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언규 PD "뻔한 돈 이야기는 안 하고 싶었어요"
경제 학습 만화 『호야의 티키타카 경제왕 1』
'아이의 돈 공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7세 아들 '호야'의 아빠인 주언규 PD는 아이가 자라면서 이 고민에 맞닥뜨렸다고 말했다. 경제 크리에이터로 일하는 아빠를 보며 아이도 자연스레 돈에 관심을 보이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가 어린이를 위한 학습 만화를 기획한 이유다. 『호야의 티키타카 경제왕』에는 주언규 PD의 가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1편 '아빠 나도 돈을 벌고 싶어요'는 아이돌을 꿈꾸는 호야가 댄스 학원비를 벌기 위해 친구들과 장사를 시작하는 스토리다. 주언규 PD는 앞으로 이어질 <호야의 티키타카 경제왕> 시리즈를 통해 아이들에게 생활에 꼭 필요한 돈 이야기를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80만 명의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을 운영한 주언규 PD는 지난 7월, 이 채널을 매각해 화제가 됐다. 현재는 유튜브 채널을 제작하고, 크리에이터를 위한 교육 등을 제공하는 기업 메타테인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호야를 위해 시작한 일
『킵고잉』, 『인생은 실전이다』에 이은 세 번째 책이죠. 이번에는 어린이를 위한 경제 학습 만화를 펴냈습니다.
오래 전부터 어린이들에게 경제를 쉽게 알려주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어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까, 블로그에 글을 써볼까 고민하다가 미뤄둔 일이었는데요. 『킵고잉』 출간 작업을 함께한 출판사 담당자께서 흥미로운 제안을 해주셨어요. 생각만 하지 말고, 실제로 학습 만화를 만들어 보자고요. 듣자마자 너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도 어린 시절에 학습 만화 <WHY> 시리즈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농담처럼 가볍게 꺼냈던 이야기가 실제 작업으로 이어진 거예요.
어린이를 위한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된 건 아들 호야의 영향인가요?
맞아요. 제가 경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니까 호야도 돈에 관심을 많이 갖더라고요. 아이가 경제에 대해 질문을 하면 종종 설명해주곤 했는데, 좋은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어도 마땅한 게 없었어요. 아이들에게 경제를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지 설명하는 책도 없었고요. 아이가 크면서 돈에 관한 질문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이걸 어떤 수준으로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저만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닐 것 같았어요. 호야가 계속 궁금해하니까, 어린이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도 생각이 미치게 되었던 거죠. 아이가 없었다면 아마 상상도 못했을 거예요.(웃음)
이번 책을 기획하면서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요?
뻔한 돈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돈은 한국은행에서 만들어요. 5만 원 권에는 신사임당이 그려져 있어요" 같은 얘기요.(웃음) 흔히 경제에 관한 학습 만화라고 하면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조개껍질이 화폐로 사용되었던 역사 등을 다루곤 하잖아요. 경제는 삶에서 무척 중요한 부분인데,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하면 너무 세속적이라고 생각하죠. 저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돈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스토리가 현실적이었어요. 주인공 호야는 댄스 학원비를 모으기 위해 친구들과 장사를 시작하죠.
호야는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면서 경제에 눈을 떠요. 실제로 돈을 벌 때 '욕망'은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죠. 아이에게 돈이 필요한 구체적인 이유가 생기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 안에 중요한 경제 개념이 다 녹아 있습니다. 돈에 대한 욕망이 생기는 과정, 이윤, 유통, 인플레이션, 돈 버는 방법 등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만드는 게 관건이었어요. 각 개념에 대한 설명이 어려워도 안 되고, 지나치게 세속적이라서 거부감이 들어서도 안 되니까요. 그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경제교육? 돈이 아닌 생각을 물려주는 것
수많은 부자들을 인터뷰하고 알게 된 공통점이 '어릴 때부터 돈을 공부하고 관리하는 좋은 습관을 지녔다는 것'이라고요. 어떤 습관들이 있었나요?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습관을 가진 분들이 많았어요. 평범한 사람들은 특별한 목적 없이 돈을 쓰곤 하잖아요.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돈을 쓸 때, 그로 인해 기대하는 바가 있더라고요. 특히, 투자나 재테크로 성공하신 분들은 일관되게 이런 소비 성향을 가지고 있었어요. 소비로 스트레스를 풀거나, 단순히 세일을 한다는 이유로 계획에 없던 소비를 하는 경우가 일체 없었죠. 어린이들에게도 계획적인 소비 습관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자녀의 경제 교육에 있어서도 남다른 공통점이 있었나요?
