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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MBC 아나운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의 특징"

이재은 MBC 아나운서


<뉴스데스크> 앵커이자 MBC 간판 아나운서인 저자는 10년 넘게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말'에 대해 관찰해왔다. 그 과정에서 또 만나고 싶은 매력적인 사람의 화법이 따로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 사람은 바로 '똑똑한 말'이 아닌 '다정한 말'로 소통하고 있었다. 다정한 말하기는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사람을 마주하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다. 평소 말하는 게 어려워 대화를 피해왔다면, 할 말은 다 하면서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말주변은 없지만 매력적인 사람으로 남고 싶다면 『다정한 말이 똑똑한 말을 이깁니다』의 따뜻한 말하기 수업을 들어보자!

『다정한 말이 똑똑한 말을 이깁니다』라는 화술 분야의 책을 출간하셨네요. 사실 <뉴스데스크> 앵커로서 똑 부러지고 절제된 언어를 쓰는 아나운서님의 모습을 많이 봐왔는데요. 신작의 제목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다정한 말이 똑똑한 말을 이긴다'라는 표현은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죠. 그러다보면 함께 할수록 더 좋아지는 사람, 가깝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가만히 떠올려 보세요. 저도 많은 인터뷰를 하며 깨달은 건데요. 꼭 한번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사람은 논리적이고 똑똑하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공감하고, 다정하고 따뜻하게 말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저 또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로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게, 냉철하게 말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다정하고 따뜻한 말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여기서 다정한 언어란 무조건 부드럽거나 모든 걸 양보하고 포용하는 그런 말이 아니에요.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걸 부드럽고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걸 말하는데요. 어떻게 다정하게 말할 수 있는지를 그동안 제가 만났던 사람들, 겪었던 여러 상황과 경험을 녹여, 책 속에 담았습니다.


이번 책에서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의 말하기 방식을 풀어주셨는데요.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매력적인 사람'과 '만나면 불편해지는 사람'의 화법은 어떻게 다른가요?


먼저 '만나면 불편해지는 사람'은 기분이 말이 되어 나오는 사람이에요.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흥분을 이기지 못해서 거친 말로 자신의 기분을 그대로 쏟아내는 사람, 무슨 일이든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요. 자기도 모르게 부정적인 말을 습관처럼 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짜증 나', '망했어', '때려치워' 이런 말들이요. 불평불만이 가득한 사람은 말뿐만 아니라 표정이나 행동, 분위기에서도 그 기운이 느껴지죠. 


또, 자신이 정해놓은 원칙이나 머릿속의 지식만을 앞세워 말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죠? 그런 사람과는 잠깐의 대화도 쉽지 않잖아요. '그건 원칙에서 벗어나, 안 돼', '내 말대로 해' 이런 말을 들으면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의 문을 닫게 되고요. 원칙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열린 마음이에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원칙이나 지식이 아니라 작은 관심이니까요.


반대로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매력적인 사람의 경우, 상황이나 다른 사람 탓을 하지 않아요. 예로 누군가의 실수로 작은 방송 사고가 난 경우를 생각할 수 있는데요. 그때 기분을 날카롭게 표현하지 않고, 차분하게 긍정적으로 상황을 정리해서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당황스러워도 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않는 거죠. 그런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절대 쉽게 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저도 매일 생방송을 하다 보면 예민하고 날카로워지는 순간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요. 내가 부단히 노력하고 절제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말이 되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책에 '내 마음밭을 먼저 가꿔야 다정한 말이 나온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왜 마음밭을 일궈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지 그 비결을 살짝 알려주세요.


우리의 말은 마음에서 나오는 열매라고 볼 수 있어요.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밭을 잘 가꿔야 하겠죠? 하루를 조금 더 일찍 시작하고, 꼼꼼하게 오늘의 계획을 세우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감사한 마음으로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도 마음밭을 풍성하게 일궈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소중하게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갖다 보면 자존감도 회복이 되고요. 삶을 계획적으로 살아가다 보면 나의 하루를 내가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밭이 될 수 있어요. 높은 자존감은 소통의 첫걸음이에요. 나를 먼저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존중할 수 있어요. 결국, 내 마음이 잘 정돈되고 충만하면 다정하고 따뜻한 말은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우리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비대면 방식과 온라인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사람들끼리 실제 만나고 이야기하는 일이 적었는데요. 이제 팬데믹이 종료되어 대면해야 하는 시간이 왔어요. 말주변이 없거나 마주해서 대화하는 걸 어려워하는 분들을 위한 말하기 꿀팁을 전수해주신다면요?


