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현 "완벽한 부모야말로 최고의 재앙"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출간한 하지현 건국대 교수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현명한 부모가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모든 엄마들이 육아 전문가인 세상, ‘전문가’인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하지현 교수는 “‘빈틈’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고등학생, 초등학생 두 아이를 둔 하지현 건국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그의 아내는 결혼 후에 남편이 아이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의외라고 했단다. 아이를 키우면서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하지현 교수가 육아서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를 펴냈다. 그간 『심야 치유 식당』, 『사랑하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에세이』 『예능력』 『도시심리학』 등 다양한 저서를 썼지만,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육아서는 처음이다.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는 지난해 네이버 캐스트에 ‘부모를 위한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연재했던 글을 토대로 새롭게 집필한 책이다. 1부에서는 부모가 되기 힘든 이유, 2부에서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 3부는 10대의 심리를 이해하는 내용, 4부는 아이와 부모가 처한 환경의 문제를 담았다.
하지현 교수는 네이버에 글을 연재하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하나 있다. “우리 엄마가 봐야 해요”라는 10대 학생의 글. 부모를 위한 연재였지만, 의외로 10대 독자도 많았다. 부모만큼이나 아이들도 부모를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이해 받고 싶어 했어 했다.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는 10대 부모들이 읽으면 가장 좋을 책이지만, 자녀가 10대가 되기 전 읽어두어도 좋다. 자연스레 겪을 자녀의 사춘기를 당황하지 않고 맞이하고 싶다면 말이다.
나를 찾아오는 엄마들은 대부분 빈틈없고 야무진 엄마, 아내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삶에는 빈틈이 필요하다. 빈틈이 있어야 숨통이 트인다. 빈틈이 있다는 말은 한편으로는 웬만한 공간은 다 채워졌다는 뜻이 아닐까? 살짝 빈틈이 있어야 인간다운 법이다. 빈틈이 있어야 삶의 방식을 재배치할 여유가 생긴다. 이 책을 통해 빈틈이 있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빈틈을 살짝 비틀어 자리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나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 뭔가에 몰입하며 삶을 즐겁게 살 때 최고의 팀워크가 발휘된다고 믿는다. 너무 고민하지 말자. 아이에게 가장 좋은 롤 모델은 재미있게 사는 부모의 모습이다. 자기 인생이 재미있어지면 아이에 대한 고민은 줄어들고, 빈틈 중에서도 ‘엄마로서의 빈틈’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8쪽
좋은 부모는 아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부모
10대 청소년을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육아서는 처음 쓰셨습니다. 특별히 사춘기 아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요?
2005년에 『전래동화 속의 비밀코드』란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부모가 전래동화를 가지고 어떻게 육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썼죠. 그 때 제 아이들이 4세, 9세였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하고 어떤 놀이를 하면 좋을까를 궁리하다가 썼던 책이죠. 지금 두 아들은 초등학생, 고등학생이 됐습니다. 아이들이 겪은 사춘기의 변화라는 부분이 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또 병원에서 만나는 상당수의 환자들이 중고등학생입니다. 대학생들조차도 정체성, 독립, 부모와의 관계 문제 등 청소년 때의 이슈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요. 책을 찾아보니, 3세부터 7세 아이를 둔 부모들을 위한 책은 많은데 10대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드물더라고요. 10대 아이들의 문제점을 말하는 르포 형식의 글은 많지만, 해결책을 주는 책은 찾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었던 이야기, 또 환자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좋은 부모는 아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부모’라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아이에게 의존하고 있는 부모들이 많다는 지적인데요.
병원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변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갖고 있는 기대치, 기준점이 달라져서, 아이가 편안해지고 나아지는 면도 많아요. 가장 나쁜 부모의 모습 중 하나가 자기 기대를 아이에게 투사하는 부모예요. 자기가 못했던 것을 아이가 해주길 바라고,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희생하고 사는 줄 아냐”고 보채고 경쟁사회 속에서 부모들은 자기들의 미래를 포기하면서 살고 있는 거예요. 은퇴 후 노후자금을 아이들에게 모두 쏟아 붓고 있는 거죠. 좋은 부모는 아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부모예요. 내 인생이 너무 재밌으면, 내가 더 중요해서 아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면 아이들은 편해지고요. 부모들이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죠. ‘내가 너를 위해 이렇게 희생했는데, 넌 왜 나한테 이렇게 대하냐”고. 이런 말을 하는 거 자체가 옳지 않아요. 모순적인 일이죠.
