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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서 코로나19 검사 직접 받아보니

샵샵 아프리카

급한데 급하지 않은 듯한 대응…'여긴 아프리카' 실감

연합뉴스

프리토리아 그뢴클루프 병원 옆의 코로나19 검사 접수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19일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의 그뢴클루프 병원 측면에 위치한 코로나19 검사 접수대 모습. sungjin@yna.co.kr

'샵샵'(Sharp, sharp)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주 쓰이는 인사말 중의 하나이다.


동의나 흥분, 인사와 같이 다의적으로 활용된다. 즉 '고맙다' '오케이' '확실해' '예스' '좋아' '굿바이' 등의 뜻도 가진다.


가령 어느 곳 정문을 지날 때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경비원이 통과시켜주면 '샵샵'하는 식이다.


어느 교민은 여기에 재밌는 해석을 해준 거로 기억난다.


'sharp'라는 말이 본래 '명석한, 날카로운'의 뜻도 있지만, 시간의 정각과 관련된 의미라고 한다.


그러면서 원래 아프리카 사람이 시간 약속을 잘 안 지키는데 '시간을 잘 지키는 것이 멋지다'는 식으로 의미가 확장됐다는 것이다.


다소 문화적 편견이 작용한 풀이일 수 있고 어원학적으로 더 따져봐야겠지만 나름대로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샵샵과 대조적인 말이 바로 '디스 이스 아프리카'(This is Africa)이다.


쉽게 말해 '여긴 아프리카'니까 웬만큼 복장 터지는 일이 있어도 여유 있게 이해하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기다려도 잘 나타나지 않을 때, 일이 예상과 달리 제대로 안 될 때 이 말을 쓴다.


샵샵의 시간적 어원과 대비해서 생각해보면 예전의 우리 '코리안 타임'(Korean time)과도 비슷한 것일 수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샵샵과 디스 이스 아프리카를 동시에 실감 나게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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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뢴클루프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로 대기하는 한 남성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19일 프리토리아 그뢴클루프 병원 옆 코로나19 검사소에서 한 남성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sungjin@yna.co.kr

이곳 교민사회 접촉 반경에서 1차 양성반응--추후 재검 결과는 음성판정--이 나와서 나도 혹시나 해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됐다.


남아공 휴일인 지난 16일 기자가 사는 행정수도 프리토리아 집 근처 사립 그뢴클루프 종합병원으로 부부가 함께 찾아가 우선 검사 안내문대로 병원 주차장에서 전화로 검사신청을 했다.


그런데 그 병원에선 더 이상 일반인 대상 검사를 받지 않는다면서, 휴일에는 거기서 차로 다시 20분 더 가면 있는 또 다른 병원에서 받으라고 안내했다.


그래서 그냥 다음에 할까 하다가 먼저 이곳에서 검사를 받은 지인 조언대로 주차장에서 움직여 이 병원 건물 옆 검사소 접수대로 찾아가서 더 요청하니 과연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여긴 아프리카다'라는 거였다.


처음 문진을 작성한 후 조금 기다리니 의사가 와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입안 목구멍 쪽에 면봉을 넣어서 검체를 채취하곤 간단히 검사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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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봉을 입에 넣어 코로나19 검사 채취를 하는 장면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16일 프리토리아 그뢴클루프 병원 옆 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 채취를 하는 장면. 남반구인 현지는 겨울로 접어들어 옷이 두껍다. sungjin@yna.co.kr

검사 중 조금 불편해서 나도 모르게 한발짝 물러났다가 '검사가 제대로 된 거냐'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걱정말라'는 답이 왔다.


검사 결과는 48시간 내 문자로 올 거라고 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기다려도 답이 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곧 결과를 받아봤다는데 불안감이 조금씩 커졌다.


시험을 치고 결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초조한 시간이 흘러 사흘을 넘겼다.


혹시나 양성이면 그사이 더 감염이 퍼질 텐데 곧바로 결과를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흘째 전화를 해서 알아보니 다시 곧바로 문자로 답을 알려준다고 했다. 하지만 30분 넘게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다.


할 수 없이 다시 별로 내키지 않는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여긴 아프리카'가 처음에는 검사를 받게끔 융통성으로 발휘됐지만, 이제는 답답함으로 나타났다.


접수대에서 물어보니 당초 우리를 검사한 병원 연구소가 아닌 다른 검사 단체도 나와 있어서 '모른다'는 답이 왔다가, 조금 후에 겨우 제대로 찾아냈다.


그나마 우리를 직접 상담한 의사가 파일을 찾아 검사 인증지를 복사해서 가져왔다.


조마조마한 가운데 받아본 결과지에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라는 반가운 글이 쓰여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가운데 의사는 "음성 반응이 곧 면역이 됐다는 건 아니다. 언제라도 증상이 있으면 다시 찾아오라"고 덧붙였다.


지금 음성 받았다 해서 안심하지 말고 계속 조심하라는 소리였다.


그래도 마음 한쪽에선 '샵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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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검사소를 떠나며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19일 검사결과 '음성판정'을 받고 그뢴클루프병원 검사소를 떠나면서 찍은 장면. sungjin@yna.co.kr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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