소통에서 제일 중요한 건 상대의 말을 잘 들으려는 노력이에요. 그러니 말하기가 어렵다면 일단 듣기부터 해보세요. 대화의 시작은 경청이거든요.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귀로는 듣고 있어도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하고, 어떤 말로 답해야 할지 생각하느라 분주하기 때문에 온전히 상대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하고요. 경청을 위해서는 상대의 말을 단순히 귀로 듣는 수준을 넘어서 마음으로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적절한 리액션을 곁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가령 눈을 맞추고 고개를 2~3번 끄덕이는 거예요. '내가 당신의 말을 잘 듣고 있어요'라는 사인을 줄 때 상대의 마음은 저절로 열리게 되거든요. '이 사람이 정말 내게 관심이 있구나', '내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공감하며 듣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거죠. 화려하고 멋진 말로 답하려고 애쓰기보다 진심으로 상대의 말을 경청할 때 그 마음이 가장 잘 전해집니다. 그렇게 잘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 되는데요. 말의 주인공을 상대방으로 만들 때 다정한 대화가 가능해져요. 내가 하고 듣고 싶은 이기적인 말이 아니라 대화 주제에 딱 맞는 말, 상대와 내가 동시에 만족할 만한 언어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책에서 나의 말투와 습관을 점검하고 살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습관을 점검할 수 있는지, 그리고 대표적으로 바꿔야 하는 언어 습관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맞아요. 말투도 습관이라서 평소 하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내가 어떤 말을 자주 쓰는지 점검하는 방법을 추천해 드릴게요. 노트 하나를 만들어서 오늘 하루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쭉 적어보는 거예요. 그러면 내가 많이 사용하는 단어, 자주 하는 표현이 뭔지 한 눈에 알 수 있어요. 일일이 쓰기가 힘들면 녹음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그렇게 점검하면서 혹시 내가 부정적인 말을 많이 쓰고 있지는 않은지, 단언하는 말, 섣부른 조언이나 참견, 선을 넘는 표현을 하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거예요.


제 생각에 가장 먼저 바꿔야 하는 말은 부정적인 말이에요.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 짜증 나!', '진짜 일하기 싫다' 이런 말 자주 하잖아요. 날씨가 더우면 '더워 죽겠다', '추워 죽겠다' 등의 부정적인 표현들만 긍정의 말로 바꿔도 확실히 하루가 달라져요. '날씨가 덥긴 하지만 화창한 하늘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출근은 힘들지만 그래도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렇게요! 정말 쉽고 단순하죠? 하지만 그 효과는 정말 확실하고 굉장하답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 '다정'이라는 키워드가 화두에 오르고 있습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다정함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아나운서님의 생각, 그리고 아나운서님이 꼽으신 최고의 다정한 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문득 걱정이 스물스물 올라올 때, 불안할 때, 실수해서 좌절할 때가 있어요. 그때 누군가의 '괜찮아', '잘했어', '걱정하지 마', '지금 그 정도면 충분해' 같은 한마디에 마음이 놓이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을 것 같아요. 여기서 '다정한 말'의 첫 번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어요. 부정적인 마음 상태를 한결 편하게 만들어주는 거죠. 부정적인 마음이 정화되면 저절로 여유도 생기고 차분하게 상황을 풀어갈 수 있게 돼요. 더불어 사람 간의 관계도 전보다 훨씬 나아지고요.


그리고 '다정한 말'의 두 번째 매력! 바로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거예요. 우리가 들었던 따뜻한 말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화려하고 거창한 말이 아니에요. 그러니 멋진 말을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평범하지만 진심을 담은 말이라면 선물로 변하게 됩니다. 타인에게 보내는 따뜻한 말도 좋지만,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다정한 말'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응원의 말이에요. 내가 나에게 건네는 위로와 응원은 삶의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지쳐 있을 때 다시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되어준답니다. '재은아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지친 하루 중에 스스로에게 건네는 다정한 혼잣말, 강력 추천해요!


많은 분들이 아나운서님의 유튜브를 보면서 위로와 응원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이렇게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유튜버로도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데요. 이 책은 어떤 분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유튜브에 올리는 소소한 제 일상을 재밌게 봐주시고 더불어 영상을 통해 위로와 응원을 받고 있다고 해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이 책도 그렇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부족하지만 저의 경험을 담은 이 책이 많은 분께 다정한 응원과 힐링을 드릴 수 있다면 너무나도 감사할 것 같아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으신 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어요. 돌아보면 저도 크고 작은 실수를 했을 때, 목표를 잃고 방황할 때, 방법을 몰라 두려움이 앞설 때 누군가 건넸던 다정한 한마디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거든요. 우리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작은 등불이 되어서 소중한 사람들의 길을 비춰줄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다정함이 주변 사람들에게 퍼져서 멀리멀리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재은

똑 부러지면서도 따뜻한 언어를 구사하는 아나운서계의 헤르미온느. 그의 이름을 따서 '잰느미온느'라 불린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과 방송영상학을 복수 전공했다. 2012년 MBC에 입사해 라디오방송을 시작으로 스포츠 중계방송, 시사 프로그램 등을 거쳐 현재 MBC 간판 아나운서로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고 있다. 개인 유튜브 채널  <Jann 잰> 을 통해 한마디 한마디 따뜻한 선물처럼 말하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전하는 그의 영상은 구독자에게 힐링과 응원으로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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