모든 분들께 자녀 교육에 관한 질문을 드린 게 아니라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몇몇 분들의 경우 투자하는 노하우, 저축과 소비 등에 대한 개념을 생활 속에서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공통점을 찾자면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돈에 대한 생각을 물려줘야 한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았죠. 어떤 분은 자녀들에게 "이 회사가 왜 경쟁력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저도 호야에게 같은 질문을 해봤는데요. 엉뚱한 대답이긴 하지만 아이에게도 나름의 의견이 있더라고요. 정답이든 아니든, 경제에 관해 스스로 고민하고 의견을 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호야에게는 어떻게 경제 교육을 하고 계신가요?
집 안에 작은 경제 구조를 만들었어요. 호야는 아빠에게 안마를 해주거나, 커피를 타주는 등의 일을 할 때 용돈을 받을 수 있죠. 이렇게 생긴 이윤을 '소비', '저축', '투자', '기부'로 나누어 쓰게 합니다. 4개의 종이컵에 용돈을 나누어 넣고 각 용도에 맞게 사용하도록 알려주는 거죠. 평소 갖고 싶었던 것을 사고, 직접 은행에 가서 저축을 하고, 주식을 사고, 교회 헌금을 하거나 사랑의열매 배지를 사는 등의 활동을 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경제 활동에는 '소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려고 노력해요. 무엇보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눕니다. 꿈을 크게 가지라고요.
꿈을 크게 가지라는 조언도 경제 교육의 일환인가요?
그럼요. 무엇이든 세계 최고가 되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하죠. 큰 꿈을 이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꿈에 한계를 두지 말라는 뜻이에요. 이렇게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돈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돈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나누죠.
요즘은 아이에게 주식 계좌를 만들어주는 양육자가 많은데요. 호야의 용돈 사용처 중 '투자'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호야가 좋아하는 분야의 주식을 사주고 있어요. 특정 종목을 사기 보다는 지수 투자를 합니다. 예를 들어 호야가 닌텐도를 좋아하면, 일본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거죠. 나이키에 관심을 보이면 나이키가 속해 있는 S&P 500지수에 투자를 하고요. 호야가 좋아하는 기업이 생길 때마다,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지수 ETF 상품을 사주고 있어요.
책 속에서 호야는 돈을 벌기 위해 친구들과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합니다. 때로는 혼자 중고거래에 나서는 등 어른의 시선에서 다소 위험해 보이는 행동을 하기도 하죠. 호야의 아빠는 아이가 이렇게 돈을 모은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모른 체하고 묵묵히 응원하는데요. 실제로 이런 상황이 생기면 어떨 것 같으세요?
실제로도 그럴 거예요. 호야가 무얼 하든 응원해주는 편이죠. 위험해 보인다는 이유로 아이의 시도를 막지 않아요. 본인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니까요. 그 일환으로 저희 집에서는 '실패'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작은 성공'이라고 하죠. "나 실패했어"라고 말하면서 기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아예 실패라는 단어를 지워버렸어요. 예를 들어 호야는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면 "나 이번에 자전거 타다가 작은 성공했어"라고 말합니다. 저희 부부는 "잘했어. 그럼 다음에는 큰 성공 해보자"라고 대답하고요. 작은 성공이 쌓여야 큰 성공이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그래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신사임당 이후, 꿈은 더 커졌다
유튜브 <신사임당> 채널을 매각한 지 반년이 흘렀어요. 일상이나 마음가짐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방송 섭외를 받았을 때 부담 없이 나갈 수 있어요. 매일 영상을 업로드했을 때는 대부분의 요청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신사임당> 채널을 운영할 때보다 지금 훨씬 더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었다는 게 장점이죠. 단점을 꼽는다면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명분이 사라졌어요.(웃음) 예전에는 궁금한 사람이 생기면 저희 채널에 한번 나와달라고 연락할 수 있었거든요. 지금은 뚜렷한 목적 없는 만남을 하기가 쉽지 않죠.