부모의 불안이 큰 문제입니다. 경쟁사회이다 보니,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완전히 뒤쳐질까 걱정하고요. 더 잘해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도 크고요.
어떤 부모는 아예 포기해버린 부모들도 있고, 반대로 너무 기대가 커서 문제인 경우도 많죠. 대부분은 기대를 지나치게 한다는 게 문제가 돼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의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죠. 우리나라 부모들의 또 다른 특징은 내 아이를 ‘나의 확장된 자아’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마치 시험을 보듯이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조금 관심을 줄여도 방임이 되지 않아요. 특히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들이 전업주부가 됐을 때, 자기의 발전을 아이에게 올인 하는 경우가 많죠. 부모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다양하게 갖는 게 중요해요. 부모가 불안해하면 아이도 느끼는 법입니다. 아이가 잘못되는 것보다 무서운 건, 자신이 부족한 엄마여서 아이를 망치고 있다고 여기는 좌절감이에요. 필요 이상의 압박감에 시달리거나 막막해할 필요는 없어요. 아이에게 쏟을 에너지를 부모 자신의 삶에 쏟으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해요. 부모가 하루하루 즐겁게 살면서 자신의 일상에 만족하는 것만큼 좋은 자녀교육은 없어요.
교수님도 자녀가 사춘기를 겪을 때, 부모로서 갈등도 많았을 텐데요.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요?
사춘기가 찾아오면 옛날에는 그냥 넘어갈만한 사소한 문제도 바락바락 대들고, 감정이 시도 때도 바뀌지요. 우리 둘째 아이는 끝없이 논쟁을 하려고 했어요. 부모가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계속해서 토론하려고 들고 그래요. 아이들이 8세가 되면, 자기 신체 발달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욕망이 생겨요. 12세가 넘으면, 자신의 지적 수준을 과시하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많아지죠. 자연스러운 행동이에요. 아이는 한편으로는 노는 건데, 부모들은 귀찮아하고 짜증을 내니 싸우게 되죠. 아이가 끊임없이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든다고 해도, 부모는 잘 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피곤해 죽겠는데 왜 답도 아닌 이야기를 자꾸 물어?’ 이런 생각보다는 아이가 발달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보여주는 게, 논술학원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교육이에요.
요즘 방송가에서는 아빠 육아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아빠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는데요.
아빠들이 많이 달라졌어요. 주말에는 종일 잠만 자는 아빠 대신,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주말에는 야외활동을 하는 아빠들이 늘어났어요.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는 아빠가 좋은 아빠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프렌디(friend, daddy의 합성어)라는 말까지 생겨났죠. 이 말이 어디에서 나온 건지 궁금해서 위키피아 등 여러 군데를 찾아봤는데 한국에서 만들어진 조어더라고요. 친구 같은 아빠가 되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친구 같은 아빠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죠. 아빠의 역할, 엄마의 역할은 따로 있고, 아빠는 권위적일 필요는 없지만 권위는 있어야 하는 존재거든요. 아빠가 남성성, 권위 체계에 대한 롤 모델이 되어야, 아이들이 선을 넘지 않고 사회관계망을 가질 수 있어요. 엄마가 아이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면, 아빠는 방향을 제시하고 넘어서는 안될 선과 사회적 규율을 내재화해서 훗날 아이가 독립된 성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을 일러주는 ‘선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해요.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하는 걸 무척 꺼립니다. 귀찮아 하고요. 이럴 때는 부모가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까요?
집안의 대소사를 함께 이야기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집안에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 아이에게 의견을 묻는 건, 존중감을 심어줄 수 있어요. 엄마라면 자신의 친구나 시어머니, 친정엄마, 형제자매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요. ‘엄마도 딸이구나, 동생이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죠. 아빠도 마찬가지에요. 아이랑 할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요즘 아빠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지를 이야기해주면, 아이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빠도 고민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돼요. 중요한 건, 신세 한탄이 되어선 안 된다는 거예요. 자기 동기랑 비교하면서 “엄마가 친구보다 입사 성적은 더 좋았는데, 너 낳고 키우느라 회사도 그만두고 집에서 뭐 하는 꼴인지 모르겠다” 같은 말을 하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죠.
