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표창원과 신창원의 결정적 차이, 어린 시절에 있었죠"
『이웃집 프로파일러 하이다의 사건 파일』
학교에서는 존재감이 없고, 집에서는 천덕꾸러기인 소녀 '이다'는 억울한 누명을 쓴 할머니와 반 친구를 도우며 자신의 추리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어른들은 이다를 말썽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다'의 마음 속은 따뜻한 사랑과 정의감으로 가득차 있다. 그 마음을 알아봐 주는 유일한 어른, '표 소장'이 나타나면서 '이다'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표 소장의 제안으로 어린이 비밀 수사대에 가입하게 된 이다는 의문의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이웃집 프로파일러 하이다의 사건 파일』은 프로파일러 표창원이 기획한 어린이를 위한 추리 동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한국의 탐정 캐릭터를 선물하고, 정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 탐정 캐릭터의 탄생
어린이를 위한 추리 동화를 기획하셨습니다.
아이들에게 롤 모델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셜록 홈즈』를 보며 꿈을 키우고 자라 프로파일러가 되었거든요. 비록 저는 셜록 홈즈를 동경했고, 저의 딸과 아들은 『명탐정 코난』을 즐겨 보며 자랐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한국의 탐정 캐릭터와 프로파일러 이야기를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정의감을 북돋우고 논리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획자의 말에서 "주변의 작은 차이와 변화가 범죄의 탄생을 막는다"고 하셨죠. 어떤 의미인가요?
그동안 일하면서 수많은 흉악 범죄자들을 만났습니다. 어린 시절의 그들은 또래 친구들과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아이였어요. 하지만 커가면서 어른들로부터 학대 또는 무시와 냉대를 당하거나 친구들로부터 폭력과 따돌림을 받으며 삶의 태도가 왜곡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표창원'과 '신창원'입니다. 나이가 비슷하고, 어린 시절 말썽꾸러기였던 둘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성장했습니다. 주변 어른들로부터 따가운 훈육과 따뜻한 사랑을 동시에 받은 저와 달리, 신창원은 매일 혼이 나는 아이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나쁜 아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그는 결국 흉악범이 되고 말았죠. 어린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처럼 자신과 주변에 관심을 갖고 정의로운 일에 용기를 낼 수 있다면 범죄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출간 작업을 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어린이 독자들에게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제 어린 시절의 재미있고 부끄러운 추억들을 들춰보곤 했습니다. 또, 책 속 등장인물인 '표 소장'의 연구실을 실제로 만들기 위해 제 연구실의 가구 배치를 옮기고, 새로 꾸미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될지 설레고, 기대됩니다.
주인공 '하이다'는 문제아라는 낙인이 찍힌 아이이지만, 사실 타인에 대한 애정과 정의감을 가진 인물이에요. 소장님의 어린 시절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동두천에서 서울로 이사를 온 뒤 처음 놀이터에 간 날이에요. 초등학교 저학년 여자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었는데, 한 중학생 남자아이가 우격다짐으로 빼앗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네를 여자아이에게 돌려주려다가 흠뻑 두들겨 맞았죠. 코피가 나고 아팠지만,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그네를 돌려주라고 소리쳤습니다. 결국, 그 형은 자기가 졌다고 말하고는 놀이터를 떠났어요. 저는 정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던 어린이였습니다.
책 속의 캐릭터 중 하나인 '표 소장'은 대외적으로 매우 카리스마 있지만, 사실은 무척 친근하고 소탈한 인물입니다. 실제 소장님의 모습은 어떤가요?
집에서 제 별명은 '허당 표창원 선생'이에요. 실수도 많고 엉뚱합니다. 패션 감각, 미적 감각은 꽝이고요. 유머 감각도 없어서 늘 '노잼'이라는 소리를 듣지요.(웃음)
셜록 홈즈로부터 배운 정의로움
『셜록 홈즈』를 보고 꿈을 키웠다고 거듭 말씀하셨어요. 셜록 홈즈의 어떤 면이 매력적이었나요?
정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친구들, 동네 형들과의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던 저는 폭력이 정의를 실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셜록 홈즈는 달랐어요. 아무리 억울한 오해를 받아도, 끝까지 인내하면서 집중력과 관찰력으로 증거를 모았죠. 추리력과 논리력으로 진실을 밝혀 결국은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셜록 홈즈를 보고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저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죠. 그래서 싸움 대신 공부를 하기로 선택했어요. 셜록 홈즈와 같은 멋진 탐정이 되고 싶어서 경찰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고요.
"프로파일링은 '사람 공부'다"라고 하셨죠.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가 있을까요?
대화를 통한 공감과 경청, 그리고 독서하는 습관입니다. 프로파일러는 자신과 전혀 다른 생각, 습관, 태도를 가진 사건의 관계자들을 만나야 해요. 그리고 범죄자의 욕구와 충동, 심리 등을 이해하고 파악해서 분석해야 하죠. 운동선수 생활을 했던 스포츠 해설가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프로파일러는 "내가 그 범죄를 해봐서 아는데"라고 말하며 분석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일은 있어서도 안 되고요.
결국,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건과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분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는 거예요. 그래야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내가 경험하지 않은 사건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독서를 통해 간접 경험을 쌓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아버지로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켜온 자녀 교육의 신념이 있으신가요?
1997년,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썼던 육아 일기에 이렇게 다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에게 와 준 소중한 보물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때까지 완벽하게 보호해주고, 스스로 삶의 목표와 방식을 찾아 선택할 때까지 결코 부모라는 이유로 미리 답을 제시하거나 선택을 유도하지 않을게."
부모는 삶을 앞서 살아봤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는 자녀보다 더 모른다는 단점을 가진 존재입니다. 그런데 경험을 먼저 해봤다는 생각만으로 자녀에게 자기가 생각하는 정답을 요구하거나 바라고, 심지어 강요할 경우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왜곡되고 서로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고 생각해요. 반면, 현재와 미래를 잘 모른다는 '단점'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아이를 방임하거나 외부인에게 내맡겨버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양극단의 함정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행복하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켜주고,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는 신념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책의 후속작은 어떻게 이어질 예정인가요?
2편부터는 비밀 수사대의 새로운 대원이 등장하고, 완전체가 된 어린이 수사대의 본격적인 활약이 시작됩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사건을 모티브로 어린이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흥미로운 사건을 구성해 아이들이 직접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줄 겁니다. 하이다에게 배달된 미스터리한 사건 파일에 대한 비밀도 서서히 풀려 나갈 예정이에요.
어린이 독자에게 조언과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린 시절의 제가 『셜록 홈즈』를 읽으며 정의롭고 멋진 탐정의 꿈을 키웠듯, 우리 어린이들이 『이웃집 프로파일러 하이다의 사건 파일』을 읽으며 논리력과 추리력, 정의감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린이 여러분이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응원할게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표창원 (기획)
표창원은 경찰청 범죄 심리 분석 자문 위원, 대테러협상실무 자문 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중요 강력 범죄 사건 및 미제 사건에 대한 수사 분석을 지원했고, <그것이 알고싶다> 등 시사 고발 탐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프로파일러', '범죄 분석 전문가', '범죄 심리학자' 등으로 알려졌다. 미국 샘휴스턴대학교 형사사법대학 초빙교수, 국가 인권 위원회 및 법무부 자문 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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