<신사임당> 채널 매각 후에도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죠. 영상 제작뿐 아니라 유튜브에 관한 교육도 하신다고요.
유튜브와 관련된 학원을 운영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유튜브를 성공적으로 키운 사람은 많지만, 매각한 사람은 없잖아요. 제가 가진 노하우로 저만큼의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사람들을 육성시키는 게 지금의 목표예요.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교육을 다방면으로 제공하려고 합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경제 및 자기계발 분야의 책도 소개하고 계신데요. 이 인터뷰를 보실 분들께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요?
『그릿』을 추천하고 싶어요. 평범한 사람도 천재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데이터로 증명하는 책입니다. 누구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들이 있잖아요. 외모나 지능, 신체 조건 등이요. 하지만 타고나지 않은 지표 중에도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히 있다는 걸 이 책을 읽고 알게 됐습니다. 선천적으로 잘난 게 없는 사람도 충분히 역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엄청난 위로가 됐어요.
영상에서 소개할 책을 고르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읽었던 책을 소개해요(웃음). 새로 책을 읽는 시간이 아까워서요. 보통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적어도 3~4시간은 걸리잖아요. 여기에 말할 내용을 정리까지 하려면 시간이 더 들죠. 그래서 저는 책 광고를 안 받아요. 대신 책은 매일 읽습니다. 틈날 때마다 잡히는 대로 독서를 하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하셨죠? 『킵고잉』에서 '책 쓰기는 먼 훗날의 계획 중 하나'였다고 했어요.
집에서 할 게 없으면 거의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사실 『킵고잉』은 참 부끄러운 책이에요. 『킵고잉』 출간 제안이 왔을 때는 <신사임당> 채널의 구독자가 몇 천 명에 불과했던 시절이거든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계약서에 사인을 했는데, 책을 만드는 사이에 채널이 엄청나게 커졌어요. 그러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나는 정말 책을 쓰고 싶었을까?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 출간 계약을 했던 마음은 후자였죠. 내 안에 하고 싶은 말이 쌓여서 낸 책이 아니기 때문에 『킵고잉』을 보면 아쉽고 미안해요.
많은 유튜버가 책을 출간하고 있어요. 책이라는 매체는 영상에 비해 수익이 아주 미미하고, 노력은 많이 드는 일인데요. 지속적으로 책을 출간하는 마음이 무엇일지 궁금했어요.
책에 대한 애정 아닐까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 이름이 적힌 책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요. 내 안에 쌓인 이야기들을 다른 매체가 아닌 책으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킵고잉』에게 미안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이 500페이지 정도로 쌓였을 때, 글을 잘 정리해서 300페이지 분량의 책을 냈어야 하는데 아직 내 안의 말들이 영글기 전에 급하게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채널 매각 후, 한 인터뷰에서 "다음 목표는 두 번째 골드 버튼을 받는 것"이라고 했어요. 이 목표는 여전히 유효한가요?
그럼요. 이루고 싶은 여러 가지 목표 중 하나예요. 또 하나의 큰 목표는 지금 운영하는 회사를 상장시키는 거예요. 마치 직장인들이 "나 유튜브 시작해서 실버 버튼 받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게 들리지만, 꿈은 얼마든지 마음대로 꿀 수 있잖아요.(웃음)
이 인터뷰를 보실 예비 독자 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양육자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언젠가는 아이에게 돈 이야기를 해야할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그런데 돈 이야기를 늦게 할수록 더 큰 원망을 들을 확률이 높아요. 성인이 되어서 그 말을 들은 아이는 "왜 이렇게 힘든 걸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어? 왜 그때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라고 되물을 거예요. 제가 저희 부모님께 그랬거든요. 저는 모든 가정에서 돈 이야기를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이 그 계기가 되어줄 겁니다. 돈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아이에게 경제를 즐겁게 알려주고 싶다면 이 책을 선물해 보세요.
*주언규
경제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을 운영하며 재테크, 주식, 부동산 등의 인터뷰를 통해 자본주의에서 똑똑하게 살아남는 법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였다. 현재 유튜브 채널 <주피디>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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