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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선동열과 이승엽…어떤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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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과 이승엽 해설위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선동열 대표팀 감독과 이승엽 해설위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선동열(60)과 이승엽(46)은 KBO리그 40년사를 통틀어 최고의 '슈퍼스타'로 손꼽힌다.


일부 다른 의견도 있겠지만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투수는 선동열, 최고의 타자는 이승엽이라는 평가에 많은 이가 동의할 것이다.


둘은 선수 시절 투수와 타자로 상반된 분야에서 활약했지만 걸어온 길이 비슷하다.


선동열은 해태 타이거즈(KIA의 전신), 이승엽은 삼성 라이온즈 한 팀에서만 국내 선수생활을 마쳤다.


KBO리그에서 최정상급 선수로 군림한 뒤 일본프로야구에도 진출했다.


다만 서른이 넘어 늦은 나이에 해외로 나갔던 선동열은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했고, 이승엽은 국내로 복귀해 고향 팀 삼성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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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코나미컵에 참가한 선동열 감독과 이승엽 [연합뉴스 자료사진]

선동열은 은퇴 뒤 KBO 홍보위원으로 활동했고, 이승엽은 KBO 홍보대사가 됐다.


명칭은 조금 다르지만 사실 같은 역할이다.


둘 다 첫 지도자를 선수 시절 소속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 시작한 것도 공통점이다.


공교롭게도 선동열과 이승엽에게 처음 지도자를 제안한 팀은 똑같이 두산 베어스다.


딱 19년 전인 2003년 가을 프로야구는 선동열의 두산 감독 부임설로 뜨거웠다.


두산을 9년 동안 지도한 김인식 감독의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선동열 부임설'이 불거진 것이다.


두산을 두 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은 '거물 후배'의 등장으로 밀려나듯이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두산과 선동열의 정식 감독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열흘 가까이 '밀당'을 한 두산은 "세부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감독 계약 결렬을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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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감독 시절 선동열 [연합뉴스 자료사진]

두산 감독 취임이 불발된 선동열은 해태 시절 모셨던 김응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삼성에 수석코치로 입단하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삼성에서 '선동열 수석코치'의 첫 행보를 지켜본 이승엽은 19년 뒤 두산을 8년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게 됐다.


선동열은 평생 검붉은 해태 유니폼, 이승엽은 파란색 삼성 유니폼만 입을 것이라는 전 야구팬들의 고정 관념을 두산이 깨트린 것이다.


선동열은 삼성에서 1년간 수석코치를 맡은 뒤 이듬해 사령탑에 올라 6년간 팀을 이끌며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선 감독이 씨를 뿌린 '지키는 야구'는 특급 마무리 오승환을 비롯해 역대 최강의 불펜진을 구축, '삼성 왕조' 건설의 토양이 됐다.


그러나 선동열이 두 번째 사령탑에 오른 고향 팀 KIA에서는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고 아쉽게 현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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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신임 두산 감독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고의 투수는 놓쳤지만, 최고의 타자를 감독으로 영입하는 데 성공한 두산은 이승엽 신임 감독에 대해 "기본과 훈련에 진심을 다하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또한 "팀이 새롭게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풍부한 국내외 경험을 보유한 이승엽이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초보 감독' 이승엽에게 현재의 두산은 그리 유리한 환경이 아니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 시절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강팀으로 군림했지만, 올해는 9위로 급전직하했다.


물론 이승엽이 팀 전력을 모르고 계약했을 리는 없다.


이승엽은 "어떤 부담과 압박도 각오하겠다"라고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제는 방망이 대신 지휘봉을 잡게 된 이승엽이 지도자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정말 궁금하다.


또한 어떤 야구 철학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지도 지켜보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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