아이에게 정말 해서는 안 될 말이 또 있다면.
아이가 뭔가 잘못했을 때, 사건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너는 왜 그러니? 너는 왜 이 모양으로 생겼니?”라고 추궁하는 거죠. 부모 자기는 아니라는 거잖아요. 이런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는데, 보통 부모들이 입에 달고 살죠.
병원에서 상담을 하면서, 가장 답답한 유형의 학부모는 어떤 경우인가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죠. 자기가 생각하는 스토리텔링만 있을 뿐, 실체를 보려고 하지 않는 부모들이 있어요. “전학을 보내야겠어요”, “가해자를 어떻게 처벌해야 하죠?” 이런 문제만 갖고 있을 뿐, 속은 열고 싶지 않은 거예요. 충분히 이해는 해요. 하지만 설득은 안 되죠. 이럴 땐, 더 잘 생각해보고 생각이 나면 다시 오라고 말씀 드리는 경우도 많아요.
아이가 손을 내밀 때, 도와주는 것이 중요
책을 보면, “때로는 아이에게 일부러 틀린 답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써있습니다. 이게 과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아이가 찾은 답은 불안합니다. 틀린 답일 수도 있고요. 다만, 가끔은 그럴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아이는 일부러 반항하려고 부모의 말을 작정하고 부정하는 게 아니에요. 자기 세상을 만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조언이나 충고를 거절하는 건, 독립을 위한 일종의 노력입니다. 부모의 제안이 비록 옳고 확실한 답이라 해도 아이에게는 답을 얻는 것보다 내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가끔 일부러 틀린 답을 제시하라는 건, 황당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현재 마음 상태와 판단의 근거를 고려하면 납득할 수 있습니다. 만약 맞는 답을 제시해서 아이가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아이 입장에서 그 결정은 부모 것이지 자기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뜻을 따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고 부모에게 복종했다고 여기기 쉽죠. 이런 갈등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부모가 생각하기에 틀린 답, 혹은 최적이 아닌 답을 먼저 제시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이건 아니에요”라면서 자기가 주도권을 쥐었다고 여기죠. 이때 부모는 옳다고 생각하는 답을 아이가 직접 찾아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겁니다.
칭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요. 결과보다 아이가 노력한 ‘과정’을 칭찬하고, 완벽을 의미하는 ‘늘’ ‘항상’ ‘언제나’와 같은 표현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요.
적절한 칭찬은 아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합니다. 채찍이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 나아가게 하는 외적동력이라면, 당근은 방향을 제시하고 지속할 수 있는 내적동력이죠. 한편, 부모가 무심코 하는 칭찬이 역효과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딸은 늘 정직해”, “우리 아들은 항상 말을 잘 들어”와 같은 칭찬은 완벽을 의미하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죠. 또 칭찬과 꾸중을 함께 해야 하는 경우는 야단을 먼저 치고 그 다음에 칭찬을 하는 게 낫습니다. 칭찬을 먼저 하고 꾸중을 나중에 하면, 칭찬받은 내용은 머리에서 다 잊어버리고 야단맞은 내용만 기억하기 쉽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짜증을 내고 고집을 피우는 아이에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가요?
일단 꼭 해야 할 말만 하고 가만히 지켜보는 겁니다. 아이의 감정이 가라앉으면 그때 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아이의 고집은 오래 가지 않아요.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이성을 되찾았다 싶으면,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복기하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차분하게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아이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난감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때 부모가 비난하면 다시 전투 모드로 무장한 어린 자아가 나섭니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대화할 대상은 건강하고 성숙한 자아입니다.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감정적인 행동을 보일 때, 중요한 건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거나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섣불리 단정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 시기를 잘 지나 성숙한 자아를 보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부모의 몫입니다.
