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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룡 3M 제치고 아마존마켓 판매 1위한 한국 중소기업

임직원 10여명 '애니테이프'…

피부 트러블에 붙이는 하이드로 콜로이드 패치로 모공세척제 분야 석권

"기술 가진 중소 스타트업에 기회 준 '아마존 런치패드'가 성공 밑바탕"


세계 최대의 인터넷 종합 쇼핑몰 아마존닷컴에는 '에버렐'이라는 다소 생소한 브랜드가 모공 세척제 부분 베스트셀러를 1년여 동안 석권하고 있다. 주력 상품은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이 생겼을 때 붙이는 하이드로 콜로이드 패치. 아직 시장이 크다고 할 순 없지만 3M이나 비오레, 코스알엑스 등 유수의 글로벌기업들도 다수 진출해 있는 이 영역에서 이들을 제치고 판매 1위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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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닷컴 모공 세척제 부문 판매 1위에 올라 있는 에버렐 제품 [아마존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그런데 이 '에버렐'이 실은 한국 중소기업 '애니테이프'의 미국 내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브랜드란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대표를 포함한 10여 명의 임직원이 경기 화성시에서 자그마한 공장을 운영하고 있을 뿐인 이 업체는 어떻게 3M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할 수 있었을까.


애니테이프는 2007년 박성호 대표가 '핫멜트' 테이프를 주력 사업으로 내세워 시작한 중소기업이다. 핫멜트는 열가소성 소재를 사용해 유기 석유화학 물질(VOCs)을 발생시키지 않는 친환경 공법의 접착제다.


26년간 글로벌 산업용품 업체인 노드슨의 한국 법인 노드슨 코리아에서 근무하며 CTO(최고기술경영자)까지 올랐던 데다 17건의 특허를 보유할 정도로 기술력 하나는 자신 있었던 박 대표지만, 여느 기업이 그러하듯 시장이 처음부터 미소를 지어주진 않았다. 2015년에는 핫멜트 테이프에 식물 추출 성분인 하이드로 콜로이드를 접목한 습윤 밴드 개발에 착수, 3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 만에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문제는 판로였다.


박 대표는 "외골수 기술자로만 살아오다 보니 제품 기술력만 뛰어나면 성과가 따라올 줄 알았지만, 영업과 마케팅이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며 "재고가 쌓여가며 적자 폭이 커졌고, 연구 개발 비용도 만만치 않다 보니 아끼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등 아픔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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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테이프 박성호 대표 [촬영 권준우]

그런 박 대표에게 성공의 발판을 마련해 준 건 미국 현지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던 조카사위의 협업 제안이었다. 일찍이 애니테이프의 기술력을 알고 있었던 조카사위는 OEM 방식을 통해 하이드로 콜로이드 패치를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판매해 보자는 제안을 했고 미국 시장에 맞는 포장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는가 하면, 브랜드명도 에버렐로 명명했다.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판로를 열어주고 마케팅을 보조해 주는 플랫폼인 '아마존 런치패드'도 박 대표의 미국 진출에 발판 역할을 했다. 아마존 런치패드는 기술을 가진 중소 스타트업 중 제품을 보유하고 있거나 최소 90일 이내에 출하할 수 있는 기업에만 기회를 주는데, 기술 개발을 마치고 생산라인까지 모두 마련한 상태였던 애니테이프엔 꼭 맞는 플랫폼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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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런치패드 [아마존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시작은 미약했다. 미 식품 의약국(FDA) 판매 허가 문제로 2차례 상품을 전량 회수당하는 굴욕 끝에 어렵사리 아마존닷컴 입성에 성공했지만,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놀이터가 된 뷰티 시장에서 중소기업에 허락된 납품량은 고작 5천 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장은 기술력이 있는 제품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다른 제품에 비해 효과가 빠르고 얼굴에 붙여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는 초기 구매자들의 사용 후기가 줄을 이으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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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렐과 타사 제품을 비교한 아마존닷컴 사용자 평가 [아마존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그에 맞게 판매량도 수직 상승했다. 처음 6개월간에는 납품량이 1만개에 그쳤지만, 다음은 3개월에 1만개, 한 달에 1만개로 2∼3배씩 치솟았다. 올해 초에 월 2만개를 처음 기록한 납품량은 불과 10개월여만에 월 10만개를 돌파했다.


현지 판매가도 8.5달러로 7.99달러인 3M 제품보다 비싸지만, 3일 오전 9시 현재 에버렐에는 베스트셀러 2위 제품보다 2배 많은 4천49개의 사용 후기가 달려 있다. '한 번 써 보니 타사 제품을 다신 못 쓸 것 같다'는 극찬이 적힌 후기도 심심찮다.


박 대표는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해 두께와 탄성, 착용감을 모두 신경 써 가며 수백 차례 기술 실험을 했고 제품을 발전시켜왔다"며 "우리 제품이 친환경 핫멜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피부 자극이 적어 효과도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제품의 의약적 효과에 대해 박 대표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생체에서 나오는 진액이 가장 좋은 치료제라는 것이 입증됐다"면서 "외부의 세균을 막아주고 내부의 진액을 보존하는 우리 기술을 이용해 본격적인 의약품 개발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닷컴 댓글에도 "이 패치를 붙이면 상처 부위가 금방 깨끗하게 아문다"는 글들이 종종 있다.


해외 진출의 첫술을 배부르게 뜬 박 대표는 이제 중국과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 쇼핑몰 타오바오를 통해 직접 판매를 시작했고, 태국과 홍콩의 드러그스토어와도 협의를 시작했다. 국내에도 하이밴드라는 브랜드명으로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그는 "습윤밴드 제품이 궤도에 오르고 있지만 내친김에 마이크로니들을 통해 인체에 약물을 투입하는 패치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지금은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언젠가 화성시에서 직원들의 연봉이 가장 높은 회사로 만들기 위해 계속 매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화성=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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