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8일만에 산 위 절벽서 구조된 20대…"살아줘서 감사"
극단선택 암시하고 집 나서…가족이 실종신고한지 3일만에 경찰이 발견
지난 23일 오전 A씨가 구조되는 모습 [신촌지구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어, 저기 있다! 찾았다!"
해가 뜨기 전 어슴푸레한 새벽인 23일 오전 5시 50분께. 서울 서대문구 안산(鞍山) 봉수대 인근에서 기쁨에 넘치는 목소리가 차가운 샐녘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깎아지른듯 가파른 바위 절벽 밑에 웅크리고 앉은 20대 여성 A씨를 발견한 서대문경찰서 경찰관이 안도와 함께 내지른 탄성이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거주자인 A씨는 지난 15일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기고 집을 나섰다.
A씨의 행방이 묘연하자 가족은 19일 실종신고를 했고, 동선 추적에 나선 관할 지역 경찰은 서울 안산 인근 편의점 폐쇄회로(CC)TV에 찍힌 A씨의 모습을 확인한 뒤 20일 서대문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했다.
이후 사흘간 소방관들과 서대문서 신촌지구대·여성청소년과·112타격대 소속 경찰관 등 30여명과 경찰견 등이 투입돼 A씨를 찾아나섰다.
A씨가 집을 나간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터라 생사마저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이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안산을 하루에도 수차례씩 오르며 수색했다.
사흘이 지난 23일 새벽, 안산 봉수대 인근을 지나던 등산객이 "어디선가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데 보이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신촌지구대 소속 최성우 경위와 박상욱 순경은 소방대원들과 함께 산에 올라 일대를 샅샅이 뒤지다가 절벽 밑에서 목소리의 주인공인 A씨를 찾아냈다.
구조된 A씨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지친 모습이었지만 별다른 부상 없이 건강한 상태로 알려졌다. 소식을 듣고 온 A씨의 가족은 "고생 많이 하셨다"며 최 경위와 박 순경 등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한다.
최 경위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고 나간 분이다 보니 등산로가 아니라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절벽 쪽으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쪽으로 수색에 나섰다"며 "A씨를 발견하고 나서도 혹시나 떨어질까 싶어 소방에 위치를 알려주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다"며 "집을 나선 지 오랜 시간이 지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무사히 발견해 정말 기뻤다"고 했다.
박상욱 순경(좌)과 최성우 경위(우) [신촌지구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A씨 수색작업 실무 책임자였던 서대문서 오모 경감은 "실종팀 업무 특성상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안 좋은 소식으로 발견될 때는 많이 힘들지만 이번처럼 살아 계신 상태에서 찾았을 때는 뿌듯하고 참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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