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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책방, 작은 책방, 다른 책방Ⅱ

책덕후의 발칙한 런던산책 세 번째 이야기 ③

런던까지 가서 서점을 간다고? 너 지금 출장 가니? (나는 책을 만드는 노동자다.) 대부분의 반응은 이렇게 시작했다. 서점에도 미술관과 박물관 못지 않은 가치가 있단 걸 보여주겠어! 이 글은 결연한 의지로 시작되었다.

작은 책방에 가다

내가 가장 기대했던 곳은 돈트북스 Daunt Books였다. 일단 여기저기에서(2001년 론니플래닛, 데일리탤레그래프, 가디언지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라는 위험한 수식어를 붙여주었고, 초록색과 반듯한 서체의 조합의 로고가 취향 저격이다. (나는 작은 것에 소홀하지 않은 곳이 더 애착이 간다.) 나는 6개 지점 중에 메릴본 Marylebone에 있는 본점과 풀햄로드 Fulham Road에 있는 첼시 점, 두 군데를 방문했다. 처음에 간 곳이 그 선정된 서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며칠 후 다시 본점을 찾아갔다는 말이 정확하다.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은 메릴본에 있으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나처럼 허망한 시간을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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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부터 2층까지 있는 돈트북스.

돈트 본점 Daunt Books

위치: 83 Marylebone High Street, London W1U 4QW.  

전화: 020 7224 2295 

운영시간: 오전 9시 ~ 오후 7시 30분(월~토) 오전 11시 ~ 오후 6시 (일) 

이메일  orders@dauntbooks.co.uk 

긴 말이 필요 없다. 포일즈와 비교하니 돈트북스의 특징이 더욱 명료하게 보였다. (포일즈에 대한 글은 2편에서 확인하세요.)

 

돈트북스에'만'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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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름다움

 

진한 색의 나무 책장과 탁자, 전체적인 진초록의 벽면과 등받이 의자가 따뜻한 느낌을 준다. 포일즈의 쾌적한 느낌보다는 익숙하고 편안하다는 말이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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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브스크립션 Subscriptions 서비스

 

돈트북스는 직접 책을 골라준다. 한 달에 한 권, 1년에 열두 권의 책을 예쁘게 포장해서 배달해 준다. 양장과 반양장, 픽션과 논픽션, 어린이 등 책 종류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당장 가입서를 내고 싶지만 영국에 주소지가 없다는 게 애석할 따름이다. 서브스크립션 외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여행 책, 빅북 패키지도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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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가 분류 방식

 

여행서 전문 책방인 돈트북스는 독특한 책 분류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비 중앙에도 ‘Through to Books Arranged by Country’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을 정도다. 보통 장르별로 책이 분류되어 있는데, 여기는 대륙별, 국가별로 나뉘어 있다. 책장 위에 각 나라 이름이 써 있고 그 나라에 관련된 소설, 에세이, 여행서 등이 함께 놓여 있다. 이를테면 스페인 서가에 카탈로니아, 바르셀로나 지역의 여행칙이 서로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 그 사이에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가 꽂혀 있는 것이다. 책등만 보이거나, 표지기 보이게 꽂혀 있다. 물어보니 출판사에서 매대를 구입해서 책을 홍보하는 것은 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잘 보이는 곳에 책을 놓는 일은 모두 서점 직원들의 몫이다.

 

 <추천1> 『카탈로니아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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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 사이에 비죽 얼굴을 내밀고 있는 『카탈로니아 찬가』

돈트북스에'도'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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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연히 책들. 그런데 정가다.

 

영국에선 도서정가제가 아닌 권장소비자가격으로 책을 판매한다. 따라서 서점마다, 각 지점마다 할인율과 할인 도서의 종류가 다르다. 포일즈에서는 50퍼센트 할인을 해 주는 빨간 딱지만 보면 눈에 불을 켰는데 여기는 모든 책을 정가로 책을 팔고 있었다. 덕분에(?)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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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쇼윈도 디스플레이

 

첼시 점의 쇼윈도. 큰 책방이나 작은 책방이나 쇼윈도는 책을 쌓는 구성이 많다.

 

3. 작가와의 만남

 

지금 돈트북스는 3월 10, 11에 있을 ‘돈트북스 페스티벌’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신간,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강연을 신청할 수 있다.

사이트  www.dauntbooks.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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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 조금 다른 책방을 가다

Kioskafe

31 Norfolk Place, london W2 1QH

운영: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장소를 누군가에게 소개하는 일은 늘 설레고 기쁘다. 우연히 ‘조금 다른 책방’을 알게 되었다. 모바일 사용자에 맞춰 단행본 한 권도 조각 내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에, 종이 잡지를 더 종이답게 만드는 ‘모노클’이라는 잡지사가 있다. 콘텐츠를 유료로 서비스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브랜드의 저변을 넓히는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 전략의 하나로 직접 카페와 옷과 문구를 파는 상점을 운영한다.

 

빨간 이층 버스를 타고, 조용하고 깨끗한 부촌에 내려 모노클이 운영하는 키오스크 카페를 찾았다. 쉽게 눈에 뜨이지 않는 작은 카페가 있었다. 이곳에는 잡지와 신문, 자체 발행한 단행본, 문구와 생활용품, 맛있는 커피가 있다. 이른 시간에도 커피를 마시거나 잡지를 고르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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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잡지와 신문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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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을 좀 보태서 런던에서 제일 맛있는 카페라테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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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 초콜렛, 에코백 등 아기자기한 굿즈를 받아볼 수도 있다.

<추천2> 모노클의 책 

자체 발행한 세계 주요 도시의 가이드북, 전세계 에디터들의 감각적인 월간지를 만날 수 있다.

http://monocle.com/magazine/

 

처음에 했던 결심들이 부끄럽지 않게 짧은 시간 부지런히 런던을 다녔다. 서점에는 다른 상품을 파는 상점이 가질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책, 공간, 책을 읽고 파는 사람들의 시너지 덕분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지에서 서점만 다녀봐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채링크로스 84번지에 숱한 편지를 보냈던 헬렌의 말로 이 부족한 글의 마무리를 대신한다.

“그렇게 아름다운 것을 브로드웨이 영화표 한 장 값에, 또는 충치 하나 땜질하는 비용의 50분의 1 값에 평생 소유할 수 있다니, 세상 참 이상하지요?”

(채링크로스 84번지, 83쪽)

<추천3> 『그래 멋진 직업을 찾고 말테야』 

사춘기 소녀 아나스타샤가 직업 체험을 위해 모델강습소에 갔다가 우연히 서점 주인을 만난다. 나에게 서점 직원이 얼마나 매력적인 직업인지 처음 알게 해 준 책. 안타깝게도 이 시리즈는 품절이지만 중고로는 살 수 있다. 

 

‘책덕후의 발칙한 런던산책’ 세 편의 연재를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자칭 엘프에디터- (트위터 @tappings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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