스마트폰 문제로 갈등을 겪는 부모와 10대 아이들도 많습니다. 사주자니 불안하고, 안 사주면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하니, 쉽게 결정을 못합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사주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자기절제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사주고 적당하게 쓰라고 하는 건, 테이블에 고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옆에 있는 야채도 골고루 먹으라는 꼴과 같습니다. 친구들이 다 있으니까 우리 아이도 사줬다는 건, 부모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입니다. 가끔 아빠가 쓰던 걸 물려받았다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건 엄마가 쓰던지 다른 식구가 써야 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롤 모델은 ‘재미있게 사는 부모의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악의 부모는 어떤 모습인가요?
완벽한 부모야말로 자식에게는 최고의 재앙이죠. 도저히 아빠를 넘어설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면, 아이가 무슨 노력을 하겠어요. 요즘 20대 학생들을 두고 정말 불쌍하다고 말하잖아요. 제가 학생일 때만해도 조금만 노력하면 부모 세대보다 나아질 확률이 70% 이상이었어요. 386세대들은 부모보다 더 좋은 세상을 살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됐죠. 취업조차 힘드니까요. 예전에는 대학교 졸업하고 딱히 취업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취직이 잘됐는데, 이제는 백수 신세를 면하는 것조차 힘들고 ‘성공’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죠. 아이들이 갖는 좌절감이 정말 커요. 부모가 너무 완벽한 모습만 보이려고 하면, 아이들은 지쳐요. 지식을 많이 아는 것보다 부모의 열린 마음과 태도가 중요합니다.
가장 현명한 부모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이가 손을 내밀 때, 도와주는 부모입니다. 부모는 항구가 되어야죠 폭풍이 치고 너덜너덜해질 때, 아이들이 항구에 들어왔다 쉴 수 있어야 합니다. 언제든지 열려있고,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언제나 내 편이 있다는 거, 정말 든든하잖아요.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죠.
자녀를 성장시킬 수 있는 부모의 빈틈, 교수님에게도 있나요?
물론 있죠. 우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요. 하지만, 시간은 양이 아니고 질이에요. 퀄리티 타임(quality time)이라고도 하죠. 어떤 엄마는 하루 종일 아이랑 같이 있었다고 해놓고, 자기는 요가를 하고 있어요. 이건 아이와 함께한 시간이 아니죠. 저에게 빈틈은, 완벽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 같네요. 빈틈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거죠.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는 어떻게 읽으면 좋을 책일까요.
아이의 반항이 시작돼서 힘들 때 읽어도 좋고, 다가오기 전에 미리 읽어둬도 좋을 거예요. 다만 책을 읽고 지식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태도의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를 테면, “아이가 반항을 할 때, 화를 내지 않게 됐어요”, “혼자 울고 있지 않게 됐어요”, “아이가 회장선거에 떨어져도 분하지 않게 됐어요” 같은 변화가 있으면 좋겠죠. 부모로서 내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변화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부모로서 아이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조금이라도 변한다면, 가치가 있을 거예요.
부모가 아이를 키우지만, 아이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함께 성숙한다. 나도 아이와 함께 자랐던 것 같다.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이 간단한 원칙을 지킬 수 있을 때, 그리고 각자 자신의 삶에 충실하면서 더 많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때 부모와 아이 모두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렁켈은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부모는 아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부모’라고 했다. 아이의 인생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즐겁게 사는 부모는 아이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을 배우게 한다. 그리고 함께 자란다. 놓을 줄 알 때,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때 많은 불안이 사라진다. 세심히 지켜보고, 응원하고, 필요할 때 돕는 것만으로도 부모의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이다. -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318~319쪽
글 | 엄지혜 사진 | 한정구(AM12 Studio)
하지현 저 | 푸른숲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진료실에서 마주한 수많은 진료 경험과 풍부한 임상자료를 바탕으로 1)엄마들이 느끼는 불안감의 정체는 무엇인지, 2)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이는 이유와 십대들의 발달과정은 어떠한지, 3)아이와 부모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을, 발달심리와 정신분석학, 풍부한 최신 임상 사례들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단순히 듣기 좋은 소리, 대책 없는 위로가 아닌, ‘왜 엄마가 억지로라도 빈틈을 보여야 하는지’, ‘엄마가 빈틈을 보일 때 아이들의 뇌와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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