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가 낳은 우리 아이 못 보나요"…코로나 봉쇄에 눈물
"5개월이 되도록 부모 못 만난 아기도 있어"…납치 등 범죄 노출도
지난달 1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대리모가 출산한 신생아들을 안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는 제임스와 링 부부는 러시아에 있는 대리모의 딸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자 애를 태우고 있다.
딸을 데리러 러시아에 가야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러시아 입국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리모 출산이 금지된 국가의 부부 중에는 이렇게 러시아를 찾아 대리모에게 출산을 위탁하기도 한다. 러시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조지아, 미국 몇몇 주에서는 대리모 출산이 합법이다.
이들 부부는 대리모를 통해 딸을 낳기까지 수년간 우여곡절을 겪었다.
불임 치료를 받다 대리모 검사를 받고, 두 번에 걸쳐 러시아를 방문해 체외 수정을 위한 정자와 난자를 공급했다. 대리모 배아 이식 수술도 몇 차례 실패 끝에 겨우 딸을 가졌다.
그러나 기다리던 딸과의 만남을 이번에는 코로나19가 가로막았다.
제임스 부부는 비자를 받기 위해 러시아, 영국, 중국 당국에 모두 연락해봤지만, 아직 비자 발급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처럼 러시아 대리모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왔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부모에게 가지 못하고 발이 묶인 신생아만 약 1천명에 달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신생아들은 현지에서 고용된 보모 등의 손에서 자라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생후 5개월이 된 아이도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 인권위원회의 이리나 키르코라 부위원장은 "아이들이 매일 성장하기 때문에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면서 "아이들에겐 부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러시아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으려던 중국, 싱가포르, 프랑스, 필리핀, 아르헨티나, 호주 등 세계 각국 부부들은 아이를 데려가기는커녕 입국조차 못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입국 비자를 발급해달라는 부모들의 애원이 러시아 당국에 쏟아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 5월 14일 코로나19로 인해 부모의 품으로 가지 못한 신생아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호텔에서 보호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특히 신생아들이 유모들에게 넘겨져 자라는 동안 사망하거나 납치되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어 부모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러시아에서는 의사와 직원 등 8명이 대리모 업체와 협력하고 있는 병원으로부터 데려온 신생아를 인신매매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신생아가 지난 1월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사망한 사건과 지난달 중국인 보모 2명의 아파트에서 아이 5명이 발견된 사건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키르코라 부위원장은 "유전검사를 통해 신생아의 부모로 확인되면 입국을 허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ku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