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늦가을 정취 가득한 수도권 '성곽 나들이'
"수도권에 이렇게 많은 성곽이 있다니…"
눈여겨 주변을 살펴보면 많은 성곽이 수도권에 산재해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게 된다. 서울의 풍납토성, 몽촌토성 등과 7∼8km 떨어진 곳에 이성산성과 광암동 고분군 등이 산재해 있다. 모두 한강변 전략적 요충지에 건설된 성곽들임을 알 수 있다. 늦가을 가벼운 트래킹으로 다녀올 만한 성곽을 찾아봤다.
안성 죽주산성
안성 죽주산성 남문(연합뉴스 자료사진) |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매산리의 죽주산성은 삼국 시대 때 만들어진 성이다. 고려시대에는 관군이 백성들이 함께 몽골군을 물리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산성 축조 이후 단 한 번도 적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산성을 따라 걷다 보면 곡식들이 익어가는 모습과 함께 깊어진 가을 정취를 맛볼 수 있다.
산성 부근에는 칠장사, 봉업사지, 매산리석불입상 등 안성 죽산 지역의 고려 불교 문화유산들이 있다. 안성시는 15년째 죽주산성을 소재로 축제를 열고 있다.
오산 독산성
권율 장군이 쌀로 말을 씻는 모습을 연출한 오산 독산성(연합뉴스 자료사진) |
오산의 대표적인 역사유적지 독산성은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쌀로 말을 씻기는 일명 '세마(洗馬) 병법'의 지혜로 왜군을 물리친 기록이 남아 있는 유적지다. 오산시 지곶동에 있다. 임진왜란 때 성안에 샘물이 없을 것이라는 적의 생각을 깨기 위해 권율 장군이 흰쌀을 말에 끼얹어 물이 많이 있는 것처럼 속여 왜군의 퇴각을 유도했다 한다. 그 역사ㆍ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140호로 지정됐다.
원래는 대머리 산이라는 별명이 있었지만 정조의 지시로 나무를 심어 현재 울창한 숲이 조성돼 있다. 우뚝 솟은 독산성에 오르면 익어가는 가을 단풍과 도시의 풍경을 한눈에 즐길 수 있다. 특히 선사시대 고인돌이 아파트를 배경으로 줄지어 선 고인돌 공원은 아주 이색적이다.
여주 파사성
이포보가 바라보이는 파주 파사성(성연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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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에 있는 파사성은 삼국시대 돌성(石城)이다. 신라가 쌓았는지, 백제가 쌓았는지 명확하지 않다. 학계는 신라 진흥왕 때 세를 확장하던 신라가 사용했던 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사성은 둘레 935m로 한강 중류를 끼고 있는 데다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다.
충주와 조령으로 이어지는 교통 요지라는 점 등에서 일찍부터 주목받아 왔지만 최근에 와서야 많이 알려졌다. 파사성에서 차량으로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당남리 섬에는 메밀밭과 핑크빛 코스모스밭이 펼쳐져 있다.
김포 문수산성
최근 장대가 복원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는 김포 문수산성(연합뉴스 자료사진) |
김포시 월곶면의 문수산성은 김포시에서 가장 높은 문수산을 둘러싼 산성으로, 조선 숙종 때 축성됐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격전지였던 문수산성의 지휘소 역할을 한 '장대'가 최근 복원돼 재조명을 받고있다.
장대는 장수가 군사를 지휘하는 일종의 지휘소다. 문수산의 동쪽 최정상(해발 고도 376.1m)에 있다. 이곳에선 서울, 서해, 인천 강화도, 경기도 파주·김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한양 도성으로 향하는 해로의 방어 기지 역할을 했다. 특히 석양이 멋지다. 일몰 장면을 촬영하려는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문수산 근처의 애기봉은 북한 땅을 지척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출입 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출입이 어렵다. 2019년 후반기까지 평화생태공원 조성 공사가 진행 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주 덕진산성
파주 덕진산성(연합뉴스 자료사진) |
파주시 군내면의 덕진산성은 고구려가 5세기 장수왕(394∼491, 재위 412∼491) 때 남쪽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임진강변에 쌓은 산성으로 알려졌다. 임진강변을 굽어보는 자리에 85m 높이 산 능선에 축조한 성이다. 총면적은 17만1775㎡에 달하며 내성 길이는 600m가량이다. 올해 1월 사적 537호로 지정됐다.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시대, 조선 시대에 이르는 여러 시기의 축성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성은 이후 통일신라 시대를 거쳐 조선 시대 임진왜란 이후에도 외성을 덧붙여 쌓았다. 이 덕분에 여러 시기의 축성기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외성(外城)과 내성(內城)으로 구성된 성으로, 외성은 흙으로 쌓은 토성(土城)이고 내성은 돌로 쌓은 석축성(石築城)이다. 한편 산성과 가까운 곳에서 허준 묘로 알려진 비석도 출토돼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천 설봉산성
이천 설봉산성(연합뉴스 자료사진) |
경기 이천시 사음동의 사적 제41호 설봉산성(雪峰山城. 둘레 1천78m)은 한성 도읍기(BC 18∼AD 475년) 백제가 축조한 산성으로 알려져 있다. 설봉산 정상에서 동북쪽으로 이어진 이 산성은 백제 성곽이나 저수지에서 확인된 부엽(敷葉) 공법이 산성(山城)을 쌓는데도 적용된 곳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부엽 공법이란 성벽 혹은 제방 축조 방법으로 갈대와 같은 초본류나 나뭇가지, 삼나무 껍질 등을 깔아(敷) 제방이나 성벽을 단단히 하는 공법이다.
하남 이성산성
하남 이성산성에서 출토된 목제인물상(연합뉴스 자료사진) |
하남시 춘궁동의 이성산성(二聖山城)은 서기 553년경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했던 곳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최근 고구려도 그 이전부터 한동안 이 지역을 차지했음을 알 수 있는 악기와목간(글자를 새긴 나무) 등이 출토돼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만큼 수도권을 둘러싼 각축이 치열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아직 이성(二聖)이란 이름의 유래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새로이 뜨는 역사 관광지인 것 만큼은 분명하다.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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