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흉기' 된 화물차, 사고 제일 많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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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운전을 하다 보면 쉬지 못해서 졸음이 쏟아진다." - 화물차 운전사 이 모(47) 씨
15년째 화물차를 운전해온 이 씨는 "창문을 열어보고 음악을 크게 틀어도 잠이 쉽게 깨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합니다.
지난 2일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화물차 운전사가 졸음운전으로 추돌사고를 냈습니다. 이 사고로 앞 승용차에 타고 있던 부자(父子)가 숨지고 승용차 앞 관광버스에 탔던 3명이 다쳤죠.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2천241건의 졸음운전 사고가 발생했고 사상자는 1천786명에 달했습니다. (자료: 한국도로공사) 졸음운전 사고가 가장 잦았던 차종은 화물차였습니다. 승용차와 승합차가 그 뒤를 이었죠. (자료: 한국도로공사 2012~2016) 화물차 졸음운전 사고가 주목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화물차 운전사가 4시간 이상 연속으로 운전하면 최소 30분을 쉬어야 한다는 일명 ‘화물차 휴식 시간 의무화’를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죠.
"우리도 마음 같아서는 쉬고 싶죠. 쉬고 싶은데…" - 화물차 운전사 이 모(47) 씨
하지만 이 씨는 하차지에 시간 맞춰 물건을 가져다주려면 쉴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또 소위 몇 탕을 뛰었느냐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니, 한 푼이라도 더 벌려면 어쩔 수가 없다는데요.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일반화물차주는 하루에 12.5시간 운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료: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운송시장정보센터(2017년 1/4분기 기준) 화물차 운전사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제한이 없어 사실상 무제한 운행이 가능합니다.
잠시 짬을 내 쉬려고 해도 쉴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영업용 화물자동차와 특수자동차는 약 45만대에 달하지만 화물자동차 휴게소는 전국에 28개소뿐입니다. 주차면 수의 합은 총 7천342면으로 차량수 대비 1.63%에 불과하죠. 자료: 국회입법조사처 '화물자동차 휴게소의 현황 및 확충을 위한 개선과제(2018)'
강재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일부 지자체는 화물차 휴게소 건축 사업을 추진할 때 부지 매입 비용 조달이 쉽지 않다"며 "화물차 휴게시설 사업 활성화를 위해 보조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료: 국회입법조사처 '화물자동차 휴게소의 현황 및 확충을 위한 개선과제(2018)'
치사율이 높은 화물차 졸음운전 사고. 더 큰 피해가 생기기 전에 제도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김민선 이한나(디자인) 인턴기자 june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