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조직위 "서 있기 어려운 지진 나면 당일 경기 취소"
지진·태풍 등 자연재해 발생 대비 '경기운영 판단 지침' 마련
"서 있기 어려운 정도의 지진이 나야 당일 경기를 취소한다"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가 이런 내용을 비롯해 다양한 자연재해 상황에 대비한 경기 운영 판단 지침을 만들었다고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했다.
일본은 지진대에 위치해 크고 작은 지진이 빈발하고, 대형 태풍도 해마다 몇 차례씩 어김없이 열도를 통과한다.
이 때문에 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가 안고 있는 최대 과제는 재난 없는 상황에서 행사를 치르는 것이다.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 전경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
대회 조직위가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을 가정해 마련한 경기운영 판단 지침안에 따르면 지진은 '도쿄 23구(도쿄도 중심부)에서 진도 5강(뭔가 붙잡지 않으면 걷기 힘든 상태) 이상, 그 밖의 지역에선 진도 6약(서 있기 어려운 상태) 이상일 경우 조직위 위기관리팀을 가동해 30분 이내에 피해 정보를 수집해 대응을 지시하고 기자회견 등을 연다.
지역별로는 23구 내에서는 진도 5강 이상, 그 밖의 지역에선 진도 6약 이상인 경우 당일 경기를 중단하기로 했다.
진도 6강(서 있기가 어렵고 몸이 내동댕이쳐질 수 있는 상태) 이상이면 당일 경기를 모두 취소한다.
경기 재개 여부는 지진 발생 1시간 30분 이내를 목표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경기장별로 결정할 예정이다.
진도 4(보행자 대다수가 흔들림 감지하는 수준) 이하인 경우는 일률적으로 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경기장별로 중단 여부를 결정토록 할 방침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도쿄 23구에서 진도 5강이 관측됐다고 전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동일본대지진 규모 이상의 지진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당일 경기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는 없다는 얘기가 된다.
2020도쿄올림픽· 패럴림픽 선수들이 묵을 선수촌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일본 기상청의 지진 등급인 진도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사람의 느낌이나 주변 물체 등의 흔들림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상대적 개념으로, 지진의 절대 강도를 의미하는 규모(magnitude)와 다르다.
진도는 사람이 흔들림을 감지하지 못하고 지진계에만 기록되는 '0'부터 서 있기가 불가능한 '7'까지 총 10단계(5, 6은 5약·강, 6약·강으로 세분)로 돼 있다.
조직위는 또 태풍의 경우 지자체에서 피난 권고나 지시가 내려지는 '경계 레벨 4' 이상이 예상될 때 해상경기에 대해선 상륙 예정 3일 전, 옥외경기는 2일 전, 실내경기는 전날에 중지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노약자에게 대피를 권고하는 수준인 레벨3 이하가 예상되는 경우는 경기장별로 취소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일본에선 작년 10월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수도권에 상륙했을 때 곳곳에 레벨4 이상이 발효돼 당시 예정됐던 럭비 월드컵 3개 경기가 취소된 바 있다.
지난해 일본에 상륙했던 태풍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기록된 하기비스는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75m를 기록했다.
작년 10월 태풍 '하기비스'가 동반한 폭우로 수해를 당한 일본 후쿠시마현 고리야마 하천 주변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아사히신문은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헌장에 대회 기간이 16일을 넘길 수 없도록 돼 있어 실내경기의 경우 무관중 상태로 치르는 안도 지침안에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대회 조직위는 올림픽 기간에 감염병이나 사이버 테러 등이 발생했을 때의 지침안도 조만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