 감성돔이 곧잘 나오는 포인트라는 것이다.


중학생 딸, 조카 등과 함께 낚시공원을 찾은 박씨 부부는 서둘러 낚시채비를 갖춘 뒤 낚시공원 왼쪽 날개 쪽에 자리를 잡고 공략을 시작했다. 10여 분 만에 입질을 받는가 싶었는데 낚싯대를 들어보니 미끼만 빼먹고 도망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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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나선 박정기 씨 가족 [사진/성연재 기자]

박씨가 30여 분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는 동안 딸과 조카는 이내 흥미를 잃은 듯 보였다. 아무리 작은 고기라도 이쯤 되면 나와주어야 낚시하는 재미가 있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박씨는 마음이 조급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왔는데 낚시가 잘 안 되니 말이다. 물때도 좋았는데 이날은 의외로 조류가 강했다. 박씨는 "조류가 너무 강해 물고기들이 다 도망간 듯하다"고 말했다.


낚시가 재미없어지려는 찰나 낚싯대가 휘청하며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박씨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낚아챘다. 그는 "이건 돔 같은 고급 어종이 아니고 잡어 같다"고 말했다. 낚시 경력이 많은 그의 느낌대로 걸려 나온 고기는 망둥이 한 마리였다. 그래도 최소 30cm는 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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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득량만바다낚시공원 [사진/성연재 기자]

박씨는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던 아이들을 불렀다. 딸과 조카는 환호성을 지르며 와서 기념 촬영을 했다. SNS에 올리기 위한 것 같았다. 박씨는 비록 잡는 게 어렵긴 했지만, 가뭄에 단비처럼 지루한 기다림 속에 나와준 고기가 너무나 고마웠다. 가족을 기쁘게 하기에 충분했다. 혼자 거센 파도를 헤치며 험준한 갯바위를 오르내리는 낚시를 했다면 쏠쏠한 조과를 봤겠지만, 이번은 가족과 함께하는 낚시가 아닌가.


그는 "한 마리를 잡더라도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딸과 조카도 환호성을 몇 번 지르더니 결국 차로 돌아가 버렸고 박씨 부부는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만 했다. '넣으면 잡히는' 그런 식의 낚시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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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량만바다낚시공원에서 고기를 잡은 박씨 가족 [사진/성연재 기자]

박씨 가족은 서둘러 녹차 밭으로 유명한 보성읍 봉산리의 대한다원으로 자리를 옮겨 사계절 푸르른 녹차 밭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주말을 즐겼다. 그들은 이어 웅치면 대산리의 제암산 자연휴양림을 찾아 산책과 녹차 족욕을 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주말마다 낚시를 위해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시켰던 그는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행복했다"고 말했다.


박씨 일행을 따라 가쁜 일정을 소화한 뒤 낚시공원을 다시 찾았더니 짧아진 겨울 해가 서쪽 바다로 지고 있었다. 낚시공원의 오른쪽 날개에서는 광주광역시에서 온 김상철 씨 부부가 낚시에 빠져 있었다. 3주째 주말마다 이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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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 가족이 대한다원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김씨의 부인은 원투 낚싯대를 들고 멀리 캐스팅을 했다. 여성의 캐스팅으로 보기에 놀랄 만큼 힘찬 모습이다. 감탄사를 냈더니 김씨는 "아내가 더 잘 잡는다"고 귀띔한다. 김씨 부부는 신혼이라 데이트 삼아 자주 찾는다고 한다.


득량만바다낚시공원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연중 개장한다. 추석과 설 연휴도 쉰다. 이용 시간은 일출부터 일몰까지다. 비용은 성인 2만원이며, 낚시하지 않는 사람은 2천원(청소년 1천원)을 내면 된다. 가족 낚시 활성화를 위해 새해에는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다.


(